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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전략 분석

AKIS 순자산 보수적으로 평가한 애경그룹

제주항공 현물출자 유상증자 규모 404억으로 산정, 지주사 장부가보다 낮게 책정

김형락 기자  2023-10-05 15:40:21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발행, 자산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애경그룹이 제주항공 유상증자 현물출자 가액을 보수적으로 평가했다. 지주사 AK홀딩스와 계열사 애경자산관리는 장부가보다 낮은 가격에 보유 중인 AKIS 지분을 제주항공으로 넘긴다. 법원 현물출자 심사 과정에서 불인가 리스크 낮추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제주항공은 다음 달 28일 404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진행한다.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각각 AKIS 지분을 50%(보통주 390만주)씩 납입하는 현물출자 방식이다. 제주항공은 최대주주인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에 각각 202억원 규모 신주(보통주 182만3637주)를 발행한다. 증자 후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보유한 제주항공 지분은 각각 50.37%, 3.22%로 바뀐다.

제주항공은 현물출자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 현물출자 가액을 단순 합산하면 증자 후 제주항공 별도 기준 자본총계는 2973억원에서 3377억원으로 증가한다. 올 상반기 말 499%였던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440%로 떨어진다.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510%에서 448%로 내려간다.


제주항공은 AKIS 순자산가치만을 평가해 증자 규모를 결정했다. 삼덕회계법인이 평가한 가치다. 현물출자 가액은 상법에 따라 공인된 감정인이 평가한 뒤, 법원 인가를 거쳐 결정된다.

존속 기간이 짧은 비상장사인 AKIS 기업가치를 평가할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현금흐름할인법(DCF) 등 수익가치 평가 방법은 적용할 수 없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사업 개시 후 3년 미만인 비상장 법인 주식은 순자산가치로만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AKIS는 2021년 11월 설립됐다.

애경그룹은 비상장사인 AKIS 순자산가치를 보수적으로 산정했다. 제주항공이 결정한 유상증자 현물출자 재산 가액은 총 404억원이다. 올 상반기 말 AK홀딩스가 연결 기준으로 인식한 공동기업 AKIS 순자산(451억원), 지난해 말 AKIS 자본총계(411억원)에 못 미친다.

애경그룹은 AKIS 영업권 등 중요한 자산을 감정평가법인 두 곳에서 평가받아 순자산가치를 측정했다. 무형자산에 속하는 영업권은 지난해 AKIS 자산총계(470억원) 중 53%(250억원)을 차지하는 주요 자산이다.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 비중은 17%(81억원), 매출채권 비중은 9%(44억원)였다.


AKIS 순자산 평가액이 낮아질수록 제주항공이 확충하는 자본 규모는 줄어든다. 반면 법원 현물출자 심사 과정에서 불인가 리스크는 덜어낼 수 있다. 법원은 다른 주주나 채권자 이익을 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물출자 목적 재산이 과대하게 평가되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핀다. 출자 재산이 과대 평가될 경우 기업에 현실적 재산이 확보되지 않아 자본 충실을 해치기 때문이다.

법원이 변동 없이 제주항공 현물출자 가액을 인가하면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는 장부금액보다 낮은 가격(202억원)으로 AKIS 지분을 제주항공에 납입한다. AK홀딩스는 올 상반기 말 연결 기준으로 AKIS 순자산지분금액을 226억원, 장부금액을 228억원으로 인식했다. 애경자산관리는 지난해 말 AKIS 지분 50%에 해당하는 순자산가액과 장부금액이 206억원으로 같다.

AKIS는 애경그룹 정보 시스템 종합 위탁 관리를 수행(SM 운영)하는 계열사다. 지난해 1월 AKIS가 애경자산관리에서 정보기술(IT) 사업 부문 영업 일체를 352억원에 양수하면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영업 양수자금은 2021년 12월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각각 195억원을 출자해서 만들어 줬다. 지난해 AKIS 자본총계(411억원)는 대부분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출자한 자본금(390억원)이다.

AKIS는 계열사에서 매출을 올리며 곧바로 이익을 냈다. 지난해 매출(401억원) 중 90%(362억원)가 계열사에서 발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배당을 실시하기도 했다. 올 상반기 AK홀딩스가 AKIS에서 수령한 배당금은 4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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