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의 '기획통'으로 꼽히는 손종민 기획관리실장(상무)가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선임된 지 반년 넘게 흘렀다. 전임자였던 이재만 전무(현 소비자보호실장)와 마찬가지로 기업어음(CP)을 활용한 단기 조달 전략을 이어오고 있다.
손 실장은 혹시 모를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불확실성에 대비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의 PF우발채무 리스크는 다른 증권사에 비해 덜하다고 여겨지나 중·후순위 대출 비중이 높아 대비가 필요하다.
◇최근 6개월·1년 만기 CP 주로 활용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이달 중순 내년 1월을 만기로 하는 CP 6건을 발행했다. 각 50억원씩 총 300억원 규모로 조달했다. 이번에 택한 CP처럼 한화투자증권은 만기 6개월~1년 사이의 CP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달에는 만기가 1년에 육박하는 CP만 9건을 찍었다. 조달액은 700억원에 달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연초부터 5월까지는 만기가 3~6개월 사이인 CP를 주로 찍었는데 최근 들어 약 1년 만기 CP 비중을 늘렸다.
만기가 1년에 육박하는 CP를 사용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만기 1년 이상인 CP의 경우 별도의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나 1년에서 하루만 모자라도 제출 의무가 사라진다. 사실상 장기 CP에 가까운 수준으로 조달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CP를 주된 단기 조달 수단으로 삼고 있다. 2019년 1750억원이던 미상환잔액은 2020년 4150억원으로 늘더니 2021년 56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론 8060억원을 나타냈다.
올해 만기가 닥친 물량을 상환한 뒤 1분기 말 5980억원으로 미상환잔액이 소폭 감소하긴 했으나 상반기 말에는 다시 지난해 말과 유사한 수치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2분기에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CP를 주로 발행한 만큼 미상환잔액 순증이 점쳐진다.
◇전임자 이어 'PF 불확실성' 대비
이 같은 CP 활용법은 전임 CFO인 이재만 전 실장 때부터 시작됐다. 이 전 실장은 201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7년 동안 CFO로 장기 집권한 인물이다. 손 실장은 소비자보호실장(CRO)을 맡게된 이 전 실장 후임으로 올해 초 CFO 바통을 이어 받았다.
한화투자증권의 CP 발행 흐름은 우발채무 증가 추이와 궤를 같이 한다. 2020년 말 7476억원이던 우발채무는 2021년 9000억원 중반 수준으로 늘더니 지난해 말 1조1945억원으로 증가했다. 1분기 말 기준으론 1조1382억원이다. 자기자본의 70%에 가까운 비중이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여느 증권사처럼 부동산 경기 호황기에 국내 PF를 확대하면서 우발채무가 늘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1분기 말 PF 관련 익스포저는 5757억원으로 다른 중형급 증권사와 비교하면 작은 편이다.
다만 중·후순위 대출 비중이 전체 PF의 85%를 차지해 질적 위험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형급 증권사는 대형사에 비해 수주 능력이 상대적으로 열위한 만큼 본PF에 돌입하기 전 단계인 브릿지론이나 중·후순위 대출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선순위 대출은 자본여력과 영업력이 우수한 대형사가 우선적으로 투자한다. 손 실장 입장에선 이에 대한 대비를 위해 단기 자금을 일정 부분 쌓아두는 셈이다.
손 실장이 CFO를 맡게 되면서 전략기획·투자 외에 재무 전문성까지 쌓게 됐다. 1970년생으로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손 실장은 미국 오하이오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도 받았다. 한화투자증권에는 1990년대 후반 입사했다. 줄곧 전략기획 분야에서 근무하던 그는 2012년 ㈜한화 경영기획실에서 일한 이력도 있다.
최근 들어선 한화투자증권의 핵심 비즈니스 키워드인 '글로벌'과 '디지털' 영역에서 고르게 경험을 축적했다. 2020년 말 상무보로 승진한 뒤 글로벌디지털프로덕트실에서 일하다 동남아 현지법인인 싱가포르 파인트리증권 초대 법인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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