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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M&A 공언' 뒷받침할 실탄의 반전

연결 순현금 80조대 회복, 투자자산 감소·차입금 증가…별도 재무상태 '주목'

김경태 기자  2024-04-30 16:19:39
지난해 역대급으로 현금이 줄어들었던 삼성전자가 반전을 이뤘다.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이 증가세로 돌아섰고 순현금도 한 분기 만에 다시 80조원대를 회복했다. DS(Device Solution)부문의 실적 회복 외에 투자자산 처분과 차입금 조달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삼성전자 경영진이 공언한 대형 인수합병(M&A) 추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만한 변화다.

삼성전자가 30일 공개한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재무상태표에 따르면 이 기간 현금성자산은 97조3928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5.4% 늘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단기 상각 후 원가 금융자산 등을 더한 금액이다.

현금성자산에서 차입금을 제외한 순현금도 반전을 이뤘다. 삼성전자의 연결 순현금은 2022년 3분기 말 116조3600억원을 기록한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작년 2분기 말에는 90조원 선이 깨졌다. 지난해 연말에는 79조6900억원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올 1분기 말에는 81조890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의 부진을 털고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박학규 사장이 이끄는 삼성전자 재무라인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DS(Device Solution)부문이 조 단위 손실을 기록하면서 현금 확보와 자금 운용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최근 삼성전자가 주 6일제를 공식화하기 전에도 매주 토요일마다 임원 회의를 열어 현황을 점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연결 기준으로 일부 계정의 숫자가 공개되는 요약 재무상태표만 밝힌다. 이를 보면 올 1분기 DS부문의 실적 회복 외에 지난해처럼 투자자산 매각과 차입금 조달 등이 현금 확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현금 확보를 위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사 에이에스엠엘(ASML)의 지분을 매각하는 등 보유한 투자자산을 처분했다. 올 1분기 말 연결 투자자산은 28조184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0.9%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는 15.2% 줄어든 수치다.

실제 삼성전자 자회사는 올 들어 국내 상장사의 주식을 매각했다. 삼성전자의 100% 연결 종속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2월 보유 중이던 SFA 주식 전량을 시간외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해 550억원 가량을 확보했다.

또 다른 현금 증가 요인은 차입금이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말 연결 차입금은 15조5042억원이다. 작년 말보다는 21.8%, 지난해 1분기 말보다는 55.9% 급증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실탄이 증가하면서 고위경영진이 공언해 온 대형 M&A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고위경영진은 수차례 '빅딜'이 임박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빅딜을 뒷받침할 자금 운용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하면서 대규모 시설투자·연구개발(R&D) 비용이 지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빅딜까지 추진하려면 자금 운용 어려움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본사가 어느 정도 수준의 곳간 사정을 나타낼지도 중요한 지점이다. 삼성전자 본사의 자금 조달 움직임은 이번 컨퍼런스콜과 공개 IR에서 밝힌 자료만으로는 명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향후 공개될 별도 재무제표에서 보다 자세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작년 자금 조달을 위해 긴요하게 활용한 수단인 자회사 등에서의 대규모 배당 수취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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