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Corporate Alignment)협의체가 상설 콘트롤타워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종전까지 카카오그룹의 콘트롤타워는 철저히 비공개로 운영되는 경영쇄신위원회로 여겨졌지만 CA협의체가 경영쇄신위원회를 산하에 두기로 했다.
권한도 막강해졌다. CA협의체 산하에 전략위원회를 두고 그룹 계열사의 투자, KPI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심지어 대표이사(CEO) 등 그룹 차원의 핵심 임원인사도 CA협의체가 결정한다. 카카오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이 앞으로 CA협의체에서 이뤄진다는 의미다.
이런 구조가 가능한 것은 김범수 창업자가 전면에 나선 덕분이다. 김 창업자는 유사 시 최대주주로서 실력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CEO) 내정자와 함께 CA협의체의 공동 의장을 맡기로 했다. 카카오의 의사결정 구조가 김 창업자를 중심으로 한 오너 중심 체제, 중앙집권적 체제로 바뀌는 셈이다.
◇경영쇄신위도 산하에, 콘트롤타워 CA협의체로 정리 2일 카카오그룹에 따르면 CA협의체가 불과 3~4개월여 만에 운영체제를 다시 한 번 바꿨다. 김 창업자와 정 CEO 내정자가 CA협의체 공동 의장을 맡아 의사결정 구조의 정점에 오른다.
눈에 띄는 점은 CA협의체가 경영쇄신위원회의 상위조직이 됐다는 점이다. 카카오그룹의 콘트롤타워가 CA협의체로 정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창업자가 직접 위원장을 맡아 강력한 권한 행사를 예고했던 경영쇄신위원회가 CA협의체 산하 위원회로 들어가서다.
두 가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쇄신위원회는 어디까지나 임시조직이었던 만큼 CA협의체가 콘트롤타워가 되면 안정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투명성도 제고될 수 있다. 경영쇄신위원회는 출범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운영방식이나 소속위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사실상 김 창업자 자체가 경영쇄신위원회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밖에 CA협의체는 각 계열사의 KPI, 투자 등까지 검토하는 전략위원회 등 다수의 위원회를 산하에 두기로 했다. 그동안 카카오그룹의 주요 투자결정은 비공식 조직인 투자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됐는데 이 역시 공식적 상설 조직에서 이뤄진다는 의미다.
카카오그룹 주요 의사결정기구의 역할과 질서가 마침내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말 김 창업자가 비상경영제제를 선언한 직후 카카오그룹의 핵심 기구는 CA협의체 외에 경영쇄신위원회, 준법과신뢰위원회 등으로 늘어나 콘트롤타워가 어디인지, 의사결정의 구심점이 어디인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다.
콘트롤타워로서 지위는 CA협의체의 역할에서도 드러난다. CA협의체는 CEO 등 그룹 차원의 임원 인사를 지원하고 그룹협의회를 운영하는 협의체 총괄부서를 둔다.
주요 계열사 CEO는 CA협의체의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CA협의체는 경영쇄신위원회 외에 다수의 위원회를 둘 예정인데 CA협의체와 협약을 맺은 계열사 13곳의 CEO는 원하는 위원회를 최대 3개 선택해 참여할 수 있다.
협약을 맺은 계열사 13곳은 카카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카카오벤처스, 카카오브레인, 카카오스타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카카오페이, 카카오픽코마, 카카오헬스케어 등이다.
자율경영체제를 중시했던 카카오그룹이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구조로 완전히 변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종전까지 CA협의체는 계열사의 경영을 지원하고 방향성을 조율하는 지원조직으로 여겨졌다. 운영진도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4인의 총괄이 맡았다.
그러나 4인 총괄체제를 확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CA협의체는 삐그덕댔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 총괄 대표는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고 김정호 총괄은 욕설 논란 등으로 외부 노출을 삼가고 있다.
정 CEO 내정자는 당초 맡았던 사업관리 외에 업무 수행 범위가 넓어졌다. CA협의체가 운영제제를 바꾼 데는 4인 총괄 공백 등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CA협의체 당면과제 “쇄신, 또 쇄신” CA협의체의 당면 과제에도 이목이 쏠린다. 카카오그룹의 핵심 의사결정기구로 거듭난 만큼 당면과제나 지향점을 무엇으로 설정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김 창업자는 ‘쇄신’이라고 답했다. 그는 2일 13개 협약사 CEO와 회의를 열고 “사회의 눈높이와 신뢰에 부합하는 성장 방향과 경영 체계가 필요하다”며 “인적 쇄신을 비롯해 거버넌스, 브랜드, 기업문화 등 영역에서의 쇄신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공동의장을 맡은 김 CEO 내정자도 마찬가지다. 김 CEO 내정자는 “계열사 CEO가 직접 위원회에 참여해 그룹의 의사결정에 대한 맥락 이해도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내부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며 “그동안의 느슨한 자율경영 기조를 벗어나 구심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일단 김 창업자와 김 CEO 내정자는 공동 의장으로서 앞으로 한 달 동안 산하 실무조직을 세세하게 정비하기로 했다. 그리고 2월부터는 매월 그룹협의회를 열고 중요사항을 의결하기로 했다.
산하 실무조직과 위원회가 완성되면 각 위원회는 그룹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아젠다를 발굴하고 방향성, 정책 관련 의견을 제시한다. 그리고 위원장은 이런 내용을 참고해 협약을 맺은 계열사에 참고·권고의견을 전달하는 등 문제를 해결하고 책임지는 역할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