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이 인수합병(M&A) 전선을 생명보험업으로 넓혔다. 롯데손해보험 예비입찰에 참여한 상태에서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동시에 타진하는 국면에 놓였다. 우리금융은 롯데손보 본입찰 참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막판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동시다발적 M&A 진행 배경에는 우리금융의 전략이 자리한다.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 취임 후 시장에 나와 있는 모든 매물을 검토하고 조건에 부합할 시 M&A를 제안하고 있다. 한국포스증권 인수에 앞서 상상인저축은행을 실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사전에 물밑에서 접촉했던 동양생명과 ABL생명 매도자 측이 전향적으로 매각 의사를 밝히면서 롯데손보 딜과 동일선상에 놓이게 됐다.
◇롯데손보 본입찰 카드 끝까지 고민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중국 다자보험그룹 등과 동양생명, ABL생명 인수를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구속력이 없는 MOU로 실사와 가격 협상을 시작하는 단계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 딜과 별개로 오는 28일로 예정된 롯데손보 본입찰 참여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사 내용을 토대로 보수적으로 산정한 인수 제안가를 전달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우리금융은 여러 차례에 걸쳐 롯데손보 인수에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롯데손보 본입찰과 동양생명·ABL생명 MOU 일정이 겹친 건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매각에 전향적인 입장을 취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우리금융은 임 회장 취임 후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인수 의지가 있음을 전달했지만 다자보험 측은 곧바로 반응하지 않았다. 그 사이 우리금융이 증권사 인수를 매듭짓고 롯데손보 예비입찰에 참여하자 다자보험도 협상 테이블을 차리기로 했다.
우리금융 M&A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오래 전부터 우리금융의 관심 매물이었고 매도자 측에서 매각 의사를 밝히면서 MOU가 진행된 것"이라며 "롯데손보 본입찰 참여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MOU 구속력이 없고 가격 협상도 시작되지 않은 동양·ABL생명 딜 때문에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수자 우위' 국면 펼쳐질까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이 롯데손보 본입찰에 참여할 경우 매수자 우위 국면을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손보, 동양생명·ABL생명 딜을 투 트랙으로 진행하면서 상대 측이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앞서 KDB생명 매각 본입찰 때 하나금융이 참여했다가 인수를 철회한 것처럼 우리금융도 협상 경과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다.
우리금융이 임 회장 체제에서 사실상 전수 검토 수준으로 매물을 검토해 온 것도 협상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임 회장은 지난해 증권사 인수를 위해 초대형 IB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견 증권사에 M&A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가격 눈높이가 맞지 않았고 한국포스증권을 별다른 인수 대금 없이 우리종합금융과 합병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오버 페이는 없다는 M&A 원칙을 시장에 명확히 알린 것이다.
전수 검토 전략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타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우리금융은 저축은행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영업 권역이 충청권으로 제한돼 수도권을 무대로 삼는 상상인저축은행이 매력적이라고 봤다. 다만 저축은행업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를 감내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 철회했다. 우리금융의 보수적인 M&A 원칙을 확인시킨 사례다.
우리금융 M&A 방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가격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인수가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산정하는 방향으로 롯데손보, 동양생명·ABL생명 딜에 접근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매물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업과 손해보험업 모두 미진출 상태인 만큼 특정 매물을 더 선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손해보험업과 생명보험업은 다른 영역으로 우리금융은 특정 업권 진출을 우선시하지 않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 두 딜 모두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