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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산업용지 제조사 '아세아제지'가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제고를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배당 확대, 자기주식 소각 등 기본적인 주주 환원책 강화를 비롯해 시장과의 소통 창구를 활짝 열었다. 직통, 온라인 등 기업설명(IR) 담당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다양히 마련했다. 관련 자료도 대외적으로 충실히 공유하고 있다.
이는 올해 금융 당국의 상장사 가치 제고 지원 정책인 '밸류업 프로그램'에 비춰볼 때 긍정적인 변화로 꼽힌다. 주주 등 시장과의 투명한 정보 공유를 토대로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를 이끌어 내도록 하는 정책 방향성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단순 사업·재무 지표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거버넌스) 등 현황을 투자자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밸류에이션 면에서의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세아제지는 기업 가치 관리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전개하고 있다. 재무, 비재무 관련 IR 사항을 꼼꼼히 공유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전까진 매년 한 차례 직전 사업연도 전반에 관한 보고서를 공유하는데 그쳤으나 지난해부터 분기별 IR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중장기 자본적지출(CAPEX) 계획 등 사업 지표를 비롯해 주주 환원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핵심 투자 요인을 기재했다. IR 담당 직통 전화도 공개해 뒀다.
아세아제지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주주총회 등 간담회 자리에서 환원 정책 확대 관련 개인 주주 요청이 꾸준히 있었고 내부적으로 이를 검토해 장기 주주 정책과 개선 방향을 수립하게 됐다"며 "실제 안건으로 상정되진 않았지만 주주 측 부의 요구가 계속해서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세아제지는 주주 측 요구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였다. 각종 투자 정보 및 ESG 경영 내용을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히 공개했다. 이해 관계자 대응 및 소통 확대에 방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올 상반기 그룹 통합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도 발간할 계획이다. 해당 보고서엔 지배구조 개선, 사회 공헌 등 ESG 활동 전반 내용이 담긴다. 이는 현재 자율공시 사항이지만 아세아제지는 2022년 이를 처음 발간했다.
거버넌스와 관련해 국내 상장사 대비 선제적으로 도입한 정책도 있다. 현재 아세아제지는 IR 홈페이지를 통해 이사회역량지표(BSM, Board Skills Matrix) 모델을 공개하고 있다. BSM 모델은 보드멤버(이사회 구성원)의 핵심 역량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주주는 회사의 방향성과 전략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구성원 능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해 교육 등 필요한 자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세아제지는 총 7명 보드멤버에 대한 핵심 역량 기입과 함께 현재 각 이사가 속해 있는 소위원회, 임기 만료일 정보 등을 상세히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직접적인 밸류에이션 반등 장치를 마련했다. 거래량 확대를 촉진하기 위해 1주당 가액을 낮췄다. 구체적으로 지난달 주식 액면가를 기존 5000원에서 1000원으로 변경하는 액면분할을 진행했다. 주당 거래가를 낮춰 거래 유동성을 높이고 상대적으로 투자 접근을 보다 용이하게 만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 거래량은 얼마간 반등했다. 지난 14일 아세아제지 일 거래량은 올해 3월 마지막 사업일(29일) 일 거래량 대비 약 4배 증가했다.
장기적으로 주주 환원책도 함께 전개한다. 1주당 가치 제고를 위한 자기주식 소각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2026년까지 보유 자기주식 전량을 소각하는게 목표다. 이달 기준 아세아제지는 총 6.52%의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14일 종가 기준 총 245억원 규모다. 올해 2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는 동시에 물량을 순차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당분간 배당 역시 늘린다. 지난해 사업연도를 시작으로 총 4년간의 배당 계획을 평년대비 높여잡았다. 이 기간 매년 별도 당기순이익의 25%를 배당액으로 지출한다. 최근 몇 년간 추이를 보면 비교적 높은 수치다. 2019~2022년 4년간 아세아제지 별도 배당성향은 11~15% 수준에 그쳤다. 주당배당금(DPS)은 대개 100원대에 머물렀다.
당장 밸류에이션 면의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아세아제지는 지난해 말 연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배를 기록했다. 동일한 시점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직전년도 대비 소폭 올랐으나 여전히 4배 수준이다. 이같은 투자 지표 부진은 장기간 지속돼 왔다.
아세아제지 관계자는 "아무래도 장치 산업이다 보니 피어그룹(비교군) 전반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낮게 형성돼 온 편"이라며 "당분간은 계획대로 주주 정책을 진행하고 그 외 별도 사항에 대해선 이사회를 중심으로 결정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