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가 실적 호조를 이어갔다.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 순이익까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신규 발매한 앨범이 잘 팔린 데다 아티스트 별로 오프라인 콘서트 라인업을 확대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특히 신규 음반 판매량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그러나 SM엔터테인먼트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초 SM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연결기준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은 물론 2000억원이 훨씬 넘는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며 실적 가이던스를 제공했는데 실제 실적은 이를 밑돌았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공시했던 2025년까지 실적 가이던스마저 하향 조정했다. 당시 SM엔터테인먼트가 내놨던 가이던스는 SM 3.0 등 거버넌스 개혁의 근거였다는 점에서 명분이 흐려진 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연간 매출 늘었어도 4분기 실적은 부진 SM엔터테인먼트는 2023년도 잠정실적을 집계한 결과 연결기준으로 매출 9600억원, 영업이익 1154억원을 냈다고 7일 밝혔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12.8%, 영업이익은 26.8%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41.2% 늘어난 1158억원을 기록했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새로 내놓은 앨범 판매가 늘었고 아티스트 별 오프라인 콘서트를 확대하면서 실적이 늘었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판매한 신규 음반은 모두 2010만장이다. 2022년 대비 67% 증가했다. 음반과 음원 발매 수도 64개로 2022년 대비 12% 늘었으며 콘서트는 340회를 개최, 224% 증가했다.
그러나 4분기 실적만 떼어 놓고 보면 성과가 좋았다고 보기 어렵다. 연결기준으로 매출 2500억원, 영업이익 109억원을 냈는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 51.7% 줄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SM C&C와 키이스트, 드림메이커 등 종속회사의 지분가치가 떨어지면서 적자를 냈다.
장정민 SM엔터테인먼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열린 2023년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4분기 공연 규모를 줄이면서 관련 계열사 매출이 줄었고 업황 부진 영향으로 광고, 콘텐츠 관련 계열사의 실적도 감소했다”며 “콘서트와 해외활동이 줄어들면서 영업이익도 함께 부진했다”고 말했다.
◇2025년까지 가이던스 줄줄이 하향, 영업이익 전망은 ‘반토막’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2022년 대비 실적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충분치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초 새로운 경영전략인 SM 3.0의 선언과 함께 제시했던 가이던스에 한참 못 미쳐서다.
당시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원을 달성, 영업이익은 2700억원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실제 매출은 가이던스보다 4%, 영업이익은 57.3%나 적었다.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CEO)는 이에 대해 “팬 플랫폼을 비롯한 신규 사업 관련 전략을 일부 수정했고 업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레이블 인수 계획이 지연됐다”며 “레이블 인수에 따른 신규 매출 발생 예상시점이 조정됐다”고 말했다.
비단 지난해 실적 가이던스만 수정한 게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2025년까지 실적 가이던스까지 줄줄이 하향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SM엔터테인먼트는 새 경영전략인 SM 3.0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2025년까지 연결기준 매출 1조8000억원, 영업이익 5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2025년 매출 목표는 1조3700억원으로 종전 대비 23.9% 줄었다. 영업이익 목표 감소폭이 특히 크다. SM엔터테인먼트는 2024년 영업이익 1600억원, 2025년 2400억원을 낼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종전에 제시했던 가이던스 대비 각각 60%, 52% 감소한 수준이다.
그러나 장정민 CFO는 물론 당시 이런 가이던스 설정을 주도했던 장철혁 CEO마저 가이던스 수정의 근거를 컨퍼런스콜에서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단지 공시를 통해 “상기 내용은 현재 기준으로 작성된 당사의 영업목표이므로 국내외 영업현황과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실제 영업실적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기재했을 뿐이다.
문제는 SM엔터테인먼트가 당시 제시했던 장밋빛 실적 전망이 SM 3.0 등 거버넌스 개혁의 핵심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영향력을 걷어낸다면 SM엔터테인먼트가 과거에 비교해 비약적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현 경영진은 호언장담했는데 공언이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라이크기획을 제거해 이수만 전 총괄에게 흘러들어갔던 부당이익을 차단해도 실적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인건비를 감축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 마저도 쉽지 않기에 SM엔터테인먼트가 실적 가이던스를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규모 '절반' 조정, 투자 대상도 줄여 SM엔터테인먼트는 실적 가이던스 외에 중장기사업과 투자계획까지 수정했다. 당초 SM엔터테인먼트는 1조원의 현금을 마련해 팬플랫폼 확장 등 5대 핵심분야를 중심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5대 핵심분야 가운데 팬 플랫폼 투자 및 확장 계획을 빼고 투자분야를 4개로 줄였다. 투자 규모도 종전 1조원에서 5000억원으로 절반 가량 줄였다. 당초 SM엔터테인먼트는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비핵심자산 등을 매각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런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장철혁 CEO는 “투자재원은 보유현금과 미래영업 현금 일부, 비핵심자산 매각, 차입 등으로 마련할 것”이라며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는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해 집행할 것이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