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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 활용법 분석

롯데웰푸드, 미얀마 메이슨 잔여지분 '양날의 검'

현지법 개정시 잔여지분 인수 가능, 기업가치 하락에 금융부채 부담

이민호 기자  2023-08-04 08:27:19

편집자주

옵션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카드다. 치열한 협상을 거쳐 일단 보유하면 콜옵션을 이용해 인수합병(M&A)이나 조인트벤처(JV)에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풋옵션을 이용해 엑시트 통로를 마련하는 등 향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옵션가치 변동에 따라 금융부채가 증가하면 재무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더벨이 각 기업의 옵션 활용 전략과 이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살펴본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 '신남방정책'의 최전선에 있는 현지법인이 미얀마 제과업체 메이슨(L&M Mayson Company)이다. 현재 직·간접 합산지분 80%를 보유하고 있지만 향후 지배력 확대를 위해 나머지 20%에 대해 콜옵션과 풋옵션을 기존 최대주주와 나눠가졌다.

미안마 현행법상 롯데웰푸드의 메이슨 잔여지분 직접 취득은 불가능하나 법 개정시 가능한 조건이 달려있다. 메이슨 기업가치가 인수 시점보다 하락한 만큼 법 개정 이후 옵션가치 변동에 따른 금융부채를 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

◇'신남방정책' 미얀마 메이슨 지분 80% 인수…비지배주주 MMI 방어권 인정

롯데웰푸드가 메이슨 경영권 인수를 마무리한 것은 2019년 1월이다. 당시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 신남방정책을 앞세워 성장성 높은 동남아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었다. 1996년 설립돼 영업지점과 물류센터를 바탕으로 미얀마 전역에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던 메이슨이 적합한 인수대상으로 부각됐다.


롯데웰푸드가 메이슨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형태는 독특하다. 롯데웰푸드가 443억원을 들여 직접 취득한 메이슨 지분은 45.5%로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롯데웰푸드는 싱가포르에 설립한 100% 자회사 형태의 특수목적법인(SPC·L&M Confectionery)이 메이슨 지분 34.5%를 337억원에 취득하는 형태로 메이슨에 대한 직·간접 합산지분 80%를 손에 넣었다. 여기에 투입한 총액이 779억원이다. 이런 인수구조는 미얀마의 외국인투자법 지분취득 제한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로 보인다.

메이슨 인수총액은 롯데웰푸드의 최근 출자 사례 중에서도 많은 편이다. 롯데웰푸드는 최근 수년간 해외법인 출자에 초점을 맞춰왔다. 2019년 롯데지주로부터 인도 현지법인(Lotte India) 지분 98.57%를 675억원에 취득한 것을 제외하면 2018년 러시아 현지법인(Lotte Confectionery RUS) 225억원, 2019년 파키스탄 제과업체 롯데콜손(Lotte Kolson) 115억원, 2021년 러시아 현지법인 225억원에 이어 지난해 러시아 현지법인 120억원과 인도 현지법인 298억원 등에 대한 출자액을 크게 웃돈다.


롯데웰푸드는 인수총액 779억원의 절반 이상인 420억원을 영업권으로 분류했다. 영업권은 인수대상 기업의 순자산 공정가치보다 인수가액이 많을 때 그 차이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는 일종의 프리미엄이다. 롯데웰푸드의 메이슨 경영권 인수에 대한 기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롯데웰푸드 측은 "인수에서 발생한 영업권은 메이슨의 미얀마 내 고객기반과 동종업체인 롯데웰푸드와의 시너지 효과에 근거한다"고 밝히고 있다.

메이슨 잔여지분 20%는 메이슨 기존 모기업인 MMI(Myanmar Mayson Industries)가 들고 있다. 메이슨은 MMI가 2018년 4월 분할해 출범시킨 회사다. 눈에 띄는 점은 롯데웰푸드가 MMI에 메이슨 비지배지분에 대한 방어권을 넘겨준 점이다. 메이슨 자산총액의 50% 이상 금액을 지출하는 거래나 사업과 관련 없는 자회사 또는 합작법인 설립 등에 대해 MMI가 임명한 이사의 동의가 필요하도록 했다. 메이슨 합병이나 청산, 우선주 발행,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등에 대해서는 MMI의 동의가 필요하다. MMI에 일정 수준의 공동경영권을 인정해준 셈이다.


◇현행법상 잔여지분 취득 불가…법개정 대비 취득가능 조항 삽입

롯데웰푸드와 MMI는 주주 간 계약(SPA)을 통해 MMI가 보유한 잔여지분 20%에 대해 롯데웰푸드가 콜옵션을, MMI가 풋옵션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옵션 행사가격은 공정가치 또는 기준가격(미리 정한 매수·매도 가격) 중 큰 금액으로 정하고 있다. 기준가격은 일종의 하한선이 되는 셈이다. 기준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옵션 보유자뿐 아니라 옵션 보유자가 지정하는 제3자가 대상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것이 계약의 핵심이다. 특히 MMI가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롯데웰푸드가 지정하는 제3자를 통해서만 매수할 수 있다. 이는 미얀마 외국인투자법에 따라 롯데웰푸드가 지분을 추가 취득하는 것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롯데웰푸드는 기준가격 이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제3자를 찾을 때까지 풋옵션 행사를 무기한 연기할 수 있다. 현행법상 한계에 대해 롯데웰푸드와 MMI의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로 보인다.


롯데웰푸드는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향후 미얀마 외국인투자법이 개정돼 롯데웰푸드의 추가 지분매입이 허용될 경우 풋옵션 행사시 제3자가 아닌 롯데웰푸드가 직접 매수할 수 있는 조건이다. 직접 지배력 확대가 가능하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의도다.

롯데웰푸드는 메이슨 지분 80%를 779억원에 샀다. 이를 토대로 역산해보면 지분 20%에 대한 가치는 195억원으로 가늠할 수 있다. 롯데웰푸드의 올해 1분기말 별도 기준 부채비율이 94.6%로 차입여력이 있는 데다 현금성자산도 4063억원으로 비교적 두둑해 메이슨 잔여지분을 매입하는 데 부담은 없다.

다만 미얀마 외국인투자법 개정으로 롯데웰푸드가 풋옵션 행사에 따른 매입의무를 지게 될 경우 메이슨의 기업가치 변동에 따라 롯데웰푸드에 금융부채가 발생할 가능성이 생긴다. 현재 롯데웰푸드는 추가지분 매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풋옵션의 가치를 별도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추가지분 매입이 가능하게 되면 메이슨의 기업가치가 하락했을 때 공정가치보다 높은 기준가격으로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금융부채가 발생한다.


공정가치 변화를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장부금액으로 가늠해보면 메이슨의 기업가치는 인수 이후 하락한 상태다. 롯데웰푸드는 2020년말 메이슨의 직접 취득지분 45.5%에 대한 장부금액을 352억원으로 평가했으나 2021년말 264억원, 지난해말 208억원으로 줄였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메이슨 총포괄손익이 2021년 마이너스(-) 30억원, 지난해 -49억원으로 적자를 낸 탓이다.

이에 따라 회계감사인 삼일회계법인은 롯데웰푸드 2021년 사업보고서에서 메이슨 영업권을 포함한 현금창출단위 집단에 대한 손상평가(연결)와 투자주식에 대한 손상평가(별도)를 핵심감사사항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메이슨의 영업권 손상차손으로 2019년 277억원, 2020년 12억원, 2021년 100억원, 지난해 16억원을 각각 인식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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