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이 경영전략본부장(CFO)의 업무를 세분화시켰다. 재무, 전략을 두루 관할해온 CFO 역할의 무게중심을 '전략' 쪽으로 옮기는게 핵심이다.
경영전략본부 산하에 재무업무를 전담해 줄 재무관리그룹장(박정균 이사) 직책을 신설해 업무를 분담시켰다. CFO가 향후 '전략' 업무에 더 매진할 수 있도록 재무-전략 업무를 쪼개는 방향의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신임 CFO직에는 삼성증권 출신의 베테랑 기획통 박선학 상무를 낙점했다. 첫 외부 CFO인 만큼 내부적으론 '파격' 인사로도 평가되고 있다. 향후 사업구조 재편과 신사업 발굴 등을 염두에 둔 윤병운표 인사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첫 외부 CFO 인사실험, '윤병운 사장 아이디어'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18일 이사회를 열고 박선학 상무를 신임 CFO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기존 CFO였던 강민훈 대표(상무)는 신임 OCIO솔루션본부장으로 업무를 변경한다.
박 상무는 베테랑 '전략·기획통'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금융·경영전략 등을 전문으로한 글로벌 경영컨설팅사인 AT커니 등의 재직 경험이 있다. 이후 더케어컴퍼니, 고위드, 쿼터백 등 다양한 기업을 거치며 '전략' 커리어를 이어왔다.
증권사 경력도 있다. 삼성증권 디지털혁신 등을 주도하면서 증권사 내에서 신사업을 도맡은 전력이다. IB나 WM 등 고유 비즈니스 경험은 아니지만, 증권사 특유의 업무 색채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NH증권 사상 첫 '외부 출신' CFO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역대 CFO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전부 내부 출신 증권맨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5년~2016년 CFO 임기를 수행한 염상섭 전 상무보는 옛 우리투자증권에서 WM전략부, 테헤란로·GS타워 WMC센터장 등을 역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에도 줄곧 '내부 출신' 인사들이 CFO직을 꿰찼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CFO를 맡은 박대영 전 상무는 NH증권에서 시너지추진단장, NH금융플러스영업부금융센터 본부장, 강북지역본부장 등을 맡았다. 이후 김정호·임계현·이창목 전 CFO도 모두 NH투자증권 내에서 전략, 기획, 브로커리지, 인사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이번 인사는 윤병운 NH증권 사장의 아이디어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진다. 정영채 전 사장의 뒤를 이어 분위기 쇄신과 신사업 발굴, 사업구조 재편 등에 속도를 내야하는 가운데 경험이 풍부한 '전략통'을 선임하는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윤 사장의 적극적인 의견 피력을 바탕으로 외부출신 CFO 인사실험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위기의 증권업계, '신사업 발굴' 기여할까 박 상무가 향후 NH증권의 '신사업' 발굴 등에 기여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그는 핀테크 기업과 로보어드바이저 자산운용사에서 사업전략 총괄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부동산PF 익스포저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신사업 발굴과 효율적인 사업구조 재편이 중요 과제로 부상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박 상무는 글로벌 컨설팅사에서 근무하며 금융지주와 대형증권사의 컨설팅 업무를 수행해온 인물"이라며 "해당 경력을 바탕으로 대형 증권사의 리테일 비즈니스 혁신과 디지털 서비스 모델 고도화를 추진해온 금융 전문가인 만큼 신사업 발굴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경영전략본부 산하에 '재무관리그룹장' 직책을 부활시킨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기존 정영채 전 사장 체제에서는 자금관리그룹장이 해당 업무를 대신해왔다. 이번에 박정균 이사에게 재무관리그룹장직을 맡기면서 내부 회계관리 체계상 변화가 기대된다.
박 이사는 세무사 출신으로 지난 2006년 NH증권에 입사했다. 재무관리부서에서 근무하다가 자진해서 본사 영업부 금융센터 프라이빗뱅커(PB) 등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후 2020년 재무관리부로 복귀해 택스센터장 등을 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