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재무임원을 교체한 HK이노엔이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7000억원까지 치솟았던 차입금을 관리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그 일환으로 비효율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있다.
◇스튜디오에피소드 'SNS 마케팅 파트너사', 투자 2년만에 매각 HK이노엔이 공시한 2023년 상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께 관계기업인 '스튜디오에피소드'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스튜디오에피소드는 미디어 콘텐츠 제작기업으로 2021년 약 20억원을 주고 지분 6.67%를 사들였다. 매각가액이 25억원인 것으로 보아 약 5억원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해당기업은 SNS를 활용해 바이럴 마케팅을 하는 기업이다. 제약바이오와는 다소 이질적인 업종이지만 HB&B(헬스·뷰티·음료)를 신사업으로 미는 입장에서 마케팅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사가 스튜디오에피소드였다. 관련 마케팅 업체가 많지 않던 시점에서 해당 기업과 강한 파트너십을 맺는 차원에서 지분투자가 이뤄졌다.
HK이노엔은 HB&B사업을 1988년 홍삼원 판매로 첫 시작을 한 이후 컨디션(1992년), 헛개수(2010년) 등을 잇따라 출시해 성장을 일궜다. 2020년엔 HB&B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더마 코스메틱 및 탈모·두피케어 시장에도 진출했다. 스튜디오에피소드 투자도 이의 일환으로 진행된 셈이다.
하지만 투자 2년만에 자산매각에 나선 건 재무건전성 강화 차원에서다. 여전히 HK이노엔은 HB&B 사업에 강드라이브 걸고 있지만 굳이 파트너사 지분까지 보유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유사업체가 많이 생긴만큼 굳이 한곳과의 파트너십에 초점을 둘 이유도 없었다.
◇단기차입 확대 및 이자율 부담, 전년말 대비 차입 소폭 확대 HK이노엔은 현재 자본구조 유지 및 조정 작업의 일환으로 배당을 조정하는 한편 부채 감소를 위해 신주발행 및 자산매각 등에 나서고 있다. 스튜디오에피소드 매각 역시 이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6월 말 기준 HK이노엔의 차입금(장단기 차입+사채)은 약 3600억원으로 추산된다. 작년 말 3525억원 대비 소폭 늘었다. 2020년 7000억원에 육박하던 총 차입금을 줄이는 데 안간힘을 쓰며 4000억원대로 축소했지만 최근 다시 늘어나는 분위기다.
단기차입금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단기차입금은 1910억원으로 전년 말 1628억원보다 늘었다. 단기차입금 이자율은 평균 5.1%로 전년말 4.3%와 비교해 약 1%포인트가량 확대됐다는 점도 부담이 된다.
HK이노엔의 이 같은 재무전략은 작년 12월 재무실장에 선임된 김우성 상무대우가 지휘하고 있다. 김 상무대우는 지주사 한국콜마홀딩스 있던 인물이다. 한국콜마그룹 인력이 곳간지기를 맡게 된 데 따라 지주사와의 재무계획을 공유하며 전략을 세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스튜디오에피소드는 HB&B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파트너십으로 인수했지만 현재로선 굳이 지분까지 확보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매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