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이달 초 DL이앤씨 주가가 52주 최고가 4만4150원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날 자사주 소각 결정을 발표한 영향이었습니다. DL이앤씨 주가는 지난 1년간 줄곧 3만원 안팎을 유지했는데요. 이달 1일엔 4만310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중 기록한 52주 최저가 2만8850원에 비해 50% 가까이 상승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다음날부터 주가는 곧바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2일 전날 종가보다 2400원 내린 4만7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후로도 주가는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모양새였는데요. 연초 상승분 일부를 반납한 상황입니다. 19일 종가는 3만9450원으로 52주 신고가에 비해 10% 이상 하락했습니다.
DL이앤씨 주가가 생각보다 힘을 받지 못한 배경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DL이앤씨는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동시에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 내용도 내놨는데요. 주주들이 환호할만한 소식이 한번에 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이슈를 겪었던 다른 종목에 비해 주가 상승폭 자체가 작은 편이었습니다. 게다가 주가는 다시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Industry & Event DL이앤씨가 발표한 자사주 소각안과 주주환원 정책안이 주주들의 기대를 채우기엔 부족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자사주 소각의 경우 주주환원 효과는 없었습니다. 여기에 자사주 매입 비중을 늘리기로 약속했지만 향후 소각을 전제하지는 않았습니다
먼저 자사주 소각은 DL이앤씨가 DL건설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추가된 절차였습니다. DL건설과 주식을 교환하기 위해 신주를 발행하면서 이로 인한 주주가치 희석을 막기 위해 같은 수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습니다. 유통 주식 수가 그대로라는 점에서 사실상 주주환원 효과가 있지는 않다는 시각이 우세했습니다.
다음으로 DL이앤씨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향후 3개년 동안 연결기준 지배주주 순이익의 25%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주주환원율 25%는 현금 배당 10%와 자사주 매입 15%로 구성됩니다. 기존 주주환원율은 15%였는데요. 현금 배당이 10%, 자사주 매입이 5%를 차지했습니다.
주주환원율을 10%포인트 상향 조정하기로 했지만 현금 배당 비중은 그대로 10%로 두고 자사주 매입 비중만 5%에서 15%로 늘렸습니다. 자사주 소각 역시 전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주주환원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 상황입니다.
물론 건설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주주환원 노력을 강화하기로 한 점은 시장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DL이앤씨는 앞선 2021년~2023년 주주환원 정책안도 100%도 이행하는 등 자본시장 내 신뢰를 지켜왔습니다.
주주환원책을 발표하면서 DL이앤씨는 지난해 잠정 실적도 공시했는데요. 매출은 전년 대비 6.6%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33.4%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본업 실적 회복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면서 주가가 크게 뛰진 못했습니다.
◇Market View 증권가에서도 DL이앤씨의 상향 조정된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만 주가가 유의미한 반등에 나서기 위해선 본업 실적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봤습니다. DL건설 완전 자회사 편입 이후의 시너지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증권사마다 주가 전망은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수익성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보는 하우스는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대다수 투자의견 보유(HOLD)를 유지한 가운데 실적 상승 여력이 축소됐다고 본 곳은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신영증권은 이달 초 리포트를 통해 DL이앤씨 목표주가를 5만3000원으로 상향조정하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습니다. 박세라 연구원은 "DL건설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효율적인 자본재배분을 통해 ROE를 제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수익성이 저점을 딛는 가운데 플랜트 수주 확대를 통해 실적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메리츠증권은 DL이앤씨의 저PBR 매력을 언급했습니다.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5만5000원으로 올렸습니다. 문경원 연구원은 "업종 내 최선호주로서 저PBR(0.34배) 매력을 갖춘 종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올해 플랜트 부문 매출 성장이 기대되고 PF 우발채무 리스크에도 자유롭다는 점에서 저평가 국면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나증권은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4만5000원으로 유지했습니다. 김승준 연구원은 "목표주가 수준에 도달함에 따라 투자의견을 내렸다"며 "자사주 소각 계획이 구체화되거나 마진 개선 여부가 확인되는 등 내용이 있어야 밸류에이션이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Keyman &Comments DL이앤씨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박경렬 재무관리실 실장 담당임원입니다. DL이앤씨는 임원 직급에 상무, 전무 등 호칭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박 CFO는 2022년 7월 같은 자리에 선임돼 2년 가까이 조직을 이끌고 있습니다.
재무 분야에 정통한 인물인데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LX인터내셔널, 아워홈 등을 거쳤습니다. DL이앤씨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는 깨끗한나라 CFO 전무로 재직한 바 있습니다.
더벨은 최근 주가 흐름에 대한 회사의 입장과 앞으로 구체적인 주주환원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DL이앤씨의 IR/ESG팀으로부터 들었습니다. 박 CFO가 이끄는 재무관리실 소속 팀 중 한 곳입니다. 재무관리실에는 자금팀, 금융팀, 회계팀, 세무팀 등도 함께 있습니다.
앞으로 매입할 자사주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은 상태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IR/ESG팀 관계자는 "소각을 포함한 자사주 활용 방안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다만 ESG위원회에서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DL이앤씨는 DL건설 완전 자회사 편입 과정에서도 독립적인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된 ESG위원회를 통해 주주가치 훼손을 최소화하는 주식교환 방식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주식교환 과정의 자사주 소각 역시 주주환원 차원에서 결정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여타 주식교환에선 발행 신주와 동일한 수의 주식을 소각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DL이앤씨 기존 주주는 지분가치 희석 없이 DL이앤씨가 DL건설의 지분을 100% 보유하는 과정에서 사실상의 지분가치 상승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자사주 매입 비율을 올린 배경에 대해서도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IR/ESG팀 관계자는 "주주환원율을 상향 조정하는 과정에서 배당 비율이 아닌 자사주 매입 비율을 늘린 특별한 이유가 있지는 않다"며 "다만 DL이앤씨는 두 가지 방안이 동일한 주주환원 효과가 있다고 보고 내부적으로 비율을 결정했다"고 했습니다.
향후 주가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함께 밝혔습니다. IR/ESG팀 관계자는 "주식교환 이슈가 최근 주가 흐름에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게 맞다고 보고 있다"며서 "앞으로 DL건설이 100% 자회사로 편입되는 만큼 DL건설 실적 개선이 주가에 추가적인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DL이앤씨 또한 올해는 실적 반등이 예상된다"며 "양호한 주가 흐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