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SK이노베이션과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의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등급에 해당하는 'BB+, 안정적'으로 강등했다. 배터리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본적 지출(CAPEX) 소요가 상당하다는 점을 조정 사유로 언급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온도 연내 외화채 발행을 밝힌 만큼 영향권에 놓일 전망이다. 다만 우량한 신용등급을 지닌 국내 시중은행의 보증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발행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 'BB+' 등급 강등…SK온 '영향 제한적'
20일 크레딧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3사 중 한 곳인 S&P는 19일 SK이노베이션과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의 신용등급을 종전의 'BBB-, 부정적'에서 'BB+,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S&P의 신용등급표에 따르면 BB+는 투자 부적격 등급에 해당한다.
S&P는 등급 조정의 주요 근거로 배터리 투자 지출에 따른 재무 부담을 들었다. 배터리 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 과중한 자본적 지출로 채무 레버리지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이 부채를 감축하기 위해 고려하는 방안들이 신속하게 실현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다 시장 환경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SK이노베이션의 등급 강등 소식은 배터리 부문 자회사인 SK온에도 파급이 이어질 전망이다. SK온은 연내 배터리 부문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외화채 발행을 예고했다. 아직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은 만큼 이번 크레딧 이벤트가 조달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다만 SK온의 외화채 조달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신용도가 높지 않은 만큼 만일 연내 발행에 나선다고 한다면 우량한 신용등급을 지닌 국내 금융기관의 보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SK온은 지난해 5월 및 올 초 발행 당시에도 KB국민은행 등의 보증을 받고 각각 9억, 5억 달러 규모의 유로본드를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SK온이 단독으로 발행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 강등 이벤트와는 크게 관련이 없을 것 같다"면서도 "SK이노베이션의 해외법인을 통해 보증을 하는 방식이라면 지켜봐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성 조달 '활발', 단기 조달 증가세…조달 수단 '다각화' 필요
설령 SK온의 외화채 발행에 영향을 미친다 하더라도 자금 조달을 멈출 수는 없다. SK온은 원화와 외화 가리지 않고 시장성 조달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배터리 분야 투자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아직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보유 캐시플로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단기 조달에도 적극적이다. SK온의 기업어음(CP) 잔액은 2023년 6월 말 기준 제로였지만 대규모 투자 소요가 발생한 시점에 맞춰 증가 추세를 그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SK온의 CP 만기 도래 금액은 총 5250억원에 달한다. 이번 달에만 1000억원 규모의 CP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서도 두 차례 기업어음(CP)을 발행하면서 흐름을 이어갔다. SK온은 지난 4일 만기가 345일물인 9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19일에도 1000억원 규모의 CP를 추가로 찍었다. 오는 9월 19일에 만기가 도래한다.
보유 자산을 담보로 단기성 유동화증권도 꾸준히 발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 매달 매출채권 및 수익증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3개월 만기의 자산유동화단기사채(ABSTB) 및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를 발행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SK온은 올해 약 2626억원을 유동화증권을 통해 조달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SK온은 지난해 말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여러 창구에 대해 컨설팅을 받아왔다"고 하면서 "단기 시장성 조달이 확대된 것도 다각도로 자금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결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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