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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LS머트리얼즈는 합작법인(JV)을 설립해 전기차 배터리 부품 양산을 추진한다. 오스트리아 알루미늄 압출 업체인 HAI(Hammerer Aluminium Industries) 기술력과 LS그룹 자본을 결합해 진행하는 신규 사업이다. LS머트리얼즈는 해외 계열사를 거쳐 JV에 출자해 지주사 규제를 피했다. LS 손자회사인 LS머트리얼즈는 증손회사(국내 계열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는 행위 제한 요건 때문에 JV를 자유롭게 설립할 수 없다.
LS머트리얼즈는 HAI와 JV 하이엠케이(HAIMK)를 설립·운영하기 위해 지난 7월 100% 미국 종속회사인 LSMA(LS Materials America)를 세웠다. 해외 계열사를 거쳐 JV 투자 구조를 설계하면 손자회사의 국내 계열사 주식 소유를 제한하는 지주사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JV 생산시설은 경상북도 구미시 인동 알스코 공장 부지에 설립할 예정이다.
LS머트리얼즈는 다음 달까지 LSMA가 JV 지배력 66.6%를 확보하는 투자 구조를 짰다. LS→LS전선→LS머트리얼즈→LSMA→JV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나머지 JV 지분 33.3%는 HAI가 보유한다. LS머트리얼즈는 하이엠케이가 사업을 영위하는 데 특수하게 적용되는 법적인 제약 요건은 없다고 보고 있다.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한 지주사 규제는 국내 계열사에만 적용된다.
하이엠케이는 내후년까지 투자금 918억원이 필요하다. 각각 743억원은 건·구축물 설비투자, 175억원은 무형자산 취득에 쓴다. 초도 생산 시점은 내후년 1분기다. 내후년부터 국내 완성차 업체가 양산을 계획한 전기차에 제품을 공급하는 게 목표다.
하이엠케이가 양산할 전기차 배터리 부품은 세 가지다. 각각 △배터리 팩을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EV Side Sill △배터리 열을 외부로 배출하는 EV Battery Bottom Tray △차량 충돌 시 충격을 흡수하는 Crash Box 등이다.
먼저 JV에 출자한 건 LS머트리얼즈다. LSMA는 지난 15일 LS머트리얼즈 출자금(450억원)과 차입금(225억원) 등으로 마련한 675억원을 JV에 출자해 지분 100%를 확보했다. LS머트리얼즈는 지난 6월 2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해 JV 투자금을 마련해 뒀다. 투자자는 LS전선과 재무적 투자자(FI) 케이디이호투자였다. LS머트리얼즈가 LSMA 차입금에 지급보증도 제공했다.
하이엠케이 다음 달 HAI로부터 기술 도입을 마친다. JV는 기술료 175억원을 HAI에 지급하고, HAI는 수령한 기술료(175억원)에 현금 50억원을 보태 LSMA가 보유한 하이엠케이 구주 지분 33.4%를 매입한다. LSMA가 구주 매각대금으로 차입금(225억원)을 상환하면 JV 설립 절차가 마무리된다.
LS머트리얼즈와 HAI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한배를 탈 수 있었다. HAI는 국내에 수요처가 있었지만, 유럽연합(EU) 현지에 투자한 금액이 2000억원이 넘어 국내에 출자할 여력이 부족했다. 2021년 HAI 매출 규모는 약 8075억원이다.
LS머트리얼즈는 전기차 배터리 부품 생산 품목을 늘려 추가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했다. HAI는 전기차 생산 업체에서 요구하는 강도와 정밀도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경량화 배터리 시스템 양산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이엠케이는 기술을 이전받아 HAI가 유럽에서 운영 중인 생산 라인을 구축한다. 공장을 설립한 뒤 안정화 단계까지 HAI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하이엠케이에 상주할 예정이다. LS머트리얼즈는 하이엠케이가 2027년 2000억원 규모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LS그룹은 하이엠케이 이사회 과반 의석을 가져간다. LS 측 2인 HAI 측 1인으로 이사진을 구성한다. 하이엠케이 재무·회계 책임자는 LS 측 인력을 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