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동양생명보험은 국내 최초의 중국계 보험사다. 2015년 중국 안방보험그룹에 인수된 이후 중국 자본의 관리 아래 놓여있다. 다만 최근 우리금융그룹 M&A 대상에 오르면서 다시 국내 기업으로 손바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생보사 중 가장 높은 매물 매력도로 우리금융의 눈도장을 찍었다. 동양생명의 매력은 무엇일까. 지배구조, 건전성, 수익성 등 현재 경영 상황 전반을 들여다본다.
동양생명의 자본적정성은 중장기 목표치인 180% 안팎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연초엔 2000억원 규모의 기발행 후순위채를 조기 상환하면서 자본적정성 관리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후순위채를 차환하지 않아도 목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동양생명은 단순히 자본의 양을 늘려 지급여력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현실화한 리스크를 재보험사에 이전하는 등 여러 경로를 통한 관리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맺은 RGA와의 첫 역외 공동재보험은 자본 관리 선진화 사례로 평가된다.
◇킥스비율 175%…기본자본만으로 90%가량 보전 가능 동양생명의 1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보헙업권의 대표적인 자본적정성 지표인 신지급여력비율(K-ICS·킥스비율)은 175.3%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 권고 수준을 웃돌고 자체 설정한 중장기 목표치 180%에 근접했지만 전 분기 대비로는 18.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킥스비율의 하락은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과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의 변동에 기인한다. 1분기 기준 가용자본은 3조9618억원, 요구자본은 2조2605억원이었다. 후순위채 2000억원 상환과 할인율 하락 등으로 가용자본이 2280억원 줄어든 반면 요구자본은 보험 및 시장위험 증가로 937억원 증가했다.
킥스비율이 하락하면서 표면적으론 자본적정성 수준이 저하됐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없다. 오히려 후순위채를 차환 없이 상환해도 향후 킥스 목표치를 웃돌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실제로 동양생명이 보유한 건전성 감독기준상 자본의 질은 준수한 수준이다.
지난 1분기 기준 동양생명의 기본자본은 1조9946억원이다. 기본자본은 건전성감독기준 재무상태표 상의 순자산(4조214억원)에서 가용자본 불인정 항목 및 보완자본 재분류 항목을 차감한 금액이다. 부채 성격을 띠는 보완자본 대비 손실흡수성이 높고 자본의 질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기본자본만을 요구자본에 대입해 지급여력을 추산해 보면 비율은 88% 수준이다. 회사에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하거나 대량해지가 발생하는 상황 등에서도 보완자본의 뒷받침 없이 기본자본만으로 이를 보전하기 위한 자금 88%가량이 준비됐다는 의미다.
◇역외 공동재보험 등 리스크 경감 수단 추가 확보 동양생명은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리스크를 경감하는 시도로 자본적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달 글로벌 재보험사인 RGA(Reinsurance Group of America)재보험과 맺은 2000억원 규모의 공동재보험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국내 보험사 중 역외 공동재보험의 첫 사례다.
공동재보험은 위험보험료만 재보험사에 출재해 보험위험만 이전하는 전통적 재보험과는 차이가 있다. 위험보험료와 저축 및 부가보험료까지 재보험사에 출재해 금리·해지 리스크 등도 재보험사에 함께 이전하는 것으로 킥스비율과 금리위험 관리 목적으로 활용된다.
동양생명 측은 "부채를 장부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는 새 회계기준 시행에 맞춰 금리로 인한 미래 변동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번 계약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보험개혁회의 출범 당시 금리 하락기 대비를 강조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동양생명은 자본 관리 수단을 추가로 확보하고 금리에 따른 미래 변동성 축소로 자본적정성을 한층 수월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실제로 주식형 자산 증가로 시장위험이 상승 추세인 동양생명엔 새 활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위험은 시장위험의 하위항목이다. 금리위험을 비롯해 주식위험, 환율위험, 부동산위험, 자산집중위험의 합이 바로 시장위험이다. 동양생명의 시장위험은 상승세로 지난해 3분기 8566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2520억원, 지난 1분기 1조3037억원까지 불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