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그룹 포트폴리오 재편 때 현물출자를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물적분할 자회사를 상장하는 분할 방식에 주주들의 반감이 컸던 시기 현물출자가 요긴하게 쓰였다.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 자산을 현물출자해 세운 'KT클라우드'가 대표적이다. 김영진 KT 경영기획부문장(CFO)이 투자자 소통 전면에 나서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해소했다.
KT는 2020년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으로 변화를 선언하고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편을 추진했다. 기존 통신사업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미디어·콘텐츠 △금융 △B2B 등으로 사업 기반을 넓혔다. B2B 분야에 속한 클라우드·IDC 사업은 KT 자회사인 KT클라우드가 전담하도록 했다.
KT는 지난해 4월 클라우드·IDC 사업 부문을 분리해 KT클라우드를 설립했다. 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지분 투자와 제휴·협력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당시 클라우드·IDC 사업 부문은 KT 전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남짓이었다. 5G, 콘텐츠, 금융 등 다른 사업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졌다.
클라우드·IDC 사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으려면 분사가 필요했다. KT는 국내 1위 규모 IDC 시설을 보유하고, 매출 규모도 1위인 사업자였다. IDC 시장은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클라우드 서비스 수요 증가와 함께 지속해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김 CFO는 클라우드·IDC 사업 부문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분사 구조를 짰다. 물적분할을 선택하기엔 리스크가 컸다. 당시 물적분할 자회사를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에 대한 비판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다. 통신사업과 공동으로 쓰는 자산을 별도로 분리해 이전 대상에 포함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KT는 현물·현금출자를 결합해 총 1조7712억원 규모 출자 구조를 설계했다. 클라우드·IDC 사업 부문 자산을 현물출자(감정가액 1조6212억원)하고, 동시에 1500억원 규모 현금출자를 진행했다. KT클라우드는 그에 상응하는 신주를 KT에 발행했다.
현물출자 가액은 장부가 이상으로 나왔다. 부동산, 시설, 설비, 채권 등 클라우드·IDC 사업 관련 자산 장부가는 8038억원이었지만, 감정가액은 1조6212억원으로 산출됐다. KT클라우드 자본총계(지난해 말 1조1028억원) 대부분이 KT가 현물출자한 자산으로 형성된 셈이다.
KT는 KT클라우드 상장에 대비해 주주가치 보호 방안도 마련했다. KT클라우드 분사가 투자자 보호까지 챙기는 사례로 시장에서 호평받았던 이유다. KT는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개정해 자회사 주식(기타의 재산)을 현물배당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KT가 보유한 KT클라우드 주식을 주주에게 배당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현물출자 이후 발생한 법인세비용은 김 CFO가 지난해 2분기 실적 발표 IR에서 직접 해명했다. KT는 지난해 KT클라우드 현물출자 이후 별도 기준 법인세비용 2169억원을 추가로 인식했다. 그해 말 별도 기준 법인세비용은 전년 대비 53% 증가한 5070억원이었다.
현물출자에 따른 법인세비용은 비현금성 지출 항목에 해당했다. 이연법인세부채와 연결돼 추후 KT가 KT클라우드 주식을 매각(구주 매출 포함)할 때 실질 세금 지출(현금흐름 유출)이 발생하는 항목이었다.
김 CFO는 현물출자 관련 법인세비용이 KT 배당 산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각인시켰다. KT는 2020~2022년 별도 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50%를 배당하는 주주 환원 정책을 수립하고 있었다. KT는 비현금성 손익인 KT클라우드 현물출자 관련 법인세비용을 반영해 조정 당기순이익을 구했다. 지난해 KT 현금배당총액은 5018억원으로 별도 당기순이익(7638억원) 기준 배당성향은 66%다.
KT클라우드는 분사 후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했다. 지난해 7월 300억원 규모 1회차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운영자금을 조달했다. CB는 KT가 지분 6.8%를 보유한 관계기업 메가존클라우드가 투자했다. 지난 7월에는 6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시설자금을 충당했다. 투자자는 디지털솔루션 유한회사(5487억원), 아이엠엠디지털솔루션일반사모투자신탁(513억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