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전자 재무라인을 관통한 최대 이슈로는 '현금 확보'가 꼽힌다. 보유하던 투자자산을 처분하고 국내외 자회사에 대규모 배당을 받으며 실탄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분투했다.
올 1분기 반전을 이뤘다. 삼성전자 본사의 실질 현금 동원력을 볼 수 있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겼다. DS부문의 실적 개선과 더불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배당을 수취하고 단기차입금을 늘린 점이 영향을 미쳤다.
◇'3년만' 별도 현금 10조 돌파, 작년말보다 2배 '급증'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보고서에 따르면 3월 말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2조2823억원이다. 작년 말보다 102.6% 늘어난 수준이다. 단기금융상품은 503억원으로 0.4% 늘었다. 두 계정을 더한 전체 현금성자산은 12조3326억원으로 101.8% 증가했다.
늘어난 현금 규모는 삼성전자에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별도 기준으로 3년만에 10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의 별도 현금성자산은 2020년 말 30조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이듬해 18조9195억원으로 급감했고 2022년 말에는 3조9217억원까지 줄었다.
별도 기준 현금의 증가세가 연결보다 가파르다는 점이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연결 기준 재무상태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전체 현금성자산은 97조3928억원이다. 작년 말과 비교해 증가 폭은 5.4%다.
연결 회계에는 삼성전자 본사뿐 아니라 국내외의 종속사들의 성과가 포함된다. 또 자회사들과의 자금거래 등이 있는 경우에는 회계 조정을 거치기도 한다. 연결과 별도 기준 재무상태표만 보면 글로벌 각지에 소재한 계열사들보다 삼성전자 본사로 더 많은 현금이 유입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규모 배당 수취·단기차입 확대 '키포인트' 삼성전자의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이 급격하게 불어난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DS부문의 실적 개선이 꼽힌다. DS부문은 작년 반도체 업황 악화로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크게 부진 기록했다. 하지만 올 들어 흑자 전환하며 전체 실적 향상을 견인했다.
올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4조62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8836억원)의 2배를 훌쩍 웃도는 금액이다. 분기순이익 등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이 6조83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 전환해 증가세에 기여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최근 실탄 확보를 위해 활용한 글로벌 자회사, 관계·공동기업 등에서의 배당금 수취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올 1분기 별도 기준 배당금 수입은 8조323억원이다. 작년 1분기(8조1192억원)보다 감소했지만 여전히 8조원을 넘었다.
삼성전자의 별도 배당금 수입은 2022년 총 3조5514억원이었다. 작년에는 29조4978억원을 기록하며 8배 이상 급증했다. 올 1분기에도 작년과 비슷한 스타트를 끊으면서 실탄 확보를 위한 긴요한 수단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단기차입금 확대도 올 1분기 말 현금성자산이 증가한 배경 중 하나다. 올 1분기 말 별도 단기차입금은 8조5554억원으로 작년 말(5조6252억원)보다 52.1% 급증했다. 별도 단기차입금은 우리은행 등 금융기관에 매출채권을 담보로 제공한 뒤 끌어왔다.
반면 장기차입금에는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 올 1분기말 22조9013억원으로 작년 말(22조9020억원)과 비교해 유의미한 변동이 없었다. 삼성전자는 작년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1조9900억원을 장기차입했다.
차입금이 늘어나면서 이자비용이 늘어났지만 큰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 올 1분기 이자 지급 비용은 1630억원으로 작년 1분기(902억원)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