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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실적에도…KAI, 허리띠 졸라매야 하는 이유

[컨센서스 부합]올해 양호한 실적 전망…불안 요소는 '현금

이호준 기자  2024-04-30 18:25:47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증권업계의 예상대로 호실적을 거뒀다. 작년 4분기 FA-50GF 8대 수출이 시작되면서 이익 규모가 확대된 것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관건은 '재무'다. 지난 1년 사이 KAI의 곳간에서 1조원이 넘는 돈이 사라졌다. 제품 생산을 준비하기 위한 비용 지출, 차입금 상환 등에 대규모의 돈을 투입한 결과다. 추가로 선수금을 수취하기 전까지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컨센서스 대체로 부합…남은 분기에도 실적 양호

KAI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7399억원, 영업이익 480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실적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1%, 6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 컨센서스(전망치)와 대체로 일치한 숫자다. 그간 증권사들은 KAI의 이러한 호실적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재작년 폴란드 정부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 작년 4분기 FA-50GF 8대 수출이 시작되면서 이익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KAI는 완제기 수출로 전년 동기 대비 233% 증가한 906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여기에 KF-21 체계 개발 등으로 '효자' 국내 사업이 4386억원의 준수한 매출을 올렸고, 에어버스와 보잉 대상의 기체 부품 판매도 2050억원의 매출로 뒤를 받쳤다.

남은 분기에도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KAI는 올해 초 생산 차질 이슈로 보잉에 대한 항공기 인도 대수가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 다만 최근 들어 관련 항공기 생산이 다시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돈 들어올 곳도 더 있다. 일례로 이라크 CLS(계약자 군수지원) 사업 잔존 매출 약 800억원 가운데 대부분이 2분기로 이연돼 인식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반기에는 태국과 말레이시아에 공급한 Ta-50 훈련기 2대, FA-50 전투기 매출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불안 요소는 '현금'…무차입 경영도 끝

수주 전망도 밝다. 어디까지나 '전망'이지만 현재 증권업계는 KAI 앞에 놓인 수주 잔고만 약 4조3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KF-21 초도(첫 물량) 양산(약 1조5000억원), 중동향 회전익 제품(약 1조7000억원), 우즈베키스탄향 FA-50 수출(약 1조1000억원) 등이다.

하반기부터는 미국 방산 업체 록히드마틴과 미국 해군 전술훈련기 사업이 구체화 될 것으로도 보여 FA-50 추가 수주 역시 지켜봐야 할 호재로 판단된다. 앞서 KAI는 올해 수주 가이던스로 5조9147억원을 제시했다. 1분기 수주액은 2141억원을 기록했다.

불안 요소는 '현금'이다. KAI의 경우 통상 수출이 늘어나는 만큼 물자 대금을 비롯해 제품 생산을 준비하기 위한 비용 지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작년부터 공모채(5000억원)를 자체 현금으로 상환하고 있어 돈이 빠르게 빠져나고 있는 상태다.

(출처: IR 자료)

실제로 KAI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작년 1분기 1조7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5369억원으로 감소했다. 1년 만에 1조원 넘는 돈이 사라진 셈이다. KAI는 순차입금도 마이너스(-)5869억원에서 729억원으로 플러스 전환하며 무차입 경영도 끝났다.

물론 앞서 전망된 수주건들이 실제로 계약으로 연결될 경우 선수금을 수취할 수 있다. 다만 이미 현금이 적지 않게 소진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KAI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도 346%에 이를 정도로 부채 부담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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