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네이버는 국내 대표 인터넷 대기업답게 유망 IT 스타트업 투자가 성공으로 이어진 사례가 많다. 될성부른 떡잎을 가진 스타트업은 거의 네이버의 투자를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랫동안 IT·인터넷 업계에 강자로 군림하며 기술적 안목을 갖추고 여러 테크기업과 교류하며 방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덕분이다.
네이버의 스타트업 투자는 기술 확보와 인재 영입, 생태계 육성 등 상생과 전략적 회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재무적 대박으로 이어진 경우도 더러 있다. 워낙 투자한 데가 많다보니 확률적으로 잭팟이 터진 곳도 많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자이언트스텝, 크라우드웍스 등이 대표적인 잭팟 사례다.
◇배민 투자로 1800억 차익, 크라우드웍스로 39배
2020년 12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민 인수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승인 결정을 수용하고 인수합병(M&A)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하면서 네이버도 잭팟이 터졌다. 당시 네이버는 배민 지분 4.7%(52만5462주)를 갖고 있었다.
네이버는 앞서 2017년 9월 배민의 전략적 투자자(SI)로 들어오면 350억원을 투자해 확보한 지분이다. 네이버와 DH가 협의한 처분가격은 1억8900만달러, 당시 이사회결의 기준환율(1달러=1166.70원)을 적용해 2212억원이다.
매각대금은 미화(USD) 1억달러와 8900만달러어치의 DH 보통주를 받았다. 대략 1174억원을 현금으로, 1038억원을 주식으로 받는 조건이다. 1800억원 이상의 차익을 얻은 셈이다. 네이버는 우아한형제들 지분을 모두 정리하는 대신 아시아 배달앱 시장 석권을 노리는 DH와의 접점을 남겨뒀다.
앞서 지난해 12월 네이버는 특수시각효과(VFX) 전문기업 자이언트스텝 지분 160만주 가운데 80만주를 처분했다. 총 매각가는 157억원, 지분은 7.31%에서 3.7%로 줄었다. 네이버는 자이언트스텝에 2020년 9월 70억원을, 이듬해 12월 유상증자에 70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작년 지분 매각으로 투자금 이상을 회수했지만 지분은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
이달 중 처분한 인공지능(AI) 학습 데이터 플랫폼 기업 크라우드웍스도 대표적 사례다. 지난달 31일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이후 네이버는 네 차례에 걸쳐 보유주식 13만2411주 가운데 7만7308주를 팔아 39억원을 회수했다. 크라우드웍스 창업 직후인 2017년 2억원의 시드 투자한 점을 감안하면 대략 39배의 수익을 냈다.
◇투자 스타트업 밸류 4조 돌파, 생존율 97% 넘어
벤처 스타트업 투자는 '모 아니면 도'인 하이리스크 사업이다. 대략 10곳 투자해 1~2곳에서 잭팟이 터진다. 네이버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대박차익 사례가 여러 번 나오는 이유는 그만큼 많은 곳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지난 19일 발간한 '디지털 생태계 리포트 2023'에 따르면 사내 벤처투자 및 엑셀러레이터 조직인 D2SF는 지난해 말 100번째 투자를 단행했다. 투자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4조원을 넘어섰다. 네이버가 투자한 스타트업의 생존율은 97%에 달한다.
이는 네이버가 오랫동안 IT·인터넷 업계에 강자로 군림하며 기술적 안목을 갖추고 여러 테크기업과 교류, 방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덕분에 가능했다. 초기에는 유망기업들을 찾으러 다녔으나 이제는 유망기업들이 네이버를 찾아온다.
스타트업들의 경우 네이버를 테스트베드로 삼아 자신들의 기술을 시험할 수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네이버의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신뢰성 제고와 투자자 유치가 수월해지는 장점도 있다. 크라우드웍스는 초기 성장단계부터 현재까지 협업을 유지하는 관계로 네이버가 유일하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등 AI 서비스 개발에 필수인 데이터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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