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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보폭 넓히는 삼천리, 자신감 원천은 '풍부한 현금'

현금성자산 1조1745억원 확보…기후테크와 바이오 등 스타트업 발굴

박완준 기자  2024-10-07 15:44:02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글로벌 경기 불황에도 현금 곳간을 두둑이 채운 곳이 있다. 국내에서 도시가스와 전기, 열 등 다양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는 삼천리가 주인공이다. 삼천리는 신사업 발굴을 위해 1조원이 넘는 실탄을 마련했다. 글로벌 경제 변수에 수익성이 큰 영향을 받는 에너지 사업의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삼천리의 현금성자산은 1조1745억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삼천리는 매년 탄탄한 수익창출력에 힘입어 2021년 7600억원 대에서 지난해 말 9616억원까지 늘어난 바 있다. 실제 삼천리는 지난해 174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2022년 대비 91.3% 성장했다. 올 상반기도 영업이익 1051억원과 당기순이익 1043억원을 기록해 실적 상승세를 이어갔다.

삼천리의 실적 개선 배경에는 원가 절감이 꼽힌다. 지난해부터 LNG(액화천연가스) 등의 매출원가가 하락한 부분이 주효했다. 이에 삼천리는 지난해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이 2022년(4276억원) 대비 1030억원 늘어난 5306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도 1.58%에서 3.08%로 증가했다. 올 상반기도 매출총이익 2925억원을 거둬 영업이익률 3.8%를 기록했다.

현금흐름도 우상향을 그렸다. 올 2분기 연결기준 삼천리의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255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NCF인 1101억원을 훨씬 웃도는 액수다. NCF는 영업부문의 현금창출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급격한 증가는 영업활동으로 많은 현금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잉여현금흐름(FCF)도 올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삼천리의 FCF는 -147억원에 머물렀지만, 올 상반기 말 1649억원으로 늘어났다.

삼천리는 올해 5월 신사업 확장에 힘을 실기 위해 2400억원 규모의 회사채도 발행했다. 2년 만기 900억원 접수에 2650억원, 3년물 1500억원에 685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삼천리가 회사채 시장에 등장한 건 2021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재무도 우수한 편이다. 올 상반기 말 삼천리의 총차입금은 1조1525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삼천리는 현금성자산이 더 많은 탓에 순차입금은 -219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천리는 기후테크와 바이오, IT(정보통신) 등의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분 투자까지 하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3월 자본금 300억원을 투입해 설립한 삼천리인베스트먼트가 인수에 앞장선다. 삼천리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11월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 등록을 마친 후 올 8월 2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 조성에 나섰다.

삼천리인베스트먼트는 최근 신사업으로 기후테크와 바이오, IT 등의 분야를 낙점해 관련 스타트업의 공모를 받았다. 기술력이 확인된 스타트업에는 최대 3억원을 지원하고, 향후 지분 투자까지 단행해 사업 확장을 꾀할 계획이다. 스타트업을 물색하는 것은 미래사업총괄부가 이끌고 있다.

삼천리 관계자는 "현재 스타트업 공모를 끝마친 후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한 곳을 선별하는 중"이라며 "기후테크와 바이오 등 기술력이 유망한 곳을 발굴해 지원한 뒤 2차 선별을 통해 지분 투자까지 단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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