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위니아그룹이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벌이는 법정다툼의 2심 판결이 1달 반가량 뒤로 미뤄졌다. 최근 경영 위기를 겪는 대유위니아그룹 입장에서는 빠른 승소가 간절한 상황이지만 판결이 미뤄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대유위니아그룹은 위니아전자를 비롯해 3개 계열사가 법원을 문을 두드린 상태다. 자동차부품 계열사로 그룹 재건을 나서는 가운데 320억원이 걸린 소송의 지연은 변호사비용 증가 등을 고려할 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2심 판결 12월로 연기, 대법원장 공석 사태 비롯 '복합변수'

애초 서울고등법원은 대유위니아그룹과 홍 회장이 벌이는 인수합병(M&A) 관련 법정다툼의 2심 판결을 이달 20일 내리려했다. 하지만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판결기일을 하루 앞둔 19일 양측에 기일을 변경한다고 통보했다. 새로운 기일은 올 12월 초중순으로 잡혔다.

이와 관련해 대유위니아그룹 관계자는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소송 대리인으로 참여하는 변호사들조차 법원에서 연기 사유를 설명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고법이 판결을 미룬 배경으로는 법원과 대유위니아그룹을 둘러싼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하위 법원에도 파장이 미치고 있다. 현재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에서 복수의 대법원장 후보를 추천한 가운데 서울고등법원의 이광만 부장판사, 홍승면 부장판사도 포함됐다. 향후 서울고등법원에도 연쇄 인사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유위니아그룹이 처한 상태도 거론된다. 위니아전자,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이 각각 9월 20일, 21일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같은 달 25일에는 대유플러스가, 이달 4일에는 위니아(옛 위니아딤채)가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홍 회장과의 소송이 대유위니아그룹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재판부가 신중을 기한다는 관측이다.

최근의 여러 상황과는 별개로 소송에 관해 추가적으로 검토할 사안이 늘어나 판결 시점이 미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대유위니아그룹의 소송 대리를 맡는 법무법인 해광은 올 10월 10일 참고서면을 제출했다. 이어 홍 회장을 대리하는 같은 달 16일 참고서면을 냈다.

◇대유위니아그룹, 비용 증가 '부담'…홍 회장 측, 즉각 '3심 돌입' 태세

대유위니아그룹과 홍 회장의 법정다툼은 남양유업 경영권을 둘러싼 M&A로 인해 파생됐다. 홍 회장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경영권을 넘기려다가 거래 결렬을 주장했다. 한앤컴퍼니와 맞서는 동안 대유위니아그룹을 새로운 원매자로 구하고 '매매예약완결권'에 관한 합의를 했다.

하지만 작년 3월 홍 회장 측은 대유위니아그룹의 협약이 해제됐다고 밝혔다. 이미 계약금 명목의 320억원을 제공한 대유위니아그룹 측에서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측은 결국 분쟁을 겪게 됐다.

최근 그룹 계열사들이 잇달아 회생절차를 신청하며 위기를 겪는 대유위니아그룹 입장에서는 빠른 승소 판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홍 회장 측에서는 한앤컴퍼니와의 법정다툼과 마찬가지로 대유위니아그룹과의 법적 분쟁 역시 최대한 시일이 지연될수록 유리한 측면이 많다.

현재로서는 2심 결과가 나오더라도 양측이 상고해 3심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인지대, 변호사비 등 소송 진행으로 인한 각종 비용이 앞으로 더 소요될 수 있다. 계열사들이 자금난을 겪는 대유위니아그룹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2심에서) 패소하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패소한다면 당연히 3심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