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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

채권시장 '변곡점' 막차…AA급 우량채 세일즈 총력

가격 부담에 이탈하는 운용사들…LG화학·롯데물산·예스코 등 수급변화 주목

손현지 기자  2024-02-27 14:11:16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지난 26일 삼천리의 공모 회사채 프라이싱 결과를 놓고 IB들 마다 상이한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스프레드(가산금리)는 모집액 기준 동일 만기 민평보다 9bp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일각에선 'AA+' 우량채로서 금리 면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지난주까지 다수의 기업들이 연초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두자리수 언더 발행을 이어갔던 것에 비하면 스프레드 감축 효과가 미미해서다.

반면 '강세' 발행이란 평가도 있다. "시장 변곡점에서 -9bp면 상대적으로 스프레드 매력이 있다고 봐야죠. 삼천리는 금리 이점을 누릴 수 있는 막차를 탄 거나 다름 없습니다."

이같은 상반된 시각은 채권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AAA' 공사채·은행채 등 초우량물을 중심으로 스프레드 부담이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우량물이더라도 회사채인 삼천리는 오히려 선전했다는 분석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을 상대로 세일즈를 담당하는 포지션이라 투자자들의 수급이 이번주부터 급변하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26일부터 트레이딩이나 운용사들 수요가 많이 빠져나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권 시장이 급물살을 타자 IB들은 회사채 막판 세일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국고채와의 스프레드 격차가 좁혀질대로 좁혀진 AA급 우량채 조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천리를 시작으로 연초 롯데물산, LG화학 등 AA급들의 발행이 남아있다.


◇AAA 은행채·공사채 분위기 꺾였다…AA로 금리부담 전이되나

27일 IB업계에 따르면 'AAA' 초우량 크레디트물 발행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공사채·은행채마다 유찰되거나 오버발행 등으로 태세전환하면서 스프레드 부담이 감지되고 있다. 은행채 AAA급 1년물 민평금리는 이달 초 3.619%에서 지난 23일 기준 3.684%로 6.5bp 상승했다.

AAA급 공사채 역시 약세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한국도로공사는 5년물 유찰, 경기주택도시공사는 민평보다 높은 금리로 채권발행을 감수했다. 전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도 파(Par), 민평보다 높은 금리를 보여 스프레드 부담을 드러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3년물 기준 국고채와 크레디트물 스프레드 격차가 역대 2년 중 최저 수준으로 좁혀졌다"며 "투자자들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가격까지 이르렀기에 다수의 운용사들의 자금도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연초 유동성에 힘입어 채권 시장 전반의 온기가 돌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작년 말부터 이어진 크레디트물의 계절적 강세가 이번주부턴 소강 상태에 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분간 우량물을 중심으로 약세발행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지연되고 있고 단기자금시장의 조달금리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좁혀진 국고채와의 스프레드 격차, 2년래 최저수준

회사채 시장도 AA급 우량물들의 경우 조달비용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AA급의 경우 국고채와의 스프레드 격차가 좁혀질대로 좁혀진 상황이다. AA+ 우량채인 삼천리의 경우 만기 보유 목적으로 채권을 담는 우량 기관들이 주요 투자자로 자리한 덕에 상대적으로 금리 민감도가 덜했다는 분석이다.

IB들은 내달까지 예정돼 있는 AA급 회사채 이슈어들의 세일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량 기관 투자자들과의 접촉점을 넓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LG화학과 롯데물산은 27일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며, 예스코와 메리츠금융지주 등도 회사채 발행을 계획 중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AA급 우량물들의 스프레드 부담 우려는 커지고 있다"며 "최근 A급 회사채들은 개별민평 대비 언더 40~50bp 금리도 속출하고 있어서 착시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AA급들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이 달라져 펀더멘탈 등을 강조한 세일즈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채 시장의 수급상황이 달라 양극화도 나타날 수 있다. A급 이하 크레디트물은 수익률 매력에 힘입어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오히려 스프레드 축소 폭이 더욱 가파른 상황이다. 연초효과와 더불어 금리 메리트를 노린 리테일 수요가 늘어나면서 BBB급까지도 완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PF 관련된 이슈도 크레디트물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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