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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40% 청약' 엠젠솔루션, 지배력 약화 불가피

③트렌스젠바이오 지분율 12%대로 희석, CB 콜옵션으로 지배력 보강 무게

정유현 기자  2023-10-12 15:53:56

편집자주

자본금은 기업의 위상과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 회계 지표다. 자기자금과 외부 자금의 비율로 재무건전성을 판단하기도 한다. 유상증자는 이 자본금을 늘리는 재무 활동이다. 누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근간이 바뀐다.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경영전략을 좌우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더벨은 유상증자 추진 기업들의 투자위험 요소와 전략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코스닥 상장사 엠젠솔루션이 해외 공장 증설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계획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대주주가 청약 참여를 약속했지만 배정분의 일부만 참여하기 때문에 지배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다만 최근 발행한 메자닌의 콜옵션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추후 지배력 보강을 위한 여지는 남아있다.

엠젠솔루션은 146억5000만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제3자 배정 방식과 달리 안정적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공모 흥행이 필요하다. 다만 6일 유증 공시 이후 실망 매물이 쏟아지며 2000원 초반대였던 주가가 1700원대로 낮아졌다. 12일 장중 외국인 매수세가 커지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주가는 2000원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다.

계획한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주가 상승 흐름이 이어져야 한다.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확정 발행가액이 낮아지면서 조달 규모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청약의 흥행을 책임지고 있는 최대주주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6월 말 기준 엠젠솔루션의 최대주주는 트렌스젠바이오(14.17%)다. 특수관계인의 지분(0.46%)을 포함하면 총 14.63%다.


엠젠솔루션은 1973년 일본 전연산업주식회사와 합작계약을 체결해 설립한 대신전연이 전신으로 1997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잦은 대주주 손바뀜 과정에서 사명도 여러차례 변경됐다. 지이티, 에스인포텍, 지아이블루, 엠젠플러스, 비엔지티(BNGT)를 거쳐 올해 3월 엠젠솔루션으로 갈아탔다. 앞선 사명이었던 BNGT는 2021년 6월 트렌스젠바이오를 최대주주로 맞으며 변경된 이름이었다. 트렌스젠바이오는 조상환 엠젠솔루션 대표가 33.2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구주주들은 이번 유증에서 1주당 0.31489554주의 비율로 신주인수권증서를 교부 받는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인 트렌스젠바이오는 141만7029주를 배정 받게 되는데 주식가치 희석을 막기 위해서는 이를 모두 행사해야 한다. 다만 트렌스젠바이오는 40%(56만6811주) 규모의 참여를 계획하고있다.

계획대로 유증에 참여할 경우 보유 주식이 506만6811주로 늘어나지만 지분율은 12.13%로 낮아진다. 사업 확장을 위해 지배력 약화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특히 보유 지분율이 10% 초반대로 높지 않아 경영권 분쟁 리스크가 있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엠젠솔루션은 우호주주의 지분을 통해 지배력을 보강하는 모양새다. 엠젠솔루션의 5% 이상 주주는 기존 최대주주였던 씨피홀딩스다. 5월 10일 기준으로 씨피홀딩스외 특수관계인들이 222만7928주(지분율 7.14%)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 최대주주와 현재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합치면 20%에 육박하기 때문에 최대주주 변동 가능성은 낮은편이다.

다만 지난 5월 발행한 60억원 규모 20회차 전환사채(CB)의 향방에 따라 지배력이 더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20회차 CB는 내년 5월부터 전환청구가 개시되는데 전환에 따라 발행될 주식의 규모는 223만8805주다. 만약 주가가 하락해 전환가가 낮아지면 최대 319만8294주로 늘어난다.

대주주 지배력 보강을 위해 엠젠솔루션은 20회차 CB를 발행하면서 40%의 콜옵션(매도청구권) 조건을 걸었다. 향후 트렌스젠바이오가 보유 콜옵션을 행사하면 지배력을 보강할 수 있다. 이번 유상증자와 20회차 CB가 단순 전환될 경우 발행주식 총수는 4602만955주로 증가한다. 트렌스젠바이오가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지분율을 15%까지 올릴 수 있다.

만약 콜옵션을 대주주가 아닌 발행사가 가져간다면 대주주 지분율은 11%까지 낮아질 수 있다. 향후 트렌스젠바이오가 콜옵션을 행사해 지배력을 보강하는 것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엠젠솔루션 측은 "CB 발행 권면총액의 40%에 해당하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어 최대주주의 경영권 유지를 위한 지분율 방어는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유상증자와 CB 전환 등으로 지분 희석이 발생해 최대주주 지분율이 추가적으로 하락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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