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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통' CEO 불모지 신한은행…물꼬 튼 정상혁

10년간 CFO 거친 은행장 없어, 첫 CFO 출신 행장 '재무·전략' 전문가

박서빈 기자  2023-08-14 16:23:16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신한은행의 정상혁 호가 본격 닻을 내린 가운데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가 은행장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할지 주목이 된다. 신한은행 내에서 CFO 중책 중 하나이지만 재무통의 자리가 행장으로 가는 길목처럼 여겨지지는 않았다.

최근 금융권에는 CFO가 은행장이 되는 인사 기조가 번지고 있다. CFO가 CEO 등용문으로 여겨지는 대표적인 은행 중 하나가 KB국민은행이다. 글로벌 긴축 기조로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재무적 역량이 CEO의 중요 자질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영기획그룹장 그다음 행보 '제각각'

신한은행의 경영기획그룹장은 CFO와 최고전략책임자(CSO)를 겸하는 직책이다. 은행의 경영전략과 재무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요직인 셈이다.

하지만 CFO가 은행장 등용문이란 공식은 세워지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신한은행을 거친 행장(서진원, 조용병, 위성호, 진옥동) 가운데 CFO를 경험한 인물이 없는 탓이다. 재무보다는 영업력과 국제업무 능력 등이 두드러지는 인물들이 대다수다.

경영기획그룹장을 거친 인물들의 행보 역시 제각각이다. 2017년 경영기획그룹장을 맡았던 권재중 전 부행장은 JB금융지주의 CFO로 이동했으며 2018년 1월부터 약 1년 동안 경영기획그룹장을 맡은 정운진 전 부행장은 신한캐피탈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2019년 1월 경영기획그룹장에 선임된 주철수 전 부행장는 약 7개월 동안 CFO직을 거치고 난 이후 고문으로 활동하다 2021년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 전 부행장의 뒤를 이어 2019년 7월부터 뒤를 이은 안효열 전 부행장(당시 상무)는 이후 그룹 퇴직연금 부문장(부사장보)과 WM그룹장을 지냈다.

◇정상혁 은행장 부임 이후 기류 바뀌어

하지만 정상혁 전 경영기획그룹장이 행장으로 선임되면서 신한은행의 CFO 자리에 대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경쟁사인 우리은행, 하나은행 모두 재무 이력을 보유한 이들을 행장으로 선임한 가운데 재무 역량이 CEO의 중요 자질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CFO를 은행장으로 선임하는 기조를 가진 대표적인 곳은 KB국민은행이다. 이재근 행장과 허인 전 행장 모두 CFO 이력을 보유한 재무통으로 꼽힌다. 지난해 선임된 이승열 하나은행장 역시 지주와 은행에서 CFO를 역임한 재무통으로 알려진다. 이원덕 우리은행장도 30년 이상을 재무와 전략에서 이력을 쌓은 인물이다.

정 행장은 1964년생 대구 출신으로 덕원고를 나와 서울대 국제경영학과 졸업한 인물이다. 1990년 신한은행 입행했으며 본점 자금부, 인재개발부, 인사부 등 요직을 거치며 경력을 쌓았다.


이후 정 행장은 영업에서도 이력을 쌓았다. 2007년 둔촌동지점장으로 영업 전선에 뛰어들었으며 이후 본점 고객만족센터장, 소비자보호센터장, 삼성동지점장, 역삼역금융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CFO로 활동하기 시작한 때는 2019년 말이다. 상무 승진과 함께 경영기획그룹장 및 CFO로 발탁됐다. 정 행장은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신한은행을 견인하는 역할 수행했다. 지난해에는 리딩뱅크 탈환에 성공했으며 올해 행장으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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