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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IB들에게 대기업 커버리지(coverage) 역량은 곧 왕관이다. 이슈어와 회사채 발행이란 작은 인연을 계기로 IPO와 유상증자 등 다양한 자본조달 파트너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기업들이 증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 탄탄한 트랙레코드를 기반으로 한 실력이 될 수도 있고, 오너가와 인연 그리고 RM들의 오랜 네트워크로 이어진 돈독한 신뢰감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기업과 증권사 IB들간 비즈니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스토리를 좀 더 깊게 살펴본다.
하이투자증권이 DCM(부채자본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인수단 진입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난도 높은 CJ CGV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참여해 대형 IB(투자은행)과 함께 물량을 책임졌다. CJ제일제당, CJ ENM에 이어 올 들어 세 번째 CJ그룹 딜이었다.
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 발행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눈에 띄는 건 CJ와 HD현대 모두 옛 최대주주란 인연으로 묶인다는 점이다. 하이투자증권은 2018년 DGB금융지주에 인수되기 전까지 HD현대그룹에 속해 있었다.
◇'미매각' 우려 컸던 CJ CGV 신종자본증권 인수
IB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15일 발행된 1200억원 규모 CJ CGV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인수단으로 참여해 100억원을 책임졌다.
CJ CGV는 DCM 전통 강자인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비롯 신한투자증권, SK증권, 삼성증권으로 주관사단을 구성했다. 지난해 일반 회사채(SB) 주관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포함시킨 것이다. 대규모 주관사단을 꾸린 만큼 인수회사는 하나만 추가했는데 이 곳이 바로 하이투자증권이다.
이번 CJ CGV의 신종자본증권은 발행 전부터 IB업계의 고민이 컸던 딜이다. 과거 코로나19 시기보다는 경영 환경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어 기관투자자 수요를 잡기 어려웠다. IB업계에서는 발행에 참여한 증권사 대부분 미매각을 감수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수요예측 전 예상처럼 실제 증권사가 물량을 대거 떠안아야 했다. 최종 청약 끝에 250억원의 주문만 확인돼 나머지 950억원을 인수 비율에 따라 나눠 가졌다. 하이투자증권도 70억원을 인수했다.
하이투자증권은 2021년 이후 약 3년 만에 CJ CGV의 공모 발행에 참여했다. 이 때는 후순위 전환사채 발행 인수단에 포함돼 700억원을 책임졌다. 하이투자증권은 그동안 유동화 분야에서 CJ CGV와 거래를 지속하다가 본격적으로 조달에 동참하게 됐다.
이번 인수단 참여는 CJ그룹과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행보다.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1월 CJ제일제당의 17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과 CJ ENM의 1300억원 어치 공모채 발행에 인수회사로 참여한 바 있다. CJ그룹 계열사가 올해 실시한 모든 공모 DCM 발행에 함께한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CJ CGV 신종자본증권 같은 고난도 딜에 함께하면 발행사 입장에서 참여한 IB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며 "발행에 참여한 증권사 모두 향후 CJ그룹 알짜 딜을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CJ·HD현대, 과거 '최대주주' 공통분모
하이투자증권은 HD현대와도 끈끈한 인연을 자랑한다. 오는 22일 수요예측이 예정된 HD현대건설기계 공모채 인수단에 포함됐다. HD현대건설기계는 우선 600억원을 모집할 계획인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1200억원까지 증액할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1월 HD현대오일뱅크를 시작으로 HD현대중공업, 지난달 말 HD현대, 이달 초 HD현대인프라코어까지 HD현대그룹 발행에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올 들어 지금까지 HD현대그룹이 발행한 공모채 중 900억원을 인수했다. HD현대그룹 공모채 인수 순위 7위에 자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CJ그룹과 HD현대그룹은 하이투자증권의 옛 최대주주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DCM 시장에서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1989년 부산·경남 지방을 기반으로 세워진 하이투자증권은 1997년 제일제당에 인수돼 CJ그룹에 편입됐다. 2004년에는 CJ투자증권으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 CJ그룹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매각을 결정했고 현대미포조선이 인수해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됐다. 2017년 마찬가지로 현대중공업이 지주사 체제를 준비할 때 현대미포조선이 매물로 내놓아 현 주인인 DGB금융지주 품에 안겼다.
이제 과제는 탄탄한 관계를 바탕으로 대표주관을 확대하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채권 세일즈 분야에서 쌓은 역량 덕에 인수단에는 꾸준히 참여하고 있지만 대표주관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일반 회사채 대표주관은 1월 HL만도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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