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위니아그룹이 자동차 스티어링휠 제조사 대유에이피를 매각했다. 거래 상대방은 삼성전자의 냉장고 등을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DH글로벌이다. 2014년 대유위니아그룹이 위니아를 인수하기 직전까지 위니아의 김치냉장고를 위탁생산하기도 했다.
계열사 매각에 앞서 몽베르CC와 박영우 회장의 위니아 지분까지 매각하며 자금 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통해 경영난을 빠르게 타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유에이피 매각으로 대유위니아그룹은 이제 대유에이텍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할 것으로 전망된다.
◇DH글로벌, 과거 위니아 제품 위탁생산 인연 대유위니아그룹은 지난 17일 대유에이피를 DH글로벌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대유에이텍이 보유한 486만9364만주로 전체 주식수의 37.66%다. 주당 가액은 7582원이다. 17일 종가가 4600원이지만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해 60% 가량 높게 결정됐다. 이로써 대유위니아그룹은 369억원을 확보하게 됐다.
대금 지급은 두 차례에 걸쳐서 이뤄진다. 우선 20일 현금지급 방식으로 74억원을 DH글로벌로부터 건내받는다. 잔금 295억의 경우 오는 28일 추가로 납입할 예정이다. 잔금지급까지 마무리되면 주식 인도가 이뤄진다. 이와 함께 최대주주도 대유에이텍에서 DH글로벌로 변경된다.
이번 지분 매각 과정에서 대유에이피는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도 함께 단행한다. 신주 258만5856주를 발행한다. 발행가액은 3620원으로 기준 주가인 4018원에서 10%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대상은 DH글로벌의 자회사 DH오토웨이다. 이를 통해 건전성이 악화된 대유에이피에 운영자금으로 94억원을 지원한다.
DH글로벌은 광주광역시 소재의 삼성전자 협력사다. 2014년 뚜껑식 김치냉장고 생산을 맡으면서 삼성전자의 일부 가전 제품의 OEM 생산을 맡아왔다.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에어드래서, 비스포크 냉장고 등을 공급했다. 이에 앞서 2013~2014년에는 위니아의 뚜껑식 김치냉장고와 제습기 등의 OEM 생산을 담당하기도 했다.
DH글로벌의 대유에이피 인수는 자동차 부품 사업 확대에 있다. 지난해 대성엘텍 경영권을 인수해 신사업으로 자동차 부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성엘텍은 현대차·기아 등에 차량용 오디오, 내비게이션 등을 납품하고 있다. 국내 스티어링휠 1위 대유에이피 인수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 계열 수직 계열화, 대유에이텍 지키기 집중 대유에이피는 2002년 자동차 스티어링휠 제조 사업을 시작했다. 2016년 10월에는 대유플러스의 스티어링휠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설립했다. 가죽과 폴리우레탄(PU) 소재의 스티어링휠을 현대차·기아,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한국지엠 등에 공급해왔다. 구체적으로 제네시스, 현대 그랜저, 기아 카니발·쏘렌토 등 차량에 탑재됐다.
당초 최대주주는 대유플러스였다. 대유홀딩스→대유플러스→대유에이피로 이어지는 구조였지만 지난 9월 대유에이텍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분산돼 있던 그룹의 자동차 관련 계열사를 수직 계열화해 경영 효율화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코스피 상장사인 대유에이텍이 자리잡았다.
이번 매각은 대유에이텍의 주도로 이뤄졌다. 대유위니아그룹 계열사가 상호 출자로 얽혀있는 가운데 위니아전자의 부도가 그룹 전체로 번졌다. 이에 대유에이피가 100억원의 보증과 주식담보로 자금을 지원했던 대유플러스에 부도가 발생했다.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일찌감치 매각 리스트에 올렸다.
이로써 대유에이텍을 중심으로 수직 계열화된 구조에서 핵심 계열사인 대유에이피가 떨어져 나가게 됐다. 현재 유일한 캐시카우가 자동차 시트를 제조하는 대유에이텍인 만큼 채무상환과 함께 대유에이텍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박 회장이 위니아 지분 전량을 처분하며 이러한 분석에 힘이 실린다.
앞서 대유위니아그룹은 몽베르CC를 동화그룹에 매각했다. 매각가는 3000억원이다. 이외에 그룹의 성남 소재 통합 연구개발(R&D) 센터, 위니아전자 멕시코공장 등을 인수한 원매자를 찾고 있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체불된 임금 지급과 채무상환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