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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투시, 웰랑 몸값 2000억 '보수적' 평가받는 이유는

동종업종 상장사 실적 이미 추월, PER 멀티플 30배 적용 예상

남준우 기자  2024-04-26 07:56:27
웰투시인베스트먼트(이하 웰투시)가 웰랑의 IPO 몸값으로 약 2000억원을 책정했다. 인수가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을 인수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시장에 제시한 셈이다. 다만 최근 웰랑의 실적을 고려하면 충분히 시장을 납득시킬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비슷한 몸값을 지닌 상장사 중에 웰랑이 실적 면에서 추월한 곳들이 여럿이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피어그룹 실적이 소폭 꺾인 상황이라, 실적과 재무건정성이 뛰어난 곳들 위주로 피어그룹을 선정해 약 30배의 주가수익비율(PER) 멀티플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웰투시는 이르면 올 하반기 웰랑의 코스닥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을 IPO 주관사로 선정했다. 반기 실적이 나오는 즉시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웰투시는 웰랑의 IPO 몸값으로 약 2000억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웰랑의 옛 주주인 옵트론텍이 과거 시장에서 한 번 태핑한 몸값이다.

웰랑의 최대주주였던 광학 필터·렌즈 기업 옵트론텍은 작년에 웰랑의 IPO를 시도했다. 다만 그룹 재무 상황 악화로 매각으로 선회했다. 최초 매각가로 2000억원이 거론됐으나, 금리 급등으로 자금 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웰투시에게 830억원에 매각했다.

웰투시가 인수한 이후 불과 약 반년 만에 다시 2000억원대의 몸값으로 복귀한 셈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피어그룹들의 실적과 웰랑의 실적, 수주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오히려 이제서야 제값을 인정받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웰랑은 사운드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Fabless, 설계) 기업이다. 오디오 앰프 IC 부문에서는 세계 1위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LG전자 TV의 63.8%, 삼성전자 25%, 중국의 하이센스와 TCL 제품 가운데 15%가 웰랑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내외 다양한 팹리스 기업들을 피어그룹으로 둘 확률이 크다. 해외 피어그룹으로는 텍사스인스트루먼츠(TXN), 국내 쪽에서는 LX세미콘, 텔레칩스, 동운아나텍, 어보브반도체 등이 있다. 이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멀티플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비슷한 규모로 평가받는 아나패스와 비교해보면 2000억원 몸값은 오히려 보수적일 수도 있다. 아나패스는 작년에 매출 714억원, 영업이익 44억원, 당기순이익 26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시가총액은 약 2600억원 수준이다. 최근 PER 멀티플은 90배가 넘는다.

웰투시는 약 30배의 PER 멀티플을 적용하기 위해 피어그룹을 물색 중이다. 작년에 매출 497억원, 영업이익 51억원, 당기순이익 45억원을 제출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0%, 27%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최근 수주량 등을 고려하면 올 한해 예상 순이익 증가는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반도체 업황이 꺾이면서 이들의 실적이 한 풀 꺾였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LX세미콘의 경우 올 1분기 매출 4583억원, 영업이익 462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10% 이상씩 빠졌다.

웰랑과 비슷한 몸값을 지니고 있는 곳들도 마찬가지다. 약 1800억원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던 아이에이는 재작년과 작년에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최근 시가총액이 약 1200억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웰랑의 경우 최근 실적과 올해 확정된 수주량 등을 고려했을 때 30배의 PER 멀티플을 적용하면 2000억 몸값은 적정 수준"이라며 "다만 피어그룹들의 실적이 최근 빠지고 있어서 어디를 선정하느냐에 따라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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