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가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현금배당은 물론 자사주도 소각하기로 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 뒤 이를 소각하면 전체 주식 수가 줄어 결과적으로 주당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비록 지난해 실적 가이던스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주주가치를 최우선 과제로 두겠다는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영향력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현금배당을 늘렸는데 올해도 이런 기조를 유지, 시장과 신뢰를 지키고자 힘쓰는 것으로 풀이된다.
◇3년 연속 현금배당, 창사 이래 첫 자사주 소각 7일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이날 이사회를 열고 현금배당 지급과 자사주 소각을 의결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보통주 1주당 12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배당성향은 34%이며 배당금 총액은 281억원 규모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발행주식총수 2383만0901주에서 자기주식 39만2239주를 제외하고 산출한 금액이다. 해당 배당금은 정기 주주총회일로부터 1개월 안에 지급한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정기 주총을 3월 27일 열 예정이다.
자사주도 24만1379주 소각하기로 했다. 이는 발행주식 총수의 10%, SM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의 61.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150억원 규모다. 해당 주식은 지금으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15일 소각된다.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있어서 자사주 소각은 단순 매입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수단으로 여겨진다. 자사주 소각은 전체 주식 수가 감소, 결과적으로 주당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도 주가 부양 수단으로 쓰이지만 투자자에게 확신을 주기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해당 자사주를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으로 지급하거나 혹은 기업이 자사주를 다시 시장에 내놓을 수 있어서다.
SM엔터테인먼트는 2022년 상장 이래 처음으로 현금배당을 지급했는데 올해는 설립 이래 최초로 자사주까지 소각한다. SM엔터테인먼트가 이번 주주환원정책에 쓰는 돈은 모두 433억원에 이른다.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CEO)는 이날 열린 2023년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별도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배당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금일 이사회를 열고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주주환원정책 강화 ‘주력’, 투자와 밸런스 ‘관건’ SM엔터테인먼트에게 있어서 주주환원정책은 상징성이 크다. 이수만 전 총괄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때에는 SM엔터테인먼트의 이익이 라이크기획 등을 통해 이 전 총괄에게 흘러들어간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다시 말해 전체 주주가 아닌 최대주주의 이익을 우선했다는 의미다.
SM엔터테인먼트의 현 경영진은 이런 악습을 뜯어고치고 주주가치를 최우선 과제로 여기겠다며 새로운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당시 투자자들은 여기에 크게 호응했는데 특히 주목을 받았던 점이 주주환원정책이었다.
이에 따라 SM엔터테인먼트는 2023년 현금배당 성향을 대폭 높이고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의 최소 3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2022년 200원이었던 주당 배당금이 2023년 1200원으로 늘어난 배경이다. 당시 배당금 총액은 284억원이다.
다만 투자와 배당, 재무건전성 사이에서 SM엔터테인먼트의 고심이 큰 것으로 보인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주환원정책에 있어서 △사업계획에서 수립한 투자를 선집행하고 △순차입금이 목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주주환원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올해는 여기에 문구를 하나 더 추가했다. △'잠재적 투자에 대비해 일부 현금을 유보하겠다'는 조항을 더했다. 다시 말해 순차입금이 목표 범위에서 유지되는 가운데 투자를 집행하고도 주주환원재원이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의 30%를 웃돈다면 해당 돈을 전부 주주에게 환원하는 대신 미래를 대비하고자 일부 현금을 유보하겠다는 의미다.
장 CEO는 “자사주를 소각, 주주가치를 제고하면서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