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합병(M&A)으로 비은행 부진 탈출을 도모한다. 최근 주력 비은행 계열사인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종합금융은 예년 수준의 순이익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동양·ABL생명 인수가 성사되면 생명보험업 포트폴리오를 추가하는 것은 물론 단숨에 그룹 순이익 2위 수준의 계열사를 추가하게 된다. 최대 약점으로 꼽히던 은행업 의존도를 단기간에 낮출 수 있는 셈이다.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되는 증권업 재건 기간 동안 비은행 버팀목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비은행 침체 장기화…M&A 절실한 우리금융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실사에 돌입했다. 다음달께 실사와 협상을 마치고 인수 여부를 결정하는 수순이다.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를 핵심 과업으로 추진했다. 한국포스증권 인수로 증권사를 보강하면서 보험사만 추가하면 임 회장이 과제를 완수할 수 있는 상황이다.
동양·ABL생명과 협상 물꼬가 트이면서 보험업 추가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는 평이다. 우리금융은 롯데손해보험 인수에도 상당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으나 외국계 투자자와의 경쟁, 높은 가격이 부담이었다. 동양·ABL생명 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과는 단독 협상에 나서는 만큼 오버 페이 우려를 덜 수 있게 됐다.
우리은행은 비은행 비즈니스 침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동양·ABL생명 인수가 절실하다. 고금리 장기화 기조 속에 우리은행이 연간 2조원대 순이익을 내고 있으나 비은행 계열사 존재감은 미미해졌다.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 순이익은 지난해 1120억원, 1280억원으로 전년 대비 930억원(45%), 550억원(30%)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는 우리카드가 290억원, 우리금융캐피탈이 330억원 순이익을 냈다. 현 추세가 이어지면 2022년 수준의 순이익 회복은 쉽지 않다.
우리종합금융은 지난해 우리금융 계열사 중 가장 고전했다. 순손실 530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 순익 130억원을 올렸으나 2022년 연간 순익 920억원을 회복하긴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우리카드·캐피탈·종금' 웃도는 '동양·ABL생명' 순익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을 인수할 경우 즉시 전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2706억원, 올 1분기 827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ABL생명 순이익 합치면 지난해 3506억원, 올 1분기 906억원이다.
동양생명의 지난해 순이익은 우리카드(1120억원), 우리금융캐피탈(1280억원)을 합친 것보다 많다. 올해 1분기에도 우리카드(290억원), 우리금융캐피탈(330억원), 우리종합금융(130억원) 총합보다 큰 규모로 순이익을 올렸다. 동양·ABL생명이 우리금융 계열사로 합류하면 순이익 2위 계열사가 되는 것은 물론 침체된 비은행 비즈니스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 부활 프로젝트에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도 동양·ABL생명 합류는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종금은 한국포스증권 합병을 염두에 두고 공격적으로 인력을 영입하고 있지만 자기 자본 1조1000억원 수준으로 단기간에 사세 확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중견 증권사를 추가로 인수하지 않는 한 중장기적으로 외형을 키워나가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을 뒷받침할 비은행 계열사의 부재가 우리금융의 가장 큰 고민거리"라며 "상당한 순익을 내고 있는 동양생명, ABL생명 인수는 빠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