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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주주환원 '절묘한 한 수' 예보 잔여지분 매입

연내 1.24% 매입·소각, 오버행 우려 해소·유통주식 감소…CET1 관리도 '숨통'

최필우 기자  2024-02-13 13:19:27
우리금융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잔여 지분을 연내 매입·소각하기로 하면서 일석이조 효과를 보게 됐다. 예보 보유 우리금융 지분은 언제든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물량으로 여겨졌으나 이제 오버행 우려(잠재 매도 물량)를 일축할 수 있다. 동시에 금융권의 자사주 정책 트렌드를 따랐다.

약점으로 꼽히는 자본비율 관리에 있어서도 운용의 묘를 살렸다. 자사주 매입·소각 만을 위한 별도의 금액을 소진하지 않으면서 보통주자본(CET1)비율 하락 폭을 제한했다. 올해 핵심 과제인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과 기업금융 강화에 활용할 버퍼(여력)를 남겼다.

◇금융권 '자사주 소각' 트렌드 추종

우리금융은 '2023년 연간 경영실적' 발표 기업설명회(IR)에서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체결한 예보와의 주식양수도 계약을 바탕으로 연내 자사주를 확보하고 소각까지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예보는 우리금융 지분 1.24%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이번 IR에서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은행금융지주가 전반적으로 호실적을 내면서 주주환원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바탕으로 3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면서 주주환원율을 4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신한금융은 1500억원 규모의 매입·소각을 결정했고 올해 전년도 금액(4859억원)을 넘어설 계획이다. 하나금융도 지난해 1500억원에서 올해 3000억원으로 매입·소각 규모를 확대한다.

경쟁사가 일제히 자사주 정책을 강화하는 가운데 우리금융만 계획을 내놓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그룹 역사상 최초로 자사주 1000억원을 매입·소각했다. 전년 대비 환원 규모가 적어지거나 중단되면 주주환원 정책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우리금융은 자사주 정책을 유지·확대하기가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KB금융, 신한금융과 달리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갖추지 못해 순이익 규모에서 체급차가 난다. 수익원이 편중돼 업황에 따른 순익 기복이 커 매입·소각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현재 우리금융이 처한 상황에서 예보 잔여지분 매입은 절묘한 한 수다. 우리금융이 완전 민영화를 달성한 만큼 예보가 보유한 잔여지분 매입은 반드시 이행해야 할 과제였으나 차일피일 미뤄져왔다. 미뤄둔 과제를 해결해 오버행 가능성을 없애는 동시에 금융권의 자사주 정책 트렌드를 추종할 수 있게 됐다.

우리금융이 연내 매입할 예보 잔여지분은 935만7960주다. 지난 8일 종가 기준 1367억원 규모다.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이 없어도 전년도 소각 규모를 넘어설 수 있는 금액이다.

◇버퍼 'M&A·기업금융'에 활용

예보 잔여지분을 활용하면서 CET1비율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효과도 있었다.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은 예보 잔여지분 매입으로 쓸 수 있게 된 카드다. 별도의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없이 CET1비율을 개선할 시간을 번 것이다.

우리금융이 증권사 M&A에 자본 여력을 쏟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CET1비율 버퍼는 빠듯하다. 우리금융은 자본비율에 부담이 덜한 소형 증권사 M&A 인수도 검토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는 불가피하다.

우리은행이 기업금융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감안했다. 법인 대출이 늘어나면 RWA도 확대된다. RWA 증가는 CET1비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금융은 예보 잔여지분 인수 외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올해 매입 예정 규모가 이미 전년도 금액을 넘어선 만큼 증권사 M&A와 기업금융 강화에 자본 여력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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