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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시총분석

'잠재역량을 현실로' 유틸렉스, 잃었던 투심 회복 시작

CAR-T 파이프라인 ESMO 초록 확정, 계속기업 이슈 해소 실마리도 확보

최은수 기자  2024-07-22 08:05:54

편집자주

시가총액이 반드시 기업가치를 대변하는 건 아니다. 신약개발에 도전하는 바이오업체일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제약바이오산업의 상황을 보여주는 좋은 잣대가 되기도 한다. 임상 결과나 기술이전(라이선스아웃) 등이 빠르게 반영되고 시장 상황도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제약바이오 회사의 시가총액 추이를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이슈와 자본시장의 흐름을 짚어본다.
고강도 사업 재편을 추진하고 있는 유틸렉스의 주가가 반등을 시작했다. 2년 전 외부에서 영입한 유연호 대표를 중심으로 '잠재 역량을 경영 성과로 현실화하겠다'는 전략이 서서히 가시화 되고 있다는 점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4-1BB에 집중하던 개발 전략은 유 대표 체제에서 항체치료제와 CAR-T 등 다채롭게 재정비됐다. IT 기업으르 인수하며 상장 유지 조건도 해결했다. CAR-T 치료제 EU307의 임상 디자인이 오는 9월 유럽종양학회(ESMO 2024) 초록으로 채택되는 호재까지 더해졌다.

◇"후광을 벗어던지자" 고강도 혁신 주문 '현실화 시작'

유틸렉스는 주식시장에서 19일 전일 대비 6.39% 오른 258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949억원이다. 올해 초 시총 1000억원이 무너진 이후 줄곧 내림세를 보이며 700억원대까지 내렸던 몸값은 하반기 들어 반등을 시작한 분위기다.


작년 3월 유 대표가 유틸렉스가 추진할 향후 10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성과'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이후 주가가 의미있는 움직임을 시작했다. 유 대표는 R&D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를 경영 성과로 증명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고강도 혁신을 주문했다.

유틸렉스는 그간 면역학 석학인 창업주 권병세 대표가 중심이 돼서 움직였다. 권 대표는 세계서 처음으로 4-1BB, AITR 등 면역관문활성물질을 발굴한 인물이다. 그의 후광은 유틸렉스가 설립 3년 만에 코스닥에 상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장 후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전면에 내세웠던 기술의 범위와 색채가 다양한 게 오히려 기업 가치를 내렸다. 바이오벤처가 소화할 수 없는 기술을 모두 끌고 가는 건 비효율을 낳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유 대표는 유틸렉스가 기술 대비 라이선싱 성과가 없던 것도 제한된 리소스가 분산됐기 때문이라고 봤다.

컨설팅 전문가인 유 대표는 창업주 권 대표를 오랜 시간 설득해 파이프라인과 키워드를 추렸다. 그렇게 탄생한 집중전략이 세포유전자치료제(CGT) 'EU307'과 항VSIG4 항체 'EU103'이다.

이렇게 확립한 파이프라인에서 꽤 이른 시기에 성과가 도출됐다. 특히 EU307에 대해 시장은 반신반의했지만 ESMO 2024에서 해당 물질 임상 디자인이 초록(Abstract) 발표로 채택되자 시장은 관심갖기 시작했다.

CAR-T 치료제 EU307은 간세포암을 타깃한다. 간암 시장 자체는 전 세계 기준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크지만 독성 허들을 넘어서 유효성을 입증하는 것과 재발 환자에 대한 대처가 어려워 난항을 겪는 영역이다.

◇고형암 CAR-T 지탱할 재무 체력 확충 시작 "'실체'가 보인다"

EU307은 CAR-T 치료제에서도 고형암을 타깃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통상 CAR-T 치료제는 한 번 투여로 높은 완전관해(CR) 비율을 보인다. 시장에선 '꿈의 항암제'로 표현하지만 고형암에선 입증된 사례가 없다.

유틸렉스는 고형암 중에서도 두 번째 시장이 큰 간암 시장을 타깃한다. 간암 환자에게서 과발현하는 GPC3를 타깃하고 사이토카인 IL-18 생성으로 CAR-T 기능을 향상시키는 기전이다.

'꿈의 파이프라인'을 끝까지 끌고가기엔 재무 체력을 확충하는 등 또 다른 대비가 필요하다. 기술 자체가 고형암 CAR-T로 독특하고 개발 관심이 큰 간암인만큼 사업화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당장 도래하는 특례 일몰에 대한 대응 전략도 마련해야 했다.

유 대표는 유휴자산을 활용한 비임상 임상수탁(CRO) 사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추가 자금 없이 당장 CRO 사업에서 곧바로 수익이 나왔다. 규모는 적지만 시장과 투자자들은 영속성에 대한 우려를 덜어낼 수 있는 '실체'가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감한 변화 자체가 국내 바이오텍에서 찾기 힘든 점도 새롭게 다가왔다.

유틸렉스 관계자는 "얼마 전 ESMO에 CAR-T 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 초록이 채택되는 등 호재는 있지만 기존 사업 개편과 R&D에서 크게 변한 건 없다"며 "시장에서 추상적인 부분을 걷어내고 '실체'를 입증해나가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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