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투자증권 기업금융(IB)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이희동 전략기획그룹장(상무)가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부임한 지 반년 넘게 지났다. 이 그룹장은 전임자였던 금성원 경영지원그룹장(상무)와 마찬가지로 1년물 기업어음(CP)을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이어오고 있다.
이 그룹장 역시 혹시 모를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 자금을 쌓아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불확실성을 비롯해 그동안 투자한 해외 대체투자 자산 위험에 대비하는 상황이다.
◇1년물 CP로 이달에만 1000억 넘게 확보 증권업계에 따르면 10일 신한투자증권은 내년 8월을 만기로 하는 50억원 규모 CP를 6건 발행했다. 이달 들어서만 세 차례에 걸쳐 만기가 1년에 육박하는 CP를 발행했다. 지난 2일 550억원, 4일 300억원을 확보했다. 이날 발행한 것까지 합하면 8월에만 벌써 1000억원 넘는 현금을 마련한 셈이다.
1년물 CP만 찍는 것은 아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6개월물 CP와 1년물 CP를 번갈아 활용하며 만기 구조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CP 발행 내역을 살펴보면 14일 1년물 CP로 800억원을 조달한 뒤 17일에는 6개월물 CP로 650억원을 마련했다. 18일과 19일에는 다시 1년물 CP로 각 100억원, 200억원씩 조달했다.
만기가 1년에 육박하는 CP를 사용하면 발행사 차원에서 장점이 분명하다. 만기 1년 이상인 경우 별도의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만기가 1년에서 하루만 모자라도 제출 의무가 사라진다. 사실상 장기 CP에 가까운 수준으로 조달이 가능한데 편의성이 높다.
신한투자증권은 2020년부터 CP를 주된 단기 조달 수단으로 삼고 있다. 특히 6개월 이상 1년물 CP 활용 기조가 이 무렵부터 시작됐다. 2018년까지만 해도 별도 기준 CP 발행잔액은 3000억원이었지만 2019년 2조원 가량으로 늘더니 2020년 3조원을 돌파했다. 180일 초과 1년 이하 기업어음 비중은 2019년까지만 해도 23%였던 것이 현재 4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IB 이해도 바탕 리스크 관리 집중 이희동 전략기획그룹장은 높은 IB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 대부분 IB 분야에 해당돼 이 그룹장의 전문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실제 신한투자증권의 CP 발행 추이를 살펴보면 해외 투자를 중심으로 IB 사업이 확대된 2010년대 후반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신한투자증권은 GIB그룹을 중심으로 해외 호텔, 항공기, 오피스 등에서 대체투자 실적을 쌓았다. 다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우발채무로 지적 받고 있다.
우발채무가 증가함에 따라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기조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7년까지만 해도 우발채무는 8792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비중이 27%에 불과했으나 2019년 말 5조1675억원을 기록해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123%까지 높아졌다. 다만 지난해부터 신규 투자를 줄이면서 우발채무 비중은 1분기 말 57%까지 낮아졌다.
공교롭게도 이 그룹장이 주된 경력을 쌓은 분야가 IB다.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7년 신한투자증권에 입사한 그는 사회 생활 초기에는 전략 기획 업무를 맡았다. 2000년대 후반까지 전략기획실에 몸담았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신한금융지주 전략기획팀에서 일했는데 이 때 그룹 전반의 IB 사업 발전 방향을 세우고 CIB(기업투자금융)사업 출범을 준비했다. CIB가 확대 개편된 것이 지금의 GIB그룹이다.
이 그룹장은 2012년부터 다시 신한투자증권으로 돌아와 CIB 기획을 비롯해 M&A 자문 업무 등을 경험했다. 2019년 이사 승진 후 GIB사업부 부서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CFO로 부임한 것은 올해 1월부터다. 오랜 IB 경험이 축적된 만큼 이와 관련된 리스크 관리에도 역량을 발휘할 것이란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