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을 활발히 찾고 있다. 17년 만에 한국물 발행에 나선 LG전자를 비롯해 미국 배터리 투자 재원 마련이 시급한 LG에너지솔루션도 상반기 중 외화채를 발행하려 한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주관사단에는 큰 변화가 없다. 자주 시장을 찾지 않다 보니 익숙한 '빅네임(Big Name)'을 선호하는 기조가 뚜렷하다. 최근 들어 한국물 리그테이블 순위 상승세가 뚜렷한 일본계 투자은행(IB) 입장에선 아쉽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랜만' 복귀에 익숙한 IB 선택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8억달러 규모 공모 한국물을 발행한 LG전자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JP모간 같은 미국계 IB와 BNP파리바,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 유럽계 IB를 중심으로 주관사단을 꾸렸다.
상반기 중 글로벌본드 발행을 노리는 LG에너지솔루션도 최근 일부 글로벌 IB에 주관사 선정을 알렸다. 지난해 한국물 데뷔전을 도왔던 주관사를 대거 발행 조력자로 다시 선택했다. 지난해 조달한 10억달러보다 더 큰 규모로 글로벌본드 발행을 노리고 있어 다른 증권사도 2~3곳 더 추가했다.
눈에 띄는 건 한국물 시장에서 활동하는 주요 일본계 증권사의 부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발행 때 BoA메릴린치,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모간스탠리, 스탠다드차타드, KDB산업은행을 주관사로 정했다. 전부터 LG그룹이 한국물을 발행할 때마다 택했던 IB다. 2022년 LG화학의 한국물 발행 때에는 비슷한 주관사단에 HSBC가 추가된 정도였다.
발행 주체가 달라져도 유사한 주관사단을 꾸리는 배경으로 간헐적 한국물 조달을 꼽는 의견이 있다. LG화학의 경우 2010년대 후반부터 2022년까지 외화채를 발행했지만 이후 잠잠하다. 배턴을 LG에너지솔루션이 넘겨 받은 격이 됐다. LG전자는 이번 발행이 17년 만 복귀전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작년 초도 발행에서 흥행한 LG에너지솔루션이 재차 시장을 찾고 LG전자도 앞으로 한국물 발행에 의욕적인 입장을 보이며 IB업계에선 이제부터 LG그룹 계열사의 대형 딜을 못 따내면 리그테이블에 영향이 있을 것이란 반응이 있다. 계속 주관사단에서 빠지고 있는 일본계 증권사는 아쉬움이 남는다.
IB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이 드문드문 시장을 찾다 보니 널리 이름이 알려진 미국계, 유럽계 증권사를 선호하는 듯하다"며 "그룹과 친숙한 IB를 중심으로 주관사를 결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계 IB는 SK그룹으로 대안 찾아 하지만 LG그룹이 과거 한국물 시장을 찾을 때와 다르게 일본계 IB의 한국물 주관 역량은 크게 상승했다. 오랜 업력을 자랑하는 IB 뱅커가 이들 하우스를 이끈 덕에 리그테이블 순위도 올랐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MUFG증권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한국물 주관 순위 3위에 자리했다. 2위 HSBC와 주관 실적 격차도 약 1억달러로 접전을 펼쳤다. 2021년 20위에서 급상승한 셈이다. 미즈호증권 역시 2020년대 들어 매년 주관 순위 10위권을 지키고 있다. 지난 1분기에는 6위까지 높아졌다.
일본계 하우스와 SK그룹 간의 관계로 인해 이들을 택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물 시장 민간기업 최대 이슈어(Issuer) 중 한 곳으로 자리매김한 SK하이닉스는 물론 전기차 배터리 비즈니스 경쟁자인 SK온의 해외 채권 발행에 일본계 증권사가 자주 참여하고 있다.
MUFG증권과 미즈호증권은 지난 1월 SK하이닉스가 15억달러 규모 글로벌본드를 발행할 때 주관사단에 참여했다. MUFG증권은 같은 달 SK배터리아메리카의 5억달러 유로본드 발행 때도 주관 업무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