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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맞물려 한국형 행동주의가 그어느때보다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작게는 주주환원 확대부터 크게는 경영권 변화로 기업가치를 제고하라는 목소리를 내놓는다. 그만큼 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평가는 밸류업과 기업 사냥꾼으로 엇갈리지만, 인식과 관계없이 기업도 만반의 방어책을 구축해야할 때가 왔다. 더벨이 국내 기업에 미치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을 짚어보고 기업 전략을 살펴본다.
다음달 주주총회 개최를 앞둔 삼성물산이 투자자들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나서고 있다. 기업설명회(IR)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IR을 통해 주주환원 정책 등을 더 상세하게 설명하고 투자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것이 삼성물산의 계획이다.
◇주총 앞두고 IR, 투자자 소통 강화 삼성물산은 지난 2월 22~23일 증권사 주관 컨퍼런스에 참석해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IR을 개최했다. 투자자들에게 경영현황을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달 5일에도 컨퍼런스에 참석, 국내 기관투자자와의 면담을 진행한다. 한 달도 안되는 기간에 IR을 총 2회 개최하는 셈이다.
삼성물산은 이번 IR 행사를 통해 회사의 주주환원 정책과 미래 사업 등에 대해 보다 상세히 설명하고 투자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행보가 최근 삼성물산을 둘러싼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와 관련이 있는지에 관심이 모인다. 삼성물산 측은 행동주의 펀드와 IR 행사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지분 1.46%를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 연합은 삼성물산에 1조20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요구하고 있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들의 제안이 주총 안건으로 상정되며 삼성물산의 올해 주총에서는 표 대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행동주의 펀드 측의 제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 최대주주 및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 측의 지분은 총 33%다. 이와 더불어 KCC도 삼성물산의 주요주주로 전체 지분의 9.17%를 보유 중이다. 단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제안으로 '주주환원 강화'로 분위기가 모이는 상황은 삼성물산의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투자자 친화성 높였다 삼성물산은 전반적인 IR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그간 삼성물산은 국내에서 증권사 주관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등의 IR 활동은 별도로 공시를 내지 않았다. 주로 해외지역에서 실시되는 IR을 중심으로 공시 정보를 제공했다. 그러다가 올해부터는 국내 IR 행사도 공시를 통해 알리고 있다.
지난 1월 실시된 2023년도 경영실적 발표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그간 삼성물산이 실적발표 이후 제공하는 자료는 IR 보고서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IR보고서와 더불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녹음한 파일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에게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전반적인 IR 정책을 투자자 친화적으로 손질하는 모습이다.
삼성물산은 당초 5년에 걸쳐 진행하겠다던 자사주 소각을 3년 안에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IR 정책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를 준 사례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서도 삼성물산 측은 행동주의 펀드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단 삼성물산에 대한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