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시장의 큰 손으로 불리던 메리츠증권이 지난 1년간 기존에 출자한 공모주 헤지펀드들로부터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회수했다. 주식시장과 달리 자산가격이 크게 하락한 대체투자 영역을 눈여겨보고 투자금 재분배에 나선 나선 분위기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최근 1년간 종속기업으로 분류된 헤지펀드들로부터 약 1조원 이상의 투자신탁 계약원본을 회수했다. 지난 2022년 말 기준 82개 헤지펀드에 도합 1조3800억원을 투입했지만 2023년 말 잔여금액은 1700억원에 불과했다.
자금이 회수된 투자신탁은 대부분 하이일드, 코스닥벤처 등 준공모주 헤지펀드였다. '키움프런티어일반사모증권투자신탁제22호'(2800억원), '한국투자베이직일반사모증권투자신탁114호'(1500억원) 등 몇몇 채권형 펀드에서도 뭉칫돈을 회수하긴 했지만 나머지 자금회수는 오롯이 공모주 투자상품에서 발생했다.
펀드별 회수금은 '멜론하이일드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1호'(300억원), '메테우스하이일드일반사모투자신탁제3호'(300억원), '타임폴리오 It’s Time 하이일드일반사모투자신탁'(280억원) 순으로 컸다. 이외에도 '퀸즈가드하이일드일반사모투자신탁제4호'(230억원), '아라공모주하이일드일반사모투자신탁제1호'(210억원) 등에서 수백억원씩 자금을 회수한 상황이다.
메리츠증권의 고유자금을 받아 공모주펀드 라인업을 깔아둔 중소형 헤지펀드 하우스들은 급격한 운용규모 감소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 마운틴자산운용, 오하자산운용, 에이펙스자산운용, 루트엔글로벌자산운용, 케이핀자산운용 등 총 운용규모가 수백억원에 불과한 헤지펀드 하우스들에서 최소 100억원 이상의 메리츠증권 자금이 회수된 상황이다.
약 4000억원 규모의 신규 출자가 이뤄지면서 2023년 말 기준 종속기업 투자규모는 1조47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말(2조2800억원) 대비 약 8000억원가량 투자금액을 줄인 셈이다. 신규 출자는 '스틱유진스타사모투자합자회사', '마데이라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 '제네시스북미업스트림기업2호사모투자합자회사' 등 몇몇 PEF에 집중됐다.
업계는 이번 메리츠증권의 공모주펀드 투자금 회수에 복합적인 요인들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공모주시장 및 공모주펀드의 큰 손으로 불린 메리츠증권이지만, 대체투자형 자산들의 가격이 저렴해지자 해당 영역으로 눈길을 돌린 듯 하다"며 "예전 수준의 공모주 물량 배정이 쉽지 않겠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공모주시장과 공모주펀드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는 탓에 공모주 물량 확보가 어려워지자 선제적으로 판단을 내렸을 것이란 해석이다. 그간 메리츠증권은 수많은 헤지펀드 하우스에 고유자금을 배분함으로써 공모주시장의 큰 손으로 불렸다.
종속기업으로부터 회수한 투자금 8000억원 가운데 6000억원가량은 관계기업 신규투자로 이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공모주펀드에서 회수한 고유자금으로 부동산, 인프라, 특별자산 등 대체투자영역에 신규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저점 대비 크게 오른 주식시장에서 잠시 눈을 떼는 동시에 가격이 저렴해진 대체투자자산을 노렸다는 전언이다.
신규 투자금은 '이지스글로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301호'(2500억원), '이지스글로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434호'(1300억원), '한국투자항공기펀드5호'(400억원), 'AIP EURO GREEN일반사모부동산신탁8호'(400억원) 순으로 컸다. 이외에도 '마이다스글로벌DEBT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6호'(400억원), '이지스글로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530호'(300억원) 등에 자금을 배분했다.
2023년 말 기준 메리츠증권의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 투자규모는 총 2조4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1800억원가량 줄어든 수치다. 관계기업 투자규모가 불어나면서 8000억원 이상의 종속기업 투자규모 감소분을 일부 상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리츠증권의 관계기업 투자규모는 2023년 말 기준 약 9800억원으로, 전년동기(3500억원) 대비 6000억원 넘게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