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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모니터SK㈜

'재산 분할' 오너리스크, 공들인 ESG에 영향 미칠까

이슈 모니터링하는 평정기관, 지분 변동 가능성 예의주시

김위수 기자  2024-05-31 14:49:22
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해야 할 위기에 빠졌다. SK㈜ 지분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한 항소심 판결에 최 회장은 물론 SK그룹도 난감해진 상황이다.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2심 판결에서 인정한 재산분할 액수가 워낙 크다보니 SK그룹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경영권에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영향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오너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지배구조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한국ESG기준원(KCGS) 관계자는 "주주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살펴보기 위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송 자체보다 지분 변동 가능성 지켜봐야

최 회장이 벌이고 있는 이혼소송 자체는 ESG 평가 대상이 아니다. 사회(S) 영향이든 지배구조(G) 영향이든 오너 개인사 자체를 기업 ESG에 대한 평가 잣대로 보고 있지는 않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은 지분구조의 변동 가능성이다. 현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일부 지분 매각이 수반된다면 ESG 평가에 있어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ESG 연구소 한 관계자는 "재산분할 과정에서 지분이 줄어든다면 지배구조 평가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책임경영에 있어 높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지분변동으로 인해 경영권이 불안정한 상태가 되거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합리적이지 않은 수단을 활용할 경우 건전하지 않은 지배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받을 수 있다. 지배구조가 주주가치 및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이 난 지난 30일 이후 SK㈜ 주가는 오름세다. 31일 오후 기준 SK㈜의 주가는 판결이 나기 전날인 19일 종가보다 약 12% 오른 상태다. 지금과 같은 주가 상승세가 이어진다고 해도 주주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평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가를 움직인 근원 자체가 리스크이고,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해도 향후 영향을 예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핵심은 재산분할 규모

SK㈜는 각종 ESG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상태다. KCGS가 부여한 등급은 A+로 국내 기업이 받은 등급 중 가장 높은 점수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의 ESG 평가에서도 'AAA'로 2년 연속 최고 등급을 유지 중이다.

최 회장의 이혼소송은 당장 SK㈜ ESG 등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단 최종 판결 결과에 따라 간접적인 영향이 생길 가능성은 남아있다.

결국 재산분할 명목으로 지급해야 할 액수가 얼마로 확정되는가가 ESG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큰 이슈다. 2심처럼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 판결이 나온다면 여러모로 불리하다. 계열사 지분 매각, 주식담보대출 등의 선택지가 있기는 하지만 1조원이 넘는 현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지분율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해도 ESG 평가 과정에서 이에 따른 영향을 분석할 정도의 사안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ESG 평정기관들도 소송의 흐름을 살피며 향후 SK㈜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지 들여다보고 있다.

최 회장 측이 2심 판결에 대해 상고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최 회장의 변호인단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편견과 예단에 기반해 기업의 역사와 미래를 흔드는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며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소송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대법원에서도 상당히 신중하게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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