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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

링크제니시스, 아이디스그룹 화학적 결합 방안은

호재성 M&A에도 주가 부진, 그룹사 HW·SW 시너지 강구…반도체 업사이클 기대감

조영갑 기자  2023-12-21 08:00:25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코스닥 상장사 링크제니시스를 직접 취재한 건 지난 2월 중순이었습니다. 당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코리아2023'에서 현장 인터뷰를 요청, 백인혁 전 부사장(CTO)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백 부사장은 정성우 대표와 함께 링크제니시스를 창업한 파운더 중 한 명입니다. KAIST대학원에서 전산학을 전공하고, 이후 삼성전자 및 삼성SDS, NHN을 거친 SW(소프트웨어) 엔지니어입니다. 약 4%의 지분을 보유한 개인 2대주주였죠. 현재 초소형 위성 종합 솔루션 벤처테크 '루미르'로 적을 옮겼습니다.

당시 인터뷰에서 백 전 부사장은 반도체 통신 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컨슈머 시장(B2C SW)에 진출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스마트팩토리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AI 제어 솔루션 등입니다. 반도체 IDM(종합제조사)가 아닌 일반 회사와 개인 엔지니어로 SW의 저변을 넓히겠다는 구상입니다.

링크제니시스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통신 국제 표준을 지원하는 SW개발 기업입니다. 쉽게 말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양산 라인의 장비들이 컨트롤러와 무선 통신돼 작동할 수 있도록 SW를 지원하는 기업입니다. 올해 같은 반도체 다운 사이클에서는 도무지 매출을 낼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이 때문에 당시 백 전 부사장의 말이 링크제니시스의 새로운 '업사이드' 포인트로 읽혀 인터뷰에도 강조됐습니다.

해당 인터뷰 이후 정확히 한달 뒤 링크제니시스는 아이디스그룹의 계열사인 아이디스파워텔의 품에 안겼습니다. 무전 통신사업을 하는 회사입니다. 아이디스파워텔은 236억원을 투자해 정 대표 및 특수관계인의 구주 251만주(21.92%)를 인수하고, 임원 개선 계획안까지 내놨습니다. 백 전 부사장의 사내이사 사임 계획을 포함해서요. 백 전 부사장이 회사를 떠나는 것은 M&A(인수합병)과 동시에 예정돼 있었다는 이야깁니다.

손바뀜 이후 9개월이 지난 지금 양사의 케미스트리(화학적 결합)은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올 1년 구간의 주가를 들여다보면, M자 변동이 반복되는 게 보입니다.


통상 규모가 큰 기업집단과 M&A를 통해 연착륙한 기업들은 현저하게 주가가 뛴 이후 일정한 기업가치를 유지하는데 링크제니시스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인수를 전후해 장중 8630원까지 주가가 뛰기는 했지만, 4~5월 부진하다가 10월에는 장중 4995원으로 52주 최저가를 찍었습니다. 19일 종가 기준 6480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10월 바닥을 찍은 이후 기저효과로 주가가 뛰기는 했지만 여전히 M&A 이전의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은 755억원에 불과합니다.

◇Industry & Event

실패한 M&A일까요? 아직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링크제니시스의 부진은 수익성에 의거한 시장논리로 보여집니다. 다종의 주주를 보유한 코스닥 상장사로서 아직 시장에 '양적확장'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 큽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는 브랜드와 제조사를 떠나 현장 내에서 동일한 프로토콜로 통신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SEMI(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가 정립한 표준을 따라야 합니다. 링크제니시스는 국내 유일의 SEMI 표준 통신 프로토콜 솔루션 제공사입니다. 링크제니시스가 제공하는 솔루션을 통해 현장의 각 장비 간 교신이 이뤄집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모비스 등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LG전자와 전장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SEMI 통신 솔루션 XComPro, XGemPro 등의 제품과 스마트팩토리 관련 SW 자동화 테스트 솔루션(LOOKAZ) 등이 주력 제품입니다.

LOOKAZ의 경우 생산라인 안에서 설비, 센서, 공정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하는 솔루션입니다. 통신 솔루션 부문에서 총 매출의 약 50%, 스마트팩토리 SW 부문에서 약 40%가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사양이 높아질수록 통신프로토콜의 커버리지가 넓어지는 이치다. (자료=링크제니시스 홈페이지)

링크제니시스가 속한 영역이 SW로 대별되는 IT 섹터와 주 공급처인 반도체 영역에 걸쳐 있기 때문에 M&A라는 호재에도 불구, 시장의 평가가 박하다는 분석입니다. 반도체 영역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D램, 낸드 감산의 여파 탓에 올해 3분기까지 시쳇말로 죽을 쑤었습니다. 그나마 HBM(고대역폭메모리) 이슈가 AI(인공지능) CPU의 기대감을 타고, 인덱스를 다소 끌어올린 것을 제외하면 반도체를 둘러싼 소재, 부품, 장비 영역은 올해 상반기 혹한의 계절을 보냈습니다. 수익성, 주가 말할 것 없이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 링크제니시스만 혼자 시장에 어필하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링크제니시스는 100억원 대의 매출을 유지, 매출 볼륨이 작은 회사지만 매해 20% 대의 우수한 영업이익률을 시현하고 있습니다. 2020년 말 매출액 129억원, 영업이익 28억원, 2021년 말 매출액 160억원, 영업이익 39억원, 지난해 매출액 173억원, 영업이익 3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당기순이익 규모가 작아 배당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눈여겨 봐야 할 점은 아이디스그룹과의 시너지 방안입니다. 아이디스그룹은 디지털 CCTV(아이디스), LTE 무전통신(아이디스파워텔), ID카드 프린터(아이디피), 산업용 프린터(빅솔론) 등 산업 부문의 다양한 디바이스를 제조하는 그룹사입니다. 김영달 아이디스그룹 회장은 디바이스 제조 라인업에 걸맞는 SW 개발사를 인수하기 위해 백방으로 매물을 물색하던 중 링크제니시스를 낙점했습니다.

◇Market View

링크제니시스를 다룬 최근의 리포트는 없습니다. 시가총액 700억원 대의 스몰캡의 비애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2018년 이전 상장 이후 2020년까지 간헐적으로 리포트가 나왔는데요, 그나마 가장 최근의 리포트는 상장 주관사였던 하나금융투자에서 발간한 2020년 6월 리포트입니다.

해당 리포트에서는 2021년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스마트팩토리 SW의 사업성이 유망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팬데믹의 전지구적 확산 이후 2021년 반도체 설비 투자가 살아나면서 링크제니시스가 수혜를 받을 거라는 전망입니다. 실제 링크제니시스는 반도체 설비가 늘어나면 SEMI 표준 통신 주파수를 설치하는 물량도 많아집니다.

해당 리포트의 전망 대로 고객사들의 2021년 설비 투자가 늘어나면서 링크제니시스는 전년 대비 30억원 가량(22%) 늘어난 16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이익률 역시 25% 수준으로 선방했습니다.


리포트는 더불어 링크제니시스의 차세대 솔루션으로 AI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꼽았습니다.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링크제니시스는 차세대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팩토리 자동화 및 테스팅 솔루션으로 제품 경쟁력을 더욱 높여나가고 있으며, 신규 고객 유치가 늘어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현재 LG전자와 진행하고 있는 전장관련 사업이 이 맥락입니다.

◇Keyman & Comments

링크제니시스의 CFO(재무최고책임자) 라인은 인수 이후 아이디스 계열 인사들로 채워졌습니다. 김기수 이사입니다. 김 이사는 2000년부터 현재까지 아이디스홀딩스의 CFO를 맡은 김영달 회장의 최측근입니다. 다양한 M&A에 관여하며, 실력을 인정 받았습니다. 현재 링크제니시스의 이사(경영기획)를 겸하고 있습니다. 링크제니시스의 재무전략 전반을 관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IR·기획마케팅의 책임자는 원래 '링크제니시스 사람' 이었던 이종우 본부장(이사)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본부장 휘하에 이영춘 프로가 실제 IR과 주담 실무를 도맡고 있습니다. 이 프로 역시 인수 이전 링크제니시스에 입사한 인물입니다. 12월 초 주가 급등을 다룬 기사 이후 재차 통화를 장시간 나누며, 링크제니시스와 아이디스그룹과의 화학적 결합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이 프로는 3월 피인수 이후 올해까지의 기간을 양사의 '허니문' 기간으로 칭하며, "그동안 각사가 해오던 사업과 방식이 달랐기 때문에 이 이질성을 단기간에 극복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으며, 인수 시너지가 주가에 반영되는 것도 역부족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의 상황을 인정하는 담백하고 솔직한 답변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밀월 기간이 끝나는 내년, 내후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그룹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사업을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현재 아이디스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하드웨어 관련 탑재 SW를 링크제니시스가 담당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 회장이 SW 회사에 대한 니즈가 있었던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인수기업을 키울 거라는 이야기죠. 당장은 그룹사 외주를 줬던 SW 개발 물량을 링크제니시스가 내재화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러면서 이 프로는 "기존 링크제니시스가 잘 해오던 영역들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장 부문에서의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이야기죠. 특히 장비 자동화 관련 스마트팩토리 검증 SW 분야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습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전장 기술 역시 고도화되는 만큼 이 영역에서 SW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중국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백 전 부사장 역시 올해 초 중화권 파운드리 이야기를 거론했었는데요. 이 프로는 이 연장선에서 "중국 중소형 반도체 메이커 및 장비사들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중무역 분쟁 및 반도체 수급 문제로 중국이 자국소비 기조로 회귀했으나 'X-GEM300 Pro' 같은 제조설비 표준 통신프로토콜 SW는 니치마켓(틈새시장)을 파고들 수 있을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내년 적극적인 설비 투자가 예상되는 만큼 회사의 업사이드로 삼겠다는 결기가 느껴졌습니다.

링크제니시스는 이와 관련 내년 3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최대 반도체 행사인 '세미콘차이나2024'에 참가해 회사의 주력 SW를 마케팅한다는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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