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국내 주식시장에서 전자상거래(e-commerce) 업종에 대한 관심은 미미합니다. 네이버라는 강력한 플랫폼 경쟁자가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든 탓에 전망이 악화된 것입니다. 그외기업으론 코리아센터 등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약한 코스닥 상장사가 대부분입니다. 이커머스 공룡이라 불리는 쿠팡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있어 사실상 네이버 독주 체제나 다름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최근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목을 사로잡은 이커머스 종목이 있습니다. 바로 카페24인데요, 올해 6월 말 깜짝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6월 27일 하루 동안 주가는 1만1840원에서 1만5390원으로 30% 올랐습니다. 그래프가 수직 상승한 이후에도 세달 동안 강한 지지선이 주가를 뒷받침해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카페24는 2018년 2월 코스닥 상장 이후 증권업계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기업입니다. 2021년 이후로는 국내 증권사 투자의견 평가 리포트가 아예 발간되지 않았을 정도입니다.
갑작스런 주가 급등의 트리거는 뭘까요.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와 연관이 깊습니다. 유튜브가 올해 6월 30일 최초의 쇼핑채널인 '라이브 커머스'를 론칭한다는 소식을 발표한 것이죠. 유튜브 입장에선 '최초의 쇼핑채널'을 카페24와 함께 한 것이기에 카페24 수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TV 홈쇼핑을 대체할 '유튜브 쇼핑채널'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TV홈쇼핑 시대가 저물고 유튜브쇼핑 시대가 온다면 카페24의 밸류에이션 확대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Industry & Event
카페24의 상장 이력은 다소 독특한데요, 바로 '테슬라 요건 1호'로 상장했다는 것입니다. 테슬라요건 상장 제도는 '이익미실현기업 특례상장'이란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미래 성장성이 높으면 실적과 상관없이 상장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카페24가 인정받은 '성장성' 부분은 'D2C(Direct to Consumer) 비즈니스'입니다. B2C도 아니고 D2C라니 다소 생소할 수 있겠습니다. D2C는 소비자 대상 직접판매를 뜻하는 영어의 약어입니다. 1인 사업자부터 인플루언서, 대기업까지 대상으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쇼핑몰을 구축해주고 운영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란 뜻이죠. D2C로 참여자들이 늘어나면 카페24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그런 카페24가 작년 12월 '유튜브'라는 어마어마한 우군을 얻었습니다. 유튜브와 특별한 계약도 맺었습니다. 양사 협력 하에 유튜브 쇼핑 연동 서비스를 선보이기로 한 것입니다. 유튜브 쇼핑은 생소해보이지만 TV로 치면 홈쇼핑 채널입니다. 최근 영상기기 패러다임이 TV에서 유튜브로 옮겨가면서 영상 쇼핑 플랫폼도 TV에서 유튜브로 옮겨간 것이라고 보면 되는 것입니다.
D2C 쇼핑몰은 상품 정보를 유튜브 채널에 자동으로 띄우면서 시청자의 구매를 유도합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일종의 '쇼호스트' 역할을 하는 것이죠. 팬층이 두터운 유튜브 크리에이터일수록 전자상거래로 큰 수익을 거두기에 유리한 식입니다.
유튜브가 광고없이 영상을 감상하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강화함에 따라 새 수익모델 발굴이 절실했던 크리에이터들 입장에선 눈여겨볼 만한 사업임에 틀림없습니다.
시장 반응은 뜨겁습니다. 인기 크리에이터 마다 너나 할 것 없이 카페24로 D2C 쇼핑몰을 만들고 있습니다. 뷰티 소재 콘텐츠로 구독자 120만명을 모은 라뮤끄(김보배 대표)는 에크멀이란 본인의 D2C 쇼핑몰을 유튜브 채널에 연동했습니다. 안주 먹방으로 유명한 애주가참PD(이세영 대표, 구독자 117만명)와 남성패션 트렌드 리더로 꼽히는 '깡스타일리스트(강대헌 대표, 구독자 124만명)도 진입했습니다.
키페24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는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카페24는 D2C 선구자나 다름없습니다. 국내에선 유튜브와 D2C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유일한 사업자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2018년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을 지향하면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뒤로 결실을 맺은 셈입니다.
◇Market View
다만 증권가의 카페24 주가 상승에 대한 관심도는 적어 보입니다. 2022년부터 올해 9월까지 카페24에 대한 투자의견을 낸 증권사는 없습니다. 2021년이 마지막입니다.
다만 D2C 비즈니스에 대한 글로벌 주목도는 높습니다. 미국에서도 나이키, 아디다스, 테슬라, 넷플릭스 등 다양한 분야 기업들이 D2C 쇼핑몰을 키우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오는 2024년까지 미국 D2C 전자상거래 매출은 전체 전자상거래 매출의 16.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은 대표 글로벌 플랫폼인 유튜브를 잡은 셈이니 미래 전망은 꽤나 긍정적입니다.
로이터 외신은 "한국은 이미 거대 인터넷 기술 기업인 네이버가 주도하는 라이브 스트리밍 커머스 사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한국이 글로벌 헤비급 기업을 위한 주요 테스트 시장이 됐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대기업들의 D2C 쇼핑몰 참여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호재 중에 호재입니다. 유튜브가 오픈 초 30개 브랜드 쇼핑 콘텐츠를 라이브 스트리밍하는데, 삼성전자, LG전자, 푸마,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다수 기업이 참여했습니다.
농심사, 삼양사 등 식품업계들은 카페24를 통해 D2C 쇼핑몰을 개설하고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참여도 이어지는데요,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이 모두 카페24 엔터프라이즈로 아티스트 굿즈 판매를 위한 D2C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SI나 자체개발 방식으로 D2C 쇼핑몰을 구축하려면 막대한 인력과 시간, 비용이 필요하지만 카페24 엔터프라이즈를 활용하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Keyman & Comments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일은 만만치 않을 것이 분명하죠. 그에 맞춰 투자 비용을 조달하는 것 부터 적절한 시점에 자본확충, 글로벌 투자자 미팅, IR, 주가 관리 등을 총괄해야 하는 CFO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핵심 임무를 수행한 인물로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최용준 이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최 이사는 회계사, 자산운용, 일반기업 등 다양한 이력을 지닌 인사입니다. 1978년생으로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삼일회계법인, 스팍스자산운용, 한국콜마 등을 거쳐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인 카페24에 합류했습니다.
현재 카페24에서 그의 존재감은 큰 편입니다. 무려 '1인 7역'을 맡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내이사로서 이사회 최고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필리핀법인과 미국법인 CFO, 일본법인 감사, 유럽법인 경영디렉터 등 다양한 직무를 겸직하고 있습니다. 필웨이와 핌즈 기타비상무이사로서도 활약 중입니다.
최 이사는 올들어선 적자폭을 줄이는 쾌거를 얻기도 했습니다. 1분기 매출은 687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6.3% 증가했으며,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71억원, 73억원으로 전년 대비 39.8%, 37.6% 축소된 모습입니다.
긍정적인 건, 이러한 성과가 자체 비용 효율화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신규 고객 유치로 쇼핑몰 거래액(GMV) 규모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1분기 GMV는 2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D2C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죠.
외부 자금조달은 최대한 자제하는 편입니다. 2016년 9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2017년 사모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이후 공모채 시장에 나온 전력은 없습니다. 지난 2021년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비바리퍼블리카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99억9997만원을 끌어온 적은 있습니다.
오롯이 은행 대출만을 활용한 차입전략을 마련하고 있는데 KDB산업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과 주로 거래하고 있습니다. 차입금 규모는 5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더벨은 카페24의 중장기 성장 플랜과 주가와 관련한 전망을 등을 듣고자 IR 담당자에게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주가에 대해 언급하는 건 부담스러워 하는 기조였지만 향후 IR전략에 대해선 들을 수 있었습니다.
카페24 IR담당자는 "카페24 플랫폼은 크리에이터, 대기업 등 다양한 고객군의 높은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면서 그 경쟁력을 검증 받고 있다"며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다양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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