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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 게임사마저...넷마블, A+ '위태'

흑자전환에도 등급하향 요건 충족…달라진 토종 게임업계 위상

양정우 기자  2024-03-04 07:23:28
국내 게임사 '빅3'로 꼽히는 넷마블이 'A+' 신용등급마저 반납할 것인가.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사업 펀더멘털과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터라 등급하향 요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근래 들어 게임업계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 대면 활동 정상화로 게임 이용률이 줄어든 데다 인기작의 수명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 게임사의 개발 능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져 시장 경쟁력도 흔들리고 있다.

◇AA급 신용도서 하향 일로…과거 펀더멘털 복귀 '글쎄'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넷마블의 신용등급을 'A+,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지난해부터 A+ 신용등급에 부정적 꼬리표를 붙이고 있다. 불과 2년여 전 AA급 이슈어로 분석됐으나 이제 A+ 지위까지 반납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넷마블은 그간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다양한 게임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서 최상위권의 지위를 고수해왔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IP를 활용해 개발한 '리니지2 레볼루션'이 흥행몰이에 성공했고 그 뒤 '블레이드& 소울 레볼루션', '일곱개의 대죄: GRAND CROSS' 등도 연달아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22년 이후 영업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2022년 연결기준 108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2014년 넷마블게임즈로 문을 연 이후 처음으로 연간 실적이 영업적자로 전환됐다. 이후 지난해에도 한동안 적자 기조가 이어졌다. 4분기(잠정 실적공시) 들어 8분기 만에 흑자(영업이익 177억원)를 거뒀으나 예전과 같은 현금 창출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국내 게임시장에서 신작 흥행의 불확실성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오프라인 활동 증가로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게임의 수명주기는 점차 짧아지고 있다. 중국 게임사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로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실적 악화를 부추기고 있는 대목이다.

게임 비즈니스에서는 대규모 개발비를 2~3년 간 투입해 완성한 신작이 캐시카우 역할을 한다. 다만 이들 신작은 시간이 흐를수록 콘텐츠가 소모되면서 유저가 이탈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다시 주기별로 신작(자체 개발, 외부 제휴 등)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핵심 수익원을 지속적으로 교체해 나간다. 게임마다 수명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트렌드 흐름은 개발과 마케팅 비용만 확대시키는 리스크 요인인 셈이다.

넷마블은 2021년 이후 코로나19 여파 등에 따라 신작 공백이 두드러졌다. 기존 게임 포트폴리오의 매출액은 점차 줄어든 와중에 게임 개발 인력 등 IT업계의 인건비는 오히려 늘어나는 국면이었다. 지난 4분기엔 '세븐나이츠 키우기' 등의 신작 효과로 흑자 실적을 확보했고 올들어 '나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등 주요 신작의 론칭이 예고돼 있다. 그러나 과거 펀더멘털로 회귀할 수 있을지는 속단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단순히 흑자 전환만으로 부정적 아웃룩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한신평은 영업이익률이 4%를 계속 밑돌 경우 A+ 등급을 유지하는 게 힘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AA급 신용도를 확보했을 당시엔 영업이익률이 9~10% 대를 유지했었다.


◇매년 순차입금 껑충, 재무구조 부담…추가적 자금유출 이벤트 존재

현재 재무 구조도 등급 하향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순차입금/EBITDA 4배 이상'을 등급하향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지난 3분기 말 기준 이 수치는 18.8배에 이르고 있다.

넷마블은 본래 2017년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한 해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꼽혔다. 당시 대규모 신주모집을 단행해 단번에 약 2조6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이후 해외 게임사 인수 등으로 자금이 유출됐고 사옥 건설 등에 따른 자본적 지출(CAPEX)이 이어져왔다.

소셜카지노 게임업체 'SpinX'의 지분을 취득하는 데 약 2조300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사이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2020년 말 -3383억원(순현금)에서 2021년 말 926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 9월 말 기준 순차입금은 1조8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다만 지난해 11월 하이브 보유 지분을 일부 매각(6%, 5235억원)해 차입금을 상환한 만큼 연말 기준 순차입금은 감소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사업 모델에 따른 현금 창출력이 큰 폭으로 개선되기가 쉽지 않은 여건"이라며 "이 가운데 SpinX 인수 잔금 등 추가적으로 자금이 유출될 이벤트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브 지분 매각처럼 다른 보유 자산을 처분하지 않는다면 당분간 차입 구조를 개선시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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