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다방면에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경영진의 변동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배두용 CFO가 물러나고 조주완 사장의 단독 대표 체제로 재편됐다. CEO와 CFO가 협력 및 견제하던 구조에서 조 사장이 오롯이 회사를 이끌게 됐다. 사업적으로도 마찬가지. AI 시대를 맞이해 가전을 넘어 로봇과 모빌리티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더 나아가 내년 성과가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LG전자를 둘러싼 현 상황을 점검해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한 지 올해로 7년차다. 다만 그의 경영권 강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건 지난해 말로 봐야 한다. 당시 정기 인사를 통해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등이 용퇴하고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구 회장의 색깔은 더욱 짙어졌다.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적잖은 변화를 겪었다. 우선 공동 대표이사였던 배두용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물러나면서 조주완 최고경영자(CEO) '단독 체제'로 전환한다. 권 부회장이 맡던 이사회 의장은 또 다른 부회장인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담당한다. 구 회장의 사람들이다.
사업적으로는 기존 주력 사업 반등과 신성장동력 강화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구 회장의 결단력과 조 CEO의 경영능력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성공적인 결과물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그룹 부회장단 재편, '3년 연속 최대실적' LG전자의 올해는
권 부회장을 마지막으로 구본무 선대회장이 임명한 6명의 부회장(하현회·조성진·한상범·박진수·차석용·권영수)이 모두 자리를 내려놓게 됐다. LG그룹 부회장단은 권 COO과 신학철 LG화학 CEO(부회장) '2인 체제'로 전환했다. 진정한 구 회장 시대가 개막한 셈이다.
차기 부회장 후보군으로는 조 CEO와 정철동 LG디스플레이 CEO 등이 거론된다. 이중 조 CEO는 LG전자 사장으로 부임한 뒤 매년 역대급 매출 기록을 써내려가면서 구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 2024년 성과에 따라 부회장에 한층 가까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새롭게 의장에 임명된 권 COO의 역할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더불어 LG전자는 4인 사장 체제에 돌입했다. 기존 조 CEO에 동반 사장 승진한 박형세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장, 류재철 생활가전(H&A) 사업본부장, 정대화 생산기술원장이 더해지면서다. 구 회장이 LG전자에 거는 기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업적으로 LG전자는 올해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인플레이션 둔화 및 금리 인하 가능성 등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 기대감이 있다. 이는 메인인 TV, 가전 등 판매 촉진 요인이다. 하지만 지정학 리스크 장기화 및 글로벌 해상물류 병목 현상에 대한 우려도 상존한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기업간거래(B2B)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 사업 비중을 늘리는 등 포트폴리오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근본적 원가개선 활동 및 효율적 자원 투입으로 안정적 비용구조를 유지하는 한편 전략적 우선순위 기반으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LG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건물, 금형, 기계장치, 연구개발(R&D) 등에 총 4조1586억원을 투자했다. 전장(VS) 부문이 868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H&A 7201억원, HE 1937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올해는 4조3845억원으로 작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LG전자는 기민한 수요 변화 대응 및 전장부품, 냉난방공조(HVAC) 등 B2B 분야 확장을 통한 성장을 추진한다. 1분기에는 기업과 소비자판매(B2C) 제품 매출 회복 및 자동차 부품 사업 고성장에 힘입어 전년 동기 수준 이상 실적을 확보할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는 "미국을 포함해서 주요국 경기 침체 우려 등이 여전하고 매크로 경제 환경 전반적인 불확실성이 공존할 것으로 예상돼 어느 때보다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 대비와 새로운 성장 모멘텀 확보가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회사는 LG이노텍을 제외한 전사 기준의 2024년 매출이 성장세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전년 대비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광모 점찍은 AI·로봇 등 성장 가능성에 쏠린 눈
조 CEO를 비롯한 4인 사장은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신경 써야 한다. TV, 가전 등 캐시카우 품목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구 회장이 낙점한 인공지능(AI), 로봇 등이 공략 대상이다.
일단 AI는 2020년 설립된 LG AI 연구원 중심으로 사업화가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초거대 멀티모달 '엑사원 2.0'을 공개하기도 했다. 엑사원 2.0의 언어 모델은 기존 모델과 동일한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추론 처리 시간은 25% 단축, 메모리 사용량은 70% 줄여 비용을 약 80% 낮추는 게 특징이다.
LG전자의 경우 주 단위로 국가별, 지역별 제품 판매 수요를 예측하는 데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외 공장을 가동 중인 만큼 LG AI 연구원과의 협업이 고도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키워드인 로봇 관련해서는 최근 LG전자가 AI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로봇 '베어로보틱스'에 800억원 규모 지분 투자한 바 있다. AI 및 통신기술 발달과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서비스로봇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LG전자는 이 부분을 노린다.
앞서 구 회장은 산업용 로봇기업 로보스타를 인수하고 로봇사업센터를 신설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 엔젤로보틱스(구 SG로보틱스), 로봇 개발사 보사노바로보틱스 등에 자금을 댄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전자는 '클로이' 시리즈로 로봇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022년 말부터 경북 구미 LG퓨처파크에 로봇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자체 제작 중이다. 이후 안내 로봇, 배송 및 서빙 로봇, 살균 로봇 등을 연이어 내놓은 바 있다. 호텔 서비스 등으로도 영역을 넓히면서 구 회장 청사진을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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