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이 다음주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가운데 하반기에도 추가 조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매각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발행규모를 줄이면서 모집 규모가 연내 만기도래 회사채에 대응하기 충분하지 못한 수준으로 설정됐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8일 500억원 트랜치(만기구조) 18개월 단일물로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희망금리밴드는 6.50%~7.50%이며 결과에 따라 최대 1000억원까지 증액을 검토한다.
주관사단은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이며 인수단에는 신영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이름을 올렸다. 발행일은 17일이다. 이번 회사채의 목적은 5월10일 만기도래하는 공모채 500억원의 차환이다.
효성화학은 7월26일 700억원, 10월25일 200억원, 12월3일 54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각각 도래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효성화학의 2023년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541억원으로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감당하지 못한다.
IB업계에선 효성화학이 하반기 추가로 회사채 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효성화학은 발행 규모 1000억원 이상을 원했었지만 미매각 가능성을 고려해 주관사단에서 이를 줄이자 제안했던 것으로 안다"며 "하반기에 추가로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효성화학은 지난해 1월 1200억원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한건의 주문도 받지 못하면서 전액 미매각을 겪기도 했다.
효성화학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일단 연내 추가 발행과 관련된 내용이 다뤄지고는 있다"며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KB증권, 효성 시절부터 인연 이어가 미매각 우려가 있음에도 효성화학과 KB증권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KB증권은 15년 동안 효성, 효성화학에 걸쳐 회사채 주관사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18년 6월 효성에서 인정분할돼 출범한 뒤 2019년 2번, 2020년 1번, 2023년 1번 등 총 4번을 발행했다. KB증권은 해당 회사채의 주관사 자리를 한번도 놓치지 않았다.
KB증권과 효성화학의 인연은 분할되기 이전 효성에서부터 시작됐다. KB증권은 2010년 12월21일 발행한 회사채의 주관사단에 이름을 올린 이후 한차례도 주관사에서 빠진 적이 없다.
KB증권 측은 이를 놓고 사장과 부사장, 전무 등 임원들부터 오랫동안 효성과 관계를 쌓아온 결과물이라며 "향후에도 주관사단에 계속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성화학, 신용등급 'BBB급'으로 강등 한국신용평가는 3월29일, 나이스신용평가는 4월3일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을 'A-, 부정적'에서 'BBB+, 안정적'으로 낮췄다. 크레딧업계는 실적부진, 재무부담, 비우호적 업황 등을 근거로 들었다.
효성화학은 2022년 3369억원, 2023년 1888억원 등 2년 연속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주요 전방산업의 경기 둔화로 인해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라 LPG 가격이 상승하며 주요 제품인 PP 의 스프레드가 빠르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공장 설비 문제도 적자폭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실적부진의 영향으로 부채비율은 2021년 522.1%에서 2022년 2631.8%, 2023년 4934.6%로 치솟았다. 향후 수익성 및 재무안정성 개선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내 PP, TPA 공장의 높은 생산비용, 비우호적 수급환경 등에 따라 낮은 수익성이 이어지겠다"며 "적자를 기록한 2022년과 2023년보다는 수익성이 개선되겠지만 그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중한 차입금에 따라 이자부담이 커졌으므로 잉여현금흐름 창출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재무안정성 회복에는 상당 시일이 소요되겠다"고 덧붙였다.
등급이 강등되면서 효성화학의 민평금리는 1.4%p 이상 높아졌다.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3월29일 5.447%던 효성화학의 3년물 개별민평금리는 4월1일 6.889%로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