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송규종 경영기획실장(부사장)이 자사주 1000주를 취득했다. 삼성의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이 헤지펀드의 공세를 받고 있는 와중에 재무 총괄임원으로서 책임경영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송 부사장은 주주환원정책 강화책 발표 후 자사주를 매입하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5년 안에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히고 난 후 주식을 매입한 데 이어, 올 초에도 주주환원책 강화 계획을 발표한 이후 자사주를 사들였다.
지난 5일 송규종 부사장은 장내에서 자사주 1000주를 취득했다. 주당 취득 단가는 14만4900원으로 송 부사장은 약 1억4490만원을 투자했다. 2020년 말 CFO 부임 이후 이뤄진 4번째 자사주 매입이다.
송 부사장은 2020년 말 부사장 승진과 함께 삼성물산 재무 부문 총괄 자리에 올랐을 무렵인 2021년 2월 자사주 1000주를 사들였다. 이후 지난해 2월과 8월에 각각 1000주씩 장내 매수했다.
작년은 삼성물산이 3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때로, 삼성물산은 5년간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 증가 효과를 내 강력한 주주환원책으로 꼽힌다. 2015년 제일모직이 옛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해 유가증권 시장에 재상장한 이후 주가가 하락을 거듭한 점을 고려한 조치였다.
그러나 삼성물산의 주가는 쉽게 반등하지 못했다. 지속되는 주가 부진은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세 대상이 돼 왔다. 작년 연말 미국 헤지펀드 화이트박스는 삼성물산에 주주환원 정책 확대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화이트박스는 기존 자사주 소각 계획뿐만 아니라 자사주 매입을 추가로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서한에 담았다.
삼성물산은 올 초 더 강화된 주주환원책을 내놨다. 당초 계획했던 자사주 소각 소요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줄였다. 이번에도 송 부사장은 주가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신호를 나타내듯 강화된 주가부양정책을 발표한 이후 장내에서 자사주를 매입했다.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자사주는 보통주 2342만2689주, 우선주 15만9835주로, 이 가운데 보유주식의 3분의 1인 보통주 780만7563주와 우선주를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잔여 자사주는 2025년 780만7563주, 2026년 780만7563주를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송 부사장은 삼성물산에서 재무조직을 포함한 경영지원실에서만 근무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사주 매입에 본격 시동을 건 것은 경영지원실장(CFO) 자리를 맡았을 때부터다.
1968년생인 송 부사장은 2015년 12월 그룹 임원 인사에서 삼성물산 건설 경영지원실 경영지원팀장으로 선임되기 전까지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다. 특히 삼성물산으로 이동하기 전에는 그룹 컨트롤 타워 조직인 미래전략실에서 담당부장과 담당임원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