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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산업용지 제조사 '아세아제지'가 거버넌스(지배구조) 측면의 열위에 놓여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 평가에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경영에 대한 독립적·객관적 감시 기구 역할을 하는 이사회에 대한 평가가 뒤쳐진 상태다. 최근 관련 역량을 보강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등 변화 시도는 감지된다.
현재 아세아제지 지배구조 핵심 지표는 70%대의 준수율을 보이고 있다. 총 15개 항목 중 11개를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카테고리(주주·이사회·감사기구)로 보면 감사기구 항목은 모두 충족했다. 하지만 각각 주주 및 이사회 카테고리 준수율이 50%, 67% 수준에 그치며 전체 수치를 끌어내렸다.
이사회 의장과 경영진이 분리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이다. 아세아제지는 사내이사인 유승환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이는 경영 감시 기구로서의 이사회 역할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도록 의장과 CEO를 분리토록 권고하는 당국 지침과 상반된다.
관련해 아세아제지는 이사회의 효율적 운영과 신속한 집행을 위한 목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경영 환경 변화를 파악해 이에 대응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선 CEO가 의장을 겸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내부적으로도 해당 부분에 대한 개선 논의는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거버넌스 측면의 부진은 전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점수를 갉아먹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KCGS가 평가한 아세아제지 ESG 등급은 C 등급에 그쳤다. KCGS ESG 평가 등급이 각각 S, A+, A, B+, B, C, D 순으로 구성된 것을 고려하면 지속 가능 경영 측면에서 아세아제지 역량은 상대적으로 열위 상태에 놓여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배구조(G) 항목 점수가 최하점으로 낮은 탓이다. 직전년도 대비 환경(E) 등급은 한 계단 상승했으나 지배구조 측면의 점수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총 등급은 그대로 유지됐다.
일부 개선 노력은 기울이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서야 사외이사 후보 추천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아세아제지는 지난해 상반기 사외이사후보추천 소위원회를 꾸렸다. 기존엔 별도 추천 기구 없이 이사회에서 해당 업무를 도맡았다. 아세아제지 이사회가 상대적으로 사내이사 비중이 높고 조직 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를 견제할 만한 사외이사 후보 선임이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현재 전담 기구를 구축해 관련 역량을 일부 보완했다. 조원경 사외이사가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이현탁 공동 최고경영자(CEO)와 유완희 사외이사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만 임원 연임과 관련한 평가 장치는 부재한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아세아제지는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다. 업무 성과, 개별 실적 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상태다. 이 성과 평가를 토대로 사외이사 재선임 및 보수 등이 결정돼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시스템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다.
아울러 직무 수행에 필요한 적극적 지원도 요구된다. 현재 한국ESG기준원(KCGS) 등 금융 당국은 사외이사가 직무 전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주기적으로 사내외 교육을 제공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반면 아세아제지는 이와 관련한 직무 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단순히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이사회 안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그친다. 일례로 아세아제지가 지배구조 보고서에 기재한 사외이사 교육 일자는 모두 이사회 개최일과 겹친다. 사실상 적극적인 직무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룹 차원에서의 개선 노력은 기울이고 있다. 지주사인 '아세아'를 비롯해 형제사 '아세아시멘트' 등이 공동 참여하는 ESG경영협의회를 신설해 운영 중이다. 해당 조직은 각각의 아세아 계열사 ESG 정책 수립 지원 역할을 맡고 있다. 협의체 과반수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해 의사결정의 독립성을 강화했다. 이러한 활동을 토대로 연례 ESG 평가 등급을 점진 상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