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컴퍼니 빌더’ 스노우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스노우는 네이버가 최대주주를 맡고 라인코퍼레이션, 라인플러스가 주요 주주에 오른 형식으로 주주가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라인코퍼레이션의 모두 보유지분을 회수해 소각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스노우의 주요주주는 네이버와 라인플러스, 이렇게 둘로 줄어든다. 스노우가 신사업을 육성하는 컴퍼니빌더로서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네이버의 지배력을 확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 라인플러스만 주주로 남아 스노우에 따르면 12월 26일을 기준으로 차등(불균등) 유상감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감자 비율은 7.12%다. 유상감자가 이뤄지면 전체 보통 주식 수는 종전 208만46주에서 193만2153주로 감소한다. 자본금은 104억23만원에서 96억6076만5000원으로 줄어든다.
스노우는 감자 사유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경영효율화”라고 밝혔다. 이번 유상감자가 이뤄지고나면 스노우의 주주는 종전 네이버, Z인터미디엇글로벌(구 라인코퍼레이션, Z Intermediate Global Corporation), 라인플러스 등 3곳에서 네이버와 라인플러스 등 2곳으로 줄어든다.
라인플러스의 최대주주가 Z인터미디엇글로벌인 만큼 Z인터미디엇글로벌과 라인플러스가 둘다 스노우의 주주로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Z인터미디엇글로벌의 강력한 영향을 받고 있는 라인플러스가 스노우의 주요주주이기에 이번 유상증자를 기점으로 Z인터미디엇글로벌이 스노우의 주주명단에서 빠진다는 의미다.
스노우는 Z인터미디엇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던 보통주 13만2593주와 라인플러스의 보통주 1만5300주를 장외 취득해 유상소각하기로 했다. 스노우는 이들이 보유한 주식을 주당 63만7764원, 총 943억원에 매입해 소각한다. 어디까지나 감자 대상은 Z인터미디엇글로벌 지분 전량과 라인플러스 일부 지분이다. 네이버의 지분은 감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스노우에 대한 네이버의 지배력이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유상감자 이후로 스노우 지분은 네이버가 90%, 라인플러스가 10% 보유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네이버가 보유한 스노우 지분은 82.96%였다. 물론 지배력을 행사하긴 했지만 라인코퍼레이션 등 일본 관계사 지분이 17%에 가까웠다. 그러다 네이버가 올 4월 스노우에 운영자금 목적으로 500억원을 출자, 보통주 7만8399주를 취득하면서 지분율이 올 상반기 말 83.6%로 상승했다.
여기에 Z인터미디엇글로벌의 지분이 빠지고 주요 주주가 네이버, 라인플러스로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이들의 지분이 커졌다는 의미다.
◇네이버 지배력 확대, 기업가치 1.3조 ‘인정’ 네이버그룹에서 스노우의 중요성은 작지 않다. 이번 유상감자로 스노우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동시에 네이버의 지배력을 끌어올린 배경이다.
스노우는 2016년 8월 캠프모바일의 카메라 사업부를 분할해 설립된 기업으로 전세계에서 월간 1억5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두고 있다. 그러나 스노우의 자체적 실적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스노우는 창립 이래 지난해까지 해마다 영업손실과 순손실만 내고 있다.
그런데도 스노우의 입지가 단단한 이유는 컴퍼니빌더라서다. 2016년부터 20개 이상의 모바일 서비스, 콘텐츠, 커머스 사업을 런칭했다.
이에 따라 스노우가 거느린 자회사도 다양하다. 화장품을 제조, 유통, 판매하는 어뮤즈와 C2C(개인 간 거래) 플랫폼의 전초기지인 크림,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 등이 스노우 산하에 있다.
스노우는 1조3000억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다. 스노우가 Z인터미디엇글로벌과 라인플러스에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가격 63만7764원은 기업가치 1조3000억원 정도를 기준으로 산정한 값이다. 네이버는 올 4월 스노우를 대상으로 출자할 때 기업가치를 이 정도로 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