◇"후광을 벗어던지자" 고강도 혁신 주문 '현실화 시작' 유틸렉스는 주식시장에서 19일 전일 대비 6.39% 오른 258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949억원이다. 올해 초 시총 1000억원이 무너진 이후 줄곧 내림세를 보이며 700억원대까지 내렸던 몸값은 하반기 들어 반등을 시작한 분위기다.
작년 3월 유 대표가 유틸렉스가 추진할 향후 10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성과'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이후 주가가 의미있는 움직임을 시작했다. 유 대표는 R&D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를 경영 성과로 증명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고강도 혁신을 주문했다.
유틸렉스는 그간 면역학 석학인 창업주 권병세 대표가 중심이 돼서 움직였다. 권 대표는 세계서 처음으로 4-1BB, AITR 등 면역관문활성물질을 발굴한 인물이다. 그의 후광은 유틸렉스가 설립 3년 만에 코스닥에 상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장 후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전면에 내세웠던 기술의 범위와 색채가 다양한 게 오히려 기업 가치를 내렸다. 바이오벤처가 소화할 수 없는 기술을 모두 끌고 가는 건 비효율을 낳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유 대표는 유틸렉스가 기술 대비 라이선싱 성과가 없던 것도 제한된 리소스가 분산됐기 때문이라고 봤다.
컨설팅 전문가인 유 대표는 창업주 권 대표를 오랜 시간 설득해 파이프라인과 키워드를 추렸다. 그렇게 탄생한 집중전략이 세포유전자치료제(CGT) 'EU307'과 항VSIG4 항체 'EU103'이다.
이렇게 확립한 파이프라인에서 꽤 이른 시기에 성과가 도출됐다. 특히 EU307에 대해 시장은 반신반의했지만 ESMO 2024에서 해당 물질 임상 디자인이 초록(Abstract) 발표로 채택되자 시장은 관심갖기 시작했다.
CAR-T 치료제 EU307은 간세포암을 타깃한다. 간암 시장 자체는 전 세계 기준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크지만 독성 허들을 넘어서 유효성을 입증하는 것과 재발 환자에 대한 대처가 어려워 난항을 겪는 영역이다.
◇고형암 CAR-T 지탱할 재무 체력 확충 시작 "'실체'가 보인다" EU307은 CAR-T 치료제에서도 고형암을 타깃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통상 CAR-T 치료제는 한 번 투여로 높은 완전관해(CR) 비율을 보인다. 시장에선 '꿈의 항암제'로 표현하지만 고형암에선 입증된 사례가 없다.
유틸렉스는 고형암 중에서도 두 번째 시장이 큰 간암 시장을 타깃한다. 간암 환자에게서 과발현하는 GPC3를 타깃하고 사이토카인 IL-18 생성으로 CAR-T 기능을 향상시키는 기전이다.
'꿈의 파이프라인'을 끝까지 끌고가기엔 재무 체력을 확충하는 등 또 다른 대비가 필요하다. 기술 자체가 고형암 CAR-T로 독특하고 개발 관심이 큰 간암인만큼 사업화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당장 도래하는 특례 일몰에 대한 대응 전략도 마련해야 했다.
유 대표는 유휴자산을 활용한 비임상 임상수탁(CRO) 사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추가 자금 없이 당장 CRO 사업에서 곧바로 수익이 나왔다. 규모는 적지만 시장과 투자자들은 영속성에 대한 우려를 덜어낼 수 있는 '실체'가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감한 변화 자체가 국내 바이오텍에서 찾기 힘든 점도 새롭게 다가왔다.
유틸렉스 관계자는 "얼마 전 ESMO에 CAR-T 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 초록이 채택되는 등 호재는 있지만 기존 사업 개편과 R&D에서 크게 변한 건 없다"며 "시장에서 추상적인 부분을 걷어내고 '실체'를 입증해나가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