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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사 '시총 뉴노멀'

그룹 시총 향방 결정짓는 '1위' LG엔솔

그룹내 시총 100조 시대 포문, 이차전지 기대감 입증…전기차 한파 속 내실경영

김동현 기자  2024-04-17 15:12:53

편집자주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다 꺼낼 수 없지만 이 말만은 할 수 있다. 쉽게 '대세'가 되진 않았다. 어떤 곳은 여러 번의 '빅 딜' 후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또다른 곳은 적자만 냈지만 기업공개(IPO)의 적기를 제대로 잡아 그룹의 대표 주자에 올랐다. 모든 성장 전략이 다 달랐지만, 어느새 그룹에서도 가장 커져버린 시가총액이 이들의 성공과 새 시대를 주목하게 만든다. 더벨이 갖은 노력 끝에 시장을 사로잡은 주요 그룹 간판 계열사의 시총 그 뒷배경을 들여다본다.
시가총액 118조원, 거래대금 8조1553억원. 공모액만 12조7500억원을 모으며 '단군 이래 최대 기업공개(IPO)'라 평가받던 LG에너지솔루션이 2022년 1월27일 상장 첫날 써낸 기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단번에 시총 2위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단일 회사 기준 100조원 규모의 시총 기업을 품은 LG그룹도 자연스럽게 시총 200조원 시대를 열며 SK그룹을 제치고 그룹 시총 2위로 올라섰다. 전체 그룹 시총의 절반가량을 LG에너지솔루션이 담당한 것으로, 이후에도 LG에너지솔루션 주가에 따라 LG그룹 시총 순위가 움직였다.

다만 최근 들어 전기차 시장이 이른바 '캐즘(대중화 전 수요 정체)' 영역에 접어들며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들었고 주가도 올들어 10% 넘게 빠진 상태다. 설립 후 첫 정체기를 맞은 LG에너지솔루션은 당분간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미래 전기차 시장의 개화와 함께 추가 성장을 자신한다.

◇화학에서 이차전지로, 그룹 시총 1위 이어받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전 LG그룹의 시총 1위 자리는 LG화학이 차지하고 있었다. 전자(LG전자·디스플레이·이노텍, 로보스타)와 화학(LG화학·에너지솔루션·생활건강), 통신·서비스(LG유플러스·헬로비전, HS애드)를 사업의 3대 축으로 삼고 있는 LG그룹 내에서 시총 10조원 이상의 기업은 지주사 ㈜LG와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등 4곳이었다.

이중 LG화학은 한때 황제주(주가 100만원)에 등극하며 코스피 상장사 시가총액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굴뚝 산업인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성장하던 회사가 이차전지, 생명과학, 첨단소재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장착하며 시장에서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매해 마지막 거래일 기준. 2024년은 4월16일 주가 반영. 시총 1조원 미만인 HS애드, 로보스타, LG헬로비전 제외.(자료=KRX)
이차전지 사업부의 분사 이슈로 흔들리기도 했지만 시장에선 오히려 이차전지 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관련 소재를 공급할 LG화학의 장기 성장성에 주목했다. 이에 힘입어 LG화학 주가는 2021년 1월 100만원을 넘어섰고 시총도 70조원대까지 올라섰다.

부동의 시총 1위인 LG화학을 넘어선 그룹 계열사는 다름 아닌 LG화학에서 떨어져나온 LG에너지솔루션이었다. LG화학 내 이차전지 사업부가 2020년 12월 물적분할해 설립된 회사로, 사실상 LG화학의 기업가치를 떠받치는 곳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분할 1년 만에 100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단번에 그룹 시총 1위 기업이 됐다.

다만 LG화학 역시 기존 범용 석유화학 제품에서 양극재, 분리막 같은 이차전지 소재 사업자로 변신에 성공하며 시가총액이 견조한 수준을 유지했다.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2022년 말 LG화학 시총은 직전연도 말(43조4100억원·주가 61만5000원) 대비 2% 줄어든 42조3500억원(주가 60만원)이었다.

◇하이닉스에 내준 시총 2위, 그룹 시총도 역전

끝없는 성장이 기대되던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전기차 시장 둔화로 성장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기업가치도 지난해 말 100조원에서 현재 85조원대까지 떨어졌다. 상장사 시총 2위 자리도 SK하이닉스에 내줬다.



LG그룹 시총의 절반을 담당하던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가 내려오며 자연스럽게 그룹 시총도 떨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LG그룹 11개 상장사의 합산 시총은 186조원 규모였지만 현재는 160조원(4월16일 기준)까지 내려왔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힘입어 가져갔던 그룹 시총 2위 자리도 SK그룹이 다시 탈환한 상황이다.

기업가치 하락의 주요인인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실적 하락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둔화로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수익성이 큰폭으로 꺾인 데 이어 올해 1분기엔 사실상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은 1573억원으로 외관상으론 흑자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익에 포함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제외하면 영업손실 316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2021년 3분기(-3728억원) 이후 2년6개월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의 연간 매출이 분사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며 회사도 단기적으론 업황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LG에너지솔루션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차전지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성과 북미 중심의 생산능력 확대 전략 등 LG에너지솔루션이 내실을 다지는 기간으로 보고 있다. 중국 외 글로벌 시장 내 견고한 점유율(25%)도 LG에너지솔루션의 강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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