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게임사 주가는 대부분 곤두박질쳤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반짝' 호황이 끝난 탓이다. 깜짝 실적이 신기루처럼 사라지면서 중소형사는 물론이고 대형사까지 펀더멘털이 흔들렸다.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미래를 위한 투자는 뜸해졌다. 하지만 추락하는 주가를 지켜만 보는 기업은 없다. 더벨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게임사들이 주가 반등을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는지 살펴본다.
크래프톤 주가에 힘이 실리고 있다. 1분기 사상 최대 매출(6659억원)을 달성하면서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23.6% 성장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라는 점이 뜻깊다. 최근 국내 게임사 대다수는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크래프톤이 불황 속에서도 성장곡선을 그린다는 것은 펀더멘털이 그만큼 탄탄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매출 증가는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9.7% 증가한 3105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46.6%다. 순이익은 348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0.5% 늘어났다. 직전분기와 비교하면 흑자 전환했다. 순이익률은 52.3%다. 영업외손익 항목 중 하나인 외환이익이 늘어나면서 순이익이 영업이익보다 커졌다.
통상 게임사는 다른 업종에 비해 이익률이 높다지만 크래프톤은 동종 경쟁사와 비교해도 유독 우수한 편이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대형 게임사와의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스마일게이트 35.5% △넥슨 31.8% △엔씨소프트 7.7% △카카오게임즈 7.2% △넷마블 -2.7% 등이었다. 크래프톤은 40.2%였다.
◇크래프톤 최대 매출…ROE 개선 기대감
수익성은 주가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ROE는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기업이 보유한 자기자본 대비 순이익을 얼마나 창출했는지 파악하는 지표다. 자기자본이 일정한 상황에서 순이익이 증가하면 ROE는 높아진다.
크래프톤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직전인 2020년 말 ROE는 61.8%에 달했다. 통상 ROE는 10%가 넘으면 우수하다고 판단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였다. 대표작 <배틀그라운드> 글로벌 흥행으로 순이익이 가파르게 늘어난 덕분이었다. 크래프톤 상장 당시 공모가가 주당 50만원에 육박했던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ROE는 10%대로 내려앉은 상태다. 꾸준한 흑자로 자기자본은 계속해서 불어났지만 순이익은 줄곧 5000억원대에 머무르고 있어서다. 2020년과 지난해 실적을 비교하면 순이익은 5563억원에서 5954억원으로 7% 증가했다. 자기자본은 1조2141억원에서 5조5544억원으로 357.4% 늘어났다.
주가도 ROE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상장 당시 2021년 8월 주가는 50만원 전후로 움직였다. 하지만 이내 우하향 곡선을 그리더니 지난해 15만원선까지 무너졌다. 다행히 최근엔 25만원까지 회복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게임사 실적이 무너지는 가운데 독보적인 이익 안정성을 보여 상대적 투자 매력도가 높다"라고 설명했다.
◇자사주 취득으로 자기자본도 감축
크래프톤은 순이익 증가과 더불어 자기자본 감축도 구상하는 모습이다. 순이익이 일정하다면 자기자본을 줄이는 방식으로 ROE를 개선할 수 있다. 지난 3월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3개월간 2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공언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도 1679억원 규모 자사주를 사들였다.
자사주 취득은 자기자본을 줄이는 대표적인 전략이다. 회계상 자사주를 취득하면 현금이 빠져나간다. 하지만 자사주는 자산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자본의 차감항목(자본조정)으로 계상된다. 현금은 빠져나갔는데 자산은 늘어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자기자본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나아가 크래프톤이 최근 ESG위원회를 신설한 것도 주가를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크래프톤은 8일 이사회를 열고 ESG위원회 설치를 결의했다. 향후 크래프톤 ESG 전략을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다. 업계 관계자는 "ESG 경영을 강화하면 주주요구수익률(주주들이 기대하는 최소한의 수익률)이 낮아져 주가에 도움이 된다"라고 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