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Tech) 기업은 원재료 가격과 판매단가에 따라 이익 변동 폭이 큰 경우가 많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 테크기업들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만큼 밸류에이션도 글로벌 추이에 따라 움직인다. 주가를 밀어 올리는 원동력은 실적이지만, 글로벌 시장 트렌드 변화 속에서 기업의 기존 사업과 신사업 전략 등이 방향성을 잘 맞춰가고 있는지를 투자자들은 평가한다. 더벨은 각 테크기업이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밸류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밸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요인과 변수는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대주전자재료가 2차전지 공급망에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10년 넘게 준비해온 사업에서 성과가 하나둘씩 나타나면서다.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SK온과 협력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 중 2곳을 고객으로 맞이하게 됐다.
회사가 다루는 제품이 차세대 소재라는 점에서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책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국내외 완성차업체가 도입 검토를 본격화하면서 기대 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음극재 세대교체 가속, 선제 투자로 대응
그동안 대주전자재료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전자부품에 사용되는 전도성 페이스트 및 파우더, 가전 등에 쓰이는 절연체, 조명용으로 활용되는 형광체 등이 주력 상품이었다. 다만 정보기술(IT) 업계 특성상 업황에 따른 기복이 불가피했고 해당 소재들의 성장성은 분명했다.
이에 대주전자재료는 자체 보유한 기술을 토대로 중장기 프로젝트를 준비했고 이 과정에서 2011년부터 실리콘 음극재 개발에 돌입했다. 과거 사업화한 플라즈마디스플레이(PDP) 격벽용 유리재료, 나노분말 등에 적용한 기상합성공정을 토대로 삼았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 대안으로 부각된다. 흑연계는 배터리 충전 시 리튬이온이 흑연층 사이사이로 침투하면서 해당 층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 이는 내부 구조를 변화시켜 배터리 용량이 줄게 한다.
흑연은 탄소 원자당 6개당 리튬이온 1개가 저장되는 반면 실리콘은 원자 4개당 리튬이온 15개를 품을 수 있다. 실리콘계가 흑연계보다 고용량 및 고출력 배터리를 구현하기에 유리하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4~5배 크면서 급속 충전에 용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실리콘 음극재는 내구성과 팽창 이슈가 해결 과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관련 업체들은 흑연 음극재에 실리콘 함량을 높여가는 식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실리콘계는 다시 실리콘 산화물(SiO) 실리콘 탄소 복합체(Si-C) 등으로 나뉜다. SiO는 수 나노미터(nm) 크기 실리콘과 산소, 탄소 등으로 이뤄진 분말이다. Si-C는 수십 nm 크기 실리콘과 탄소가 혼합된 가루다.
대주전자재료의 경우 SiO를 채택했다. 전문가들은 SiO가 Si-C 대비 구현하기는 어렵지만 수명, 생산성 등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한다.
경쟁사 대비 이른 투자로 대주전자재료는 지난 2019년부터 LG에너지솔루션과 거래를 텄다. 양사는 2010년대 중반부터 연구개발(R&D)을 함께했고 대주전자재료가 SiO 물질을 제공하면 LG에너지솔루션이 흑연 음극재와 섞는 구조를 형성했다. 포르쉐 '타이칸'에 가장 먼저 투입됐고 아우디 'E-트론',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폴고레' 등으로 확대 적용되는 분위기다.
최근 대주전자재료는 또 하나의 우군을 얻었다. 내년부터 SK온에 실리콘 음극재를 공급하기로 한 것. 두 회사는 작년 초 공동개발협약(JDA)을 맺은 뒤 올해 2분기 양산부품승인 절차를 완료한 바 있다. 이를 거쳐 2024년 1분기부터 대주전자재료가 납품할 실리콘 음극재는 SK온의 북미 고객 전기차에 탑재된다. 이로써 해당 제품은 내년 6~7종 전기차에서 사용될 것으로 추정된다.
대주전자재료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SK온과 수명 특성이 개선된 실리콘 음극재를 공동 개발하기로 하는 등 협력 관계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상용화된 실리콘 음극재의 실리콘 함량은 5% 수준이다. 대주전자재료는 연내 8%, 향후 10% 이상으로 증가시킬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밀도는 약 3배까지 높아진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국내외 완성차업체와도 실리콘 음극재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테슬라, 현대자동차 등이 거론된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이외 배터리 제조사는 물론이고 전기차 회사와 직거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30년 1위 목표…주가는 기대 이하
늘어나는 수요 대응 차원에서 대주전자재료는 실리콘 음극재 생산능력(캐파)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만 수차례 투자 소식을 전했다. 경기 시흥캠퍼스 증설이 한창인 가운데 전북 새만금에도 전용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2020년 400톤 내외였던 실리콘 음극재 캐파는 2023년 3000톤, 2027년 5만톤, 2030년 10만톤 캐파를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주전자재료는 7년 뒤 글로벌 전기차의 50% 이상이 적용할 실리콘 음극재 시장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실리콘 음극재는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1~9월 누적 기준으로 전체 매출에서 12.33%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두 자릿수 비율은 처음으로 내년, 내후년을 지나면 더욱 커질 것이 기정사실화다. IT 불황 속에서도 대주전자재료가 선방한 배경이다.
대주전자재료는 지난 3분기(연결기준) 매출 538억원, 영업이익 1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4% 상승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58% 하락했다.
이에 대해 대주전자재료 고위관계자는 "주요 매출품인 전도성 페이스트 가동률이 아직 덜 올라왔고 실리콘 음극재 투자가 대규모로 단행된 영향"이라며 "현재 고객뿐만 아니라 다수의 잠재 고객과 R&D에 필요한 인력, 인건비 등이 직접적으로 반영된 것도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주가는 지난 4월7일 13만3800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현재는 소강상태다. 당시 에코프로 등 전기차 관련주가 급등하면서 대주전자재료도 호조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전기차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됐고 테슬라 등 리딩업체의 주가가 주춤하면서 업계 전반이 다소 내려앉은 상황이다. 대주전자재료는 이달 초 6만7500원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들어 반등하면서 16일 종가 기준으로 8만300원으로 마감했다.
배터리 소재업계 관계자는 "실리콘 음극재는 지금보다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품목"이라며 "내년부터 시장이 개화하면 관련 기업들의 수혜가 드러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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