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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디스커버리그룹 다시보기

그린에 향해 있던 SK케미칼, 퍼즐 맞춘 리사이클

②바이오에너지 매각, 사업재편 신호탄…중국 현지 원료설비 매입, 밸류체인 구축

김동현 기자  2023-10-05 14:50:53

편집자주

2017년 12월 SK그룹 내 별도의 지주사 체제로 출범한 SK디스커버리그룹. 순수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가 신규 투자처를 발굴하며 자회사를 관리하는 역할을 전담한다면 산하의 사업 자회사는 각각의 개별 포트폴리오를 진화시켜 지금의 '그룹 내 그룹' 체제를 완성했다. 지난 6년 동안 화학·가스·바이오 등을 중심으로 체제를 안정화한 SK디스커버리그룹은 이제 신재생·친환경을 연결고리로 또 한번의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더벨이 재도약의 밑바탕을 그리는 SK디스커버리그룹을 분석해 본다.
SK디스커버리그룹의 모태인 SK케미칼의 시선은 늘 친환경 사업을 향해 있다. 2009년 일찌감치 생명과학·정밀화학·석유화학으로 구분되던 사업부를 그린케미칼과 라이프사이언스로 바꿔 기존 화학 사업의 중심축을 친환경으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8년 바이오에너지 사업을 시작했고 이듬해 12만톤 규모의 바이오디젤 공장을 가동하며 단숨에 국내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자연계 유지를 사용한 대체에너지인 바이오디젤을 앞세운 바이오에너지 사업은 한때 SK케미칼 영업이익의 절반을 책임질 정도로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대 바이오디젤을 통해 그린케미칼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한 SK케미칼은 또한번의 사업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번에는 화학사업 자체를 그린소재로 탈바꿈하는 재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업의 기반이 되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밸류체인을 하나둘 완성해 가며 다시 한번 국내 선도 사업자 자리를 노린다.



◇바이오에너지 매각으로 첫발, 그린소재 기반 마련 집중

이미 바이오디젤을 앞세워 그린케미칼 사업전환에 한차례 성공한 SK케미칼은 2020년 바이오에너지 사업부 매각을 결정한다. 2016년 흑자전환 이후 꾸준히 이익을 내던 사업부로 2019년(388억원)에는 현재 그린소재 사업의 핵심인 코폴리에스터의 영업이익(297억원)을 앞지르기도 했다.

3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해 안정적인 수익이 창출되는 사업부였지만 SK케미칼은 코폴리에스터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소재 사업을 키우기 위해 바이오에너지 사업부의 매각을 추진했고 결국 3825억원의 대금을 받고 바이오에너지 사업부를 한앤컴퍼니에 넘겼다. 이러한 바이오에너지 사업부 매각은 SK케미칼 그린케미칼 사업재편의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이후 폴리페닐렌설파이드(PPS) 사업 매각, 멀티유틸리티 사업 분사(SK멀티유틸리티) 등의 작업을 거쳐 그린케미칼 사업은 지금의 코폴리에스터, 폴리옥시트리메틸렌에테르 글라이콜(PO3G) 등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SK케미칼의 코폴리에스터는 폐플라스틱 원료를 활용해 생산된 제품이며 PO3G는 바이오소재를 기반으로 개발한 폴리올 제품군이다.

기존 석유화학 원료를 기반으로 생산되던 코폴리에스터와 폴리올을 친환경 제품군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SK케미칼은 자체적인 생산라인을 갖춰야 했고 2021년과 2022년 각각 신규 코폴리에스터 공장과 신설 PO3G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현재 총 4개 라인으로 운영되는 코폴리에스터의 생산능력은 연 26만톤 규모이며 지난해 상업화 단계에 접어든 PO3G의 생산능력은 연 5000톤 수준이다.

PO3G의 생산능력이 아직 크다고 볼 순 없지만 세계에서 2번째로 상용화한 만큼 향후 바이오폴리올 시장 확대에 따라 코폴리에스터와 같이 생산능력을 키워갈 수 있다. SK케미칼의 PO3G는 현재 스판덱스 사업자인 효성티앤씨에 공급되고 있으며 폐플라스틱 재활용으로 생산된 페트제품은 제주 삼다수 용기, 삼성 갤럭시S23 케이스 등에 들어가고 있다.



◇세계 최대 폐플라스틱 시장 중국, 원료 공급까지 잡았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이 아직은 본격 개화하지 않았지만 SK케미칼은 미래 시장 성장에 기대를 표하고 있다. 세계적인 환경 규제 강화로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 수요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2030년이 되면 화학적 재활용 시장 규모가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가운데 SK케미칼은 재활용 소재의 원료라 할 수 있는 폐플라스틱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전세계 폐플라스틱 물량은 2400만톤 규모로 추정되는데 이중 580만톤이 중국에서 나온다. SK케미칼은 지난 3월 중국 현지의 폐플라스틱 사업자인 슈에의 관련 사업 자산을 1265억원에 인수했다.

중국 현지에 슈에-SK환보재료라는 계열사를 설립해 해당 법인이 이 사업을 담당하도록 했다. 슈에의 폐플라스틱 사업 인수로 SK케미칼은 중국 내 화학적 재활용 원료(연 7만톤)와 재활용 페트(연 5만톤)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게 됐다. 특히 신설법인이 위치한 광동성은 중국 폐플라스틱 물량의 20%가 나오는 곳으로 회사 입장에선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까지 단번에 확보한 셈이다.

슈에-SK환보재료가 재활용 원료를 뽑아내면 해당 원료 물량은 현지에서 재활용 페트를 생산하는 데 활용될 뿐 아니라 국내 공장으로도 공급돼 코폴리에스터 제품 생산에 투입된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당장 올 상반기에만 SK케미칼은 슈에-SK환보재료와 5억원 수준의 매입 거래를 체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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