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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CP 활용

조달비용 낮춘 CJ대한통운, CP 운용 '절제미'

영구채 일부 CP로 리파이낸싱…CP 확대에도 신용등급 상향 트리거 유지

백승룡 기자  2024-06-03 10:31:41

편집자주

기업들은 각사 재무전략에 따라 부채자본시장(DCM)을 통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등을 활용, 만기 구조를 분산시켜 신용을 관리한다. CP의 경우 발행사 입장에서는 공시의무가 없고 증권신고서 제출을 하지 않아도 돼 빠르게 단기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투자자들은 CP의 발행과 상환 정보, 그 뒷 배경 등에 대해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더벨은 각 기업들의 CP 활용법을 살펴보기로 한다.
회사채 시장 ‘정기 이슈어(issuer)’였던 CJ대한통운이 올해는 기업어음(CP)으로 자금조달 창구를 틀었다. 연내 금리인하를 예상하면서 단기자금으로 조달비용을 낮추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CJ대한통운의 CP 금리는 3% 후반대로 낮아진 상태다. CJ대한통운은 오는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다시 회사채 시장을 찾아 차입구조를 장기화하겠다는 계획이다.

◇ 올해 두 배로 늘어난 CP 발행잔액…”CP 금리 메리트 높은 시기”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31일 기준 CJ대한통운의 CP 발행잔액은 총 3800억원 규모로 집계된다. 지난해 말 CP 발행잔액이 20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 들어 회사채는 발행하지 않았다. CJ대한통운이 AA-(안정적)라는 우량등급을 앞세워 △2020년 2000억원 △2021년 2000억원 △2022년 2100억원 △2023년 4000억원 등 거의 매년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지난 2월 50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가 돌아왔지만 리파이낸싱을 하지 않고 보유 현금으로 상환했다.

올해 3월 도래한 3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시점에서는 사모시장에서 1500억원어치만 차환 발행하고 나머지는 상환에 나섰다. 이때 상환한 금액은 1800억원으로, CJ대한통운의 올해 CP 발행잔액과 일치하는 규모다. 즉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대응 과정에서 1800억원 규모는 CP 발행 자금으로 상환한 이후, CP 만기가 1~3개월 수준이다 보니 이를 계속해서 리파이낸싱하고 있는 것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CP 금리가 낮아서 회사채를 대체해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의 CP 발행금리는 1~2월 4.5% 안팎이었지만 3월부터는 3.6~3.7% 수준에서 조달이 이뤄졌다. 가장 최근 발행이었던 이달 27일 300억원 규모 CP 발행금리(91일물)도 3.65%였다. CJ대한통운과 같은 AA-등급의 회사채 금리(3년물 기준)는 이달 말 3.8%대에서 형성돼 있어, CJ대한통운 입장에서는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대신 금리를 15~20bp 수준 낮추는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 FCF 흑자 유지하면서 CP 활용…하반기 회사채 발행도 검토

CP 등 단기성 차입금의 단점은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경우 기업의 유동성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CJ대한통운은 잉여현금흐름(FCF) 흑자 기조 속에서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물량만 CP로 리파이낸싱해 유동성 대응력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CJ대한통운의 FCF는 지난해 4758억원의 흑자를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 598억원 수준이었다.

특히 신용등급 상향 트리거를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CP 규모를 통제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공통적으로 CJ대한통운의 신용등급 상향 검토요인 지표 중 하나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3배 이하’를 제시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CP 발행이 늘면서 올 1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 규모도 3조원을 웃돌았지만, EBITDA 대비 순차입금 지표는 2.9배로 여전히 상향 트리거를 충족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FCF 흑자로 외부 차입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차환 물량만 CP로 이자비용을 조절하는 방식이 두드러진다"며 "재무안정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 통제된 범위 안에서만 CP를 활용하는 게 CJ대한통운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향후 금리 추이에 따라 올 하반기 회사채 발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회사채 발행이 이뤄지면 그간 CP로 조달한 단기성 차입금을 장기 차입금으로 전환할 수 있을 전망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올해 CP 발행을 늘린 이유가 금리 메리트인 만큼, 금리 추이에 따라 회사채 발행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와 시장의 금리 추이를 면밀히 검토해 효율적인 자금조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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