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성 간암 후기임상 첫 관문을 넘은 박셀바이오의 주가가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전체 임상 성패를 가늠하는 1·2차 지표를 충족했지만 시장에선 완전관해(CR)의 비율이 바뀐 점을 들며 임상 자체에 의구심을 보인다.
박셀바이오는 이번 임상이 당초 타임라인 대로 순항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기존 계획했던 조건부 승인을 비롯한 1차 치료제 출시를 위한 전략도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며 시장의 오해를 불식하고 나섰다.
◇톱라인과 동일한 ORR에도 완전관해 빌미로 급등락 박셀바이오는 22일 간암 치료제 VAX-NK/HCC 2a상 결과를 공시했다. 발표 당일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1만9400원에서 시작해 2만5200원에 마감했다. 그러나 이튿날부터 주가는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27일 현재도 주가는 하락하며 2만원 초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간암 2a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랐다가 갑자기 일부 임상 결과에 의문점을 제기하면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진행성 간암 임상 2a상에서 완전관해 비율이 톱라인 때와 대비해 절반으로 줄었다에 의문이 제기됐다.
기존 톱라인 분석을 통해 박셀바이오가 제시했던 완전관해 환자 비율은 16명 중 6명(37.5%)이었다. 최종분석 결과에서 박셀바이오가 특정한 완전관해 환자는 3명이다.
통상 항암 임상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가 관해(Response)로 꼽힌다. 관해의 정도에 따라 암이 관찰되지 않는 CR와 부분관해(PR)로 나뉜다. 시장에선 주로 완전한 치료에 무게를 두고 완전관해에 집중한다. 박셀바이오는 이 비율이 절반으로 축소되면서 임상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나타났다.
박셀바이오는 기존 진행성 간암 임상에서 1차 치료제의 대체제로 떠오를만큼 의미있는 데이터를 공개했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핵심 지표인 CR 비율이 변동되면서 주가가 상당한 영향을 받았던 셈이다.
하지만 박셀바이오는 CR 보다는 평가지표를 얼마나 충족했는 지를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1차 평가지표인 객관적반응률(ORR)은 68.75%로 기준점을 넘어섰고 2차 평가지표인 질병조절률도 100%를 기록했다.
이제중 박셀바이오 대표는 "최근 임상 결과를 두고 시장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고 주가도 심한 변동성을 보인다"며 "CR 비율이 바뀌었지만 1차 지표 안에 포함되는 또 다른 관해인 PR 비율이 오히려 늘어나 1차 평가지표인 ORR은 68.75%로 기존 톱라인과 동일했다"고 말했다.
◇기초연구 특화한 CSO 이탈도 악재로 해석… "묵묵히 갈 길 가겠다" 박셀바이오의 Vax-NK/HCC와 HAIC 병용 2a상은 1차 치료제 시장을 겨냥한다. 처방 가능한 표준치료제조차 약 30%의 ORR을 보이는 점을 고려할 때 충분히 승산을 보인다는 게 박셀바이오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박셀바이오가 제시한 객관적 데이터보단 다른 이슈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최근 공동창업주인 이준행 CSO가 등기임원을 사임하고 회사를 떠난 것도 악재로 해석했다. 이 전 CSO는 대한백신학회 회장과 국제백신학회 상임이사 등을 역임한 국내 백신 분야 권위자다.
이 같은 외풍에도 표준치료법인 아테졸리주맙과 베바시주맙(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을 대체한다는 박셀바이오의 목표에는 흔들림이 없다. 특히 박셀바이오 기전은 자체면역세포를 활용하는 만큼 이번 항암 임상에서 유의미한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에 자신하고 있다. 안전성은 치료제가 상용화되는 데 중요한 판단 요소다.
최근 간암 치료 트렌드가 1차 치료제 주류로 자리잡은 아바스틴 등의 표적항암제에서 면역항암제로 넘어가고 있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바이엘의 넥사바로 불리는 소라페닙과 렌비마(렌바티닙) 이후론 줄곧 면역항암제가 간암 처방 시장에서 주류로 채택됐다.
박셀바이오는 이 흐름을 파악해 면역세포치료제로 간암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했다. 내부적으로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임상 2a상을 마무리하고 임상 2b상를 조건부허가 품목허가용 임상으로 진입하는 전략도 고려 중이다.
이 대표는 "박셀바이오는 임상개발 중심 바이오벤처인만큼 R&D 성과 창출과 상업화를 위해 몰두해 왔고 앞으로도 이 기조를 이어나가 주주와 시장에 성과를 나타내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