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오일뱅크의 재무조직은 재무·회계와 조달의 영역이 나누어진 독특한 모습을 띄고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재무와 회계만 담당하고 있다. 자금을 끌어오는 일은 재정부문장이 따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통상적인 CFO의 역할과 차이가 있는 모습이다. 기업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CFO는 기업 내에서 예산 책정, 현금 흐름 관리, 재무 계획 및 분석, 인수·합병(M&A) 조언, 기업공개(IPO), 자본 예산, 투자자 관리(IR) 등 재무 상태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조직도를 통해 그 차이를 보다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조달을 담당하고 있는 재정부문이 CFO 지휘 밖에 있다. HD현대오일뱅크의 재무 부문 중 CFO가 관할 하는 곳은 회계팀과 세무팀이 속해있는 재무지원부문이다. 조달을 담당하는 재정부문은 재정부문장 관할이다.
CFO의 이력 역시 회계와 세무 쪽에 맞춰져 있다. 윤중석 재무지원부문장(CFO, 전무)는 1967년생으로 홍익대학교 세무대학원 석사 과정을 나왔다. HD현대오일뱅크에서도 해당 부문에서 승진을 거듭했다. 2016년 세무팀장을 시작으로 2019년 세무회계 담당 상무, 2020년 재무부문장 상무, 2021년 재무지원부문장 상무 등을 거쳐 2022년 재무지원부문장 전무로 승진했다.
재정부문 총괄의 경력도 재정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춘섭 재정부문장(상무) 역시 2019년 HD현대오일뱅크 재정팀장, 2020년 재정팀장 상무 등을 거쳐 2021년 재정부문장 상무로 승진했다. 정 상무는 1969년생으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인물이다.
이처럼 역할을 분담한 배경에 대해 회사측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회계 재무와 조달 부문을 나눈 데 특별한 배경이나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라며 "다른 회사와 재무 부문 구조가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조직 구조의 영향 때문일까. IPO 추진을 위한 기업공개 태스크포스팀(TFT) 팀장도 정 상무의 몫이었다. IPO의 목적 자체가 자금 조달에 있는 만큼, 재정부문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정 상무가 IPO 추진의 운전대를 잡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 상무는 IPO 추진 작업이 시작된 2021년 재정부문장과 함께 기업공개 TFT팀장을 맡았다.
2017년 말 IPO 준비 과정에서 만들어진 기업공개 TFT 팀장도 재정 쪽의 몫이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작년 이전에도 IPO를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기업공개 TFT장을 김경일 재정팀장이 맡았다.
물론 기업공개 TFT는 현재 사라진 상태다. IPO가 무산된 탓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1년 6월 이사회 결의를 거쳐 IPO를 준비를 시작했으나, 본격적인 IPO 돌입 시기에 불황이 시작되며 결국 상장 철회 결정을 내렸다. 2021년 말 예비심사 청구를 거쳐, 2022년 6월 상장 심사 승인을 받았지만 시장이 이미 얼어버린 뒤였다. 2017년 말 추진이 시작된 IPO는 사우디 아람코사 투자 유치를 이유로 무한 연기된 바 있다.